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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희망을, 짧게는 신념을

‘희망의 심장박동’을 읽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20 15:20:16
다니엘 피셔는 젊은 나이에 생화학자가 되어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으나 스물 네 살 때 조현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서른 살을 지나 회복하게 되었다.

‘희망의 심장박동’은 그가 조현병에 걸린 기간 동안 자신의 내면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그리고 어떻게 회복하게 되었는지, 회복 이후에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건강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책이다.

다니엘 피셔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정신장애인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 수잰의 편지를 슬픔과 분노로 공감한 것이다.

그녀는 ‘회복 역량강화 패러다임’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대안적 치유센터를 창설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정서적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사람의 치료를 완전히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피셔는 그에 대해 ‘병원에 대한 대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답했다.

수잰의 편지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길게는 희망을, 짧게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희망과 신념은 무엇인가?

희망이란 우리 삶이 현재 절망 속에 빠져 있더라도 그 속에서 빠져나와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환청과 망상에 빠져 있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정신과 약물 복용으로 살이 찌고 정신이 멍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는 영구적인 고착이 아니라 일시적인 컨디션일 뿐이며 회복을 위해 거쳐가는 과정이자 삶의 의미를 찾고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계기라는 것이다.

여기서 회복은 정신질환 혹은 정신장애의 완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과 책임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있어 희망은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되어왔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느끼고 싶은지를 솔직하게 깨닫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언제든지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생산 활동과 사회 활동의 원동력이었다.

만약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식량을 구하지도 못하고, 전기를 쓰지도 못하고, 독재와 폭압에 저항하지 못하고,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고,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한다. 인류의 모든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희망이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절망에 빠져서 우리 생명을 유지하고 가치를 생산하고 자유를 회복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내게 된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절망이다. 희망은 우리 영혼의 심장박동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이며 그 희망을 되살리는 것이 바로 정서적 심폐소생술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념은 무엇인가? 신념은 우리의 희망과 열망에 대한 확신이다. 나 자신과 동료들, 우리 모두가 원하고 꿈꾸는 것들이 단순한 망상이나 신기루가 아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정신장애인에게는 정신장애인을 억압하는 현재의 정신건강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믿음과 노력, 그리고 그 전략을 의미한다.

희망이 단순히 머릿속의 생각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공상에 가깝다. 그러나 희망은 신념이라는 단단한 껍데기와 결합하여 더욱 확고해지고, 더욱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성리학에 이기론이라는 것이 있다.

사물이 존재하고 작동하는 추상적인 원리인 이와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현시키고 실제로 작동시키는 기가 만나 우주가 작동하듯이, 정신장애인의 해방을 위한 여정도 희망과 신념이 결합하여야만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길게는 희망을, 짧게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은 정신장애 운동 전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메시지이며, 정신장애인과 동료지원가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기적으로는 멀리 보이는 희망을 놓치지 말고 계속해서 바라보며 나아가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구체적인 상상과 목표, 전략을 신념으로 다듬어 랜턴처럼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거대한 희망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은 신념들이 선순환을 이루면 당사자 자신과 공동체의 회복과 승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나의 정신장애 운동의 좌우명으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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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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