장애아동이 함께 하는 야외활동. ⓒPixabay

장애인권리협약 제7조 2항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장애아동과 관련된 모든 조치에 있어서는 장애아동의 최대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에선 장애아동을 포함한 아동의 경우, 사회적·법률적으로 미성숙하고, 의존적 존재란 인식이 팽배해, 행위능력 제한은 물론, 권리 실현을 법정대리인에게 맡기는 등 보호자나 전문가, 부모 등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된 데는 ‘아동 최대의 이익’ 원칙을 대리의사 결정으로 해석해 실행한 것에도 한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동의한다. 조력자는 정보를 주고, 결정은 장애아동, 장애인이 하도록 결정권 침해 없이 지원하는 조력 의사결정 제도에 대한 논의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그 지적에 공감이 간다.

이와 관련해 정인이법을 예로 들어 잠깐 얘기하고자 한다. 2년 전 아이를 입양한 후 약 2개월 뒤인 3월부터 상습적으로 아이 폭행하고, 동년 10월에 아이의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결국 한 아이는 사망했다. 일명 ‘정인이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정인이 3회 학대신고에도 양부모로부터 미분리된 채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정부는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대한특례법 개정안)’을 만들어 연 2회 이상 의심 신고 시 즉시 분리 및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 권한 강화,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 등을 골자로 했는데, 문제는 학대판정 관련 없이 즉시 분리토록 했다는 거다.

학대피해 장애아동 및 쉼터현황 등을 보여주는 보도자료. ⓒ뉴스EBS Youtube 동영상 캡처

학대판정에는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되는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절차 등 아동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 분리가 필요한지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과정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섬세하게 거치게 되면 장애아동 포함한 아동은 부모와의 분리를 통해 겪을 적응 어려움이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학대판정 관련 없으니, 아동의 의사 확인과정 없이, 즉시 분리토록 하는 건 장애아동 포함한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실제로도 장애아동 학대의 경우는 1번이라도 일어나면 막 분리해내고, 장애아동의 의사도 물어보는 것 없이 ‘이렇게 해야 하니 그런 줄 알아’ 하는 식으로 통보되거나 그마저도 없단다.

아동복지시설로 가는 게 학대 보호조치라 신체의 자유란 권리도 제한당할 소지를 안고 있다. 아동의 의사 확인과정이 없어 원치 않은 시설로 분리되면서 아동의 분리 불안이 생길 여지가 농후하다. 실제로 불안에 빠져 자해를 시도하는 아동들도 많단다. 이외에도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쉼터는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장애아동 포함한 아동과 부모와의 분리과정은 사법적 통제를 받아야 하며,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즉각분리 조치는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수사와 재판에도 3~4년은 집에 가지 못하는 등 학대받은 장애아동 포함한 아동만 벌 받는 구조다.

결국,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즉시 분리조치는 장애아동을 포함한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등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를 통해서도 장애아동을 포함한 아동의 최대 이익이란 경찰, 전문가, 보호자 등의 시각이 우선되지, 장애아동 등 아동 의사가 존중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장애아동이 권리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현실을 맞이하는 데는 정책, 사회활동 등에 장애아동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치가 전무한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청소년기본법 제10조와 제12조를 통해 각각 청소년정책위원회, 청소년특별회의가 운영되나, 장애아동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지자체 경우에도, 장애아동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도, 전라북도 청소년참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작년에 제정하긴 했지만, 위원회에 장애아동이 참가, 참여하는 조치는 전무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소속 회원들이 2010년 12월 3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및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했던 모습 ⓒ에이블뉴스 DB

이러니 장애아동의 의견이 반영될 길은 실질적으로 막힌 거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장애아동에게 보장되어야 할 놀 권리와 관련된 경우도,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한 놀이터가 대부분일 수밖에. 장애를 고려한 놀이시설 안전기준도 장애인등편의법에 실질적으로 마련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장애아동도 다른 아동과 마찬가지로 역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주체요, 소속감 보장은 물론 인간다운 대우를 받아야 하는 등 권리 주체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을 볼 때 장애아동의 최대 이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연 장애아동이다.

따라서, 전문가나 부모 등이 아닌 장애아동 의견을 제일로 우선시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장애아동을 포함한 장애인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조력 의사결정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애아동의 의사를 제대로 존중하고 장애아동의 최대 이익을 고려하는 게 정책, 제도, 법령에 녹아들어야 하고, 이런 상태에서 장애아동 정책과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 청소년정책위원회와 청소년특별회의, 지자체 아동 참여기구 등에 장애아동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처를 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 될 것이다.

그럴 때 장애아동의 놀 권리가 보장되고, 원가정 양육 원칙이 이행돼 학대받은 장애아동의 원가정 기능 회복과 강화가 되는 등, 장애아동이 권리 주체인 게 그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아울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7조 2항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죄수로 나온 방구뽕이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외친 뒤 법정에서 즐겁게 외치는 모습 ⓒENA Youtube 캡처

요즘 화두가 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법정에서 한 죄수인 방구뽕이 성적에 얽매여, 놀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를 함께 외쳤다, 죄수와 함께 외친 어린이들의 모습은 행복한 권리의 주체, 그 모습이었다.

장애아동도 의사소통 지원이 된다면, 방구뽕과 같은 사람과 함께 ‘장애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장애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장애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를 외친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봤다. 그렇다. 장애아동은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 장애아동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자 권리 주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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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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