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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헬러의 ‘편견’을 읽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7-04 15:04:08
사람들은 판단을 하는 데 두 가지 유형을 가지고 있다. 정해진 규정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과 성찰을 통해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규정적 판단에서 널리 인정되지 않으면 이는 편견이 되고, 성찰 과정에서 피상적이면 편견이 된다.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인간은 태어난 것이 아니라 유전적 특징을 부여하여 인간세계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으며, 인간세계는 편견으로 존재하고 편견으로 고통을 받는다. 칸트는 경험은 날조되어 있고, 이성은 피상적이라 편견을 피할 수 없다며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고, 타인의 머리로 판단하고, 편견에서 자유롭게 판단하는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비판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플라톤은 인간을 계급화시켰는데, 황금의 영혼, 은의 영혼, 철의 영혼을 타고 난다고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편견을 제거할 수 없어 철학자들만이 견해가 아닌 진리를 말할 수 있다고 하더니 이런 편견에 가득찬 오만 속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프로이드는 어떤 문화이든 거북한 잔재물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플라톤은 귀천이 따로 있다고 한 것이고, 프로이드는 거북함은 편견이 존재함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긴 하지만 개별적 인간이다. 문화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진짜 자신이 아니라 모사일 뿐이다. 개인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 요소로서의 존재이지만, 개별성은 독창성을 의미한다. 남자는 개인이고, 얼굴은 개별성이다.

개인으로 보면 부끄러움은 도덕적 권력 앞에서의 반응이지만, 개별성으로 보면 타인의 시선이 권위가 되는 것은 편견이며, 양심의 권위만이 도덕성이다. 편견은 계층화의 잔재이다. 왕의 신분이 백성의 신분과 다르다고 하고, 그 이유는 신의 결정이라고 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인간은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없을 때에 신을 빌어다 사용했다. 이 신분을 인정할 때에 계층화는 편견이 아니지만, 그것이 진리가 아님을 눈치를 채는 순간 편견이 된다.

문화는 정체성을 가지는 고유성으로 인정되지만, ‘문화인’이란 단어의 어감처럼 문화는 교양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표준말은 서울 사람 교양인의 언어를 말한다. 사투리는 천하고 비교양이 된다. 문화는 교양을 내걸고 편견을 강요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진정한 어감을 이해하고 소통을 하기 어렵지만, 인간은 표정만이 유일한 공동 언어로 가지고 있다.

표정과 같은 반응 행동이 아니면 문화 속에서 과잉 일반화와 스트레오 타입에 의해 편견이 만들어진다. 스트레오 타입, 즉 유형화를 처음 사회학에서 말한 W.리프먼은 보고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하고 본다고 하였다. 진실은 이유도 없이 믿는 계시화된 진실(신)과 실존적 진실로 나눈다. 문화가 편견이 사라지면 동등하다는 문화 상대주의가 자리잡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선하고 싶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은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잘못을 하면 자신과 무관하다고 핑계를 댄다. 때로는 무식을 이유로 대는데 키에르케고르는 무식은 죄가 이나라고 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이 한 탓이 아니라 또 다른 자신이 한 것으로 핑계를 대는 데, ‘네 정신이 아니었나 봐’라고 말한다.

편견은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자기 확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생긴다. 그리고 트라우마도 전제조건이 된다. 과거 경험으로 상처를 기억하여 일반화시킨 것이다. 상상력도 전제조건이 되는데, 인간은 생각의 특성으로 상상이 논리적이든 아니든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편견의 발견은 진보성이다. 낡은 것들이 편견인 것이다.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이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개별적으로 보는 시선이 편견이 된다. 개별성은 정체성이나 독창성을 인정하는 좋은 것 같지만, 장애인을 먼저 보지 말고 사람을 먼저 보아야 편견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근대에 와서 신분제가 없어지자 비로소 서로를 비교하게 되었고, 가능성과 욕구가 균일해졌다. 돈과 권력과 명예욕은 아무리 채워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데,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시장이 형성되어 수량화되고 기술이 발달하자 노인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컴퓨터 사용처럼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이라는 틀을 만들게 되었고, 신민이 아닌 시민사회가 열리자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로 태어난다. 그럼에도 사실이 아닌 가치적 규범을 적용하여 자유롭게 태어났다고 말한다. 태어남을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장애인이 되는 것이 자유 선택이 아니라 장애인이 된 후 자유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할 뿐이다.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하다. 그리고 시장에 맡겨서는 재분배가 정당하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국가가 재분배에 개입하여야 한다. 이것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불평등의 격차는 정치적 실패를 의미한다. 우리가 박애라고 말하는 의미는 존엄성 인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 해방을 뜻한다. 해방에는 민족 해방, 노동자 해방, 여성 해방, 장애인 해방 등이 있다.

시장화로 인해 사유재산이 발생하는데, 사유재산은 도둑질이라는 비판이 있다. 자본가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챙긴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술이 오히려 자연과 인간성을 파괴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자유는 많은 책임이 따르므로 오죽했으면 ‘자유로부터 도피’라는 책이 나왔을까? 시설의 장애인도 자유로부터 도피자들인 셈이다.

장애인이 편견의 대상이 된 것은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무엇인가 힘들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장애를 불완전성으로 보고 무능력으로 간주한다. 노인들의 눈에 새로운 것은 악이 될 수 있다. 자연적인 악과 도덕적인 악이 존재하는데, 편견은 자연적인 악을 도덕적 악으로 내몰고, 다름을 악으로 판단하면서 스스로 불행과 사악함을 품는다. 악령이 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세상에서 악은 비롯되는 것을 우리는 편견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진정한 악은 변질된 이성이다.

합리화될 수 없는 죄는 없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으려고 자신이 먹을 물을 흙탕물로 만들었다고 하자, 양은 늑대 자리는 상류라고 하였고, 다시 늑대가 작년에 모욕을 당했다고 하자 양이 작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자 작년에 네 엄마가 모욕을 했다며 잡아먹었다고 한다. 이처럼 엉터리 합리화가 편견을 만든다.

인류는 편견으로 인해 이데올로기를 생산했고, 이데올로기는 이념이 아니라 이념을 담는 자루에 불과함에도 이를 맹종하여 세계 전쟁 속에 억울한 목숨을 희생시켰다. 정의롭지 않은 것과 차별은 대부분 편견에서 기인한다.

칸트는 독립생활을 하는 남성만이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고, 서프러제트(여성 운동가)들은 정적 정의가 아닌 역동적 정의로서 바로잡을 수 있었다. 차별론자들은 고정적 정의 신봉자로 성경에서 갈비뼈만 보았고, 운동가는 동일한 하나님의 모습대로 만든 것을 보았다.

정의는 징벌, 보호, 교정의 원칙을 가지는데, 마르크스는 불평등한 이유를 보편적 질투심이라고 하였다. 이 질투심이 전체주의를 만드는 데 악용된다. 정의는 욕구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문제는 재원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파르베누(Parvenus. 졸부)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고초를 겪은 구성원들이다. 하지만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양 처신한다. 선거에서 이런 파르베누들은 자신도 가난한 과거가 있다고 강조하여 표를 얻지만 신분이 달라졌다며 결국 부정해 버린다.

프로이드는 리비도(성욕)은 남성만의 것도 아니며, 여성과 아동도 성적 행동이 있음을 발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은 남자가 되려다 만 존재로 보았으니 여성은 거세 콤플렉스가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생각의 파생에서 장애인은 거신 콤플렉스가 생겼다. 과거는 당연한 진리로 보았던 여성은 결혼만이 결론이었던 것이 지금은 정치적 해방과 사회적 해방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막스 베버는 편견을 아는 철학자이지만, 나치를 옹호하는 오만과 편견을 가진 자였다. 낙인, 억압, 차별, 폭력은 편견에서 출발한다. 편견을 제거하면 동등한 것이고, 동등하다면 동등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자리를 만들어 같이 앉아야 동등한데, 우리 사회에 장애인의 자리는 아직 없거나 그 자리로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런 억압과 폭력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이상 편견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편견은 우상이며, 이런 우상을 가장 신봉하는 자들이 십계명을 지키겠다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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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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