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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심리 방역은 안녕하십니까

신경다양인의 삶과 죽음-1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10 14:23:54
지원 대상을 정신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기도 청년마인드케어 사업 안내.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원 대상을 정신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기도 청년마인드케어 사업 안내.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6월은 신경다양인들과 당사자 단체들에 매우 뜻깊은 날이다. 6월 18일에 자폐 긍지의 날(Autistic Pride Day)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자폐인들의 현실은 경사(慶事)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올해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6세 발달장애인과 그 모친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둘 다 숨졌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60대 여성이 30대 장애인을 딸을 살해 후 자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3월 2일에도 각각 8세와 20대 발달장애인이 부모에 의해 숨졌다.

잇따른 비극적인 죽음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의 부모 단체들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며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의 생존권과 심리적 어려움을 존중하지 못한 데에 따른 자성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의 생존권은 너무나도 중차대한 문제이고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권리이지만, 나는 정신장애인이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지난해 초, 발달장애인 A씨가 오랜 실종 끝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알려진 실종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답답한 나머지 어머니와 외출을 하기 위해서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의뢰하여 실시된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62%가 시설의 휴관으로 인해 발달재활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장애인복지관의 휴관은 더욱 심각하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가 97%에 이른다. 게다가 이것은 발달장애인 부모만을 응답 대상으로 설계한 것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생각과 의견은 해당 설문 조사에서 전혀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간한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에서도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응답 비율은 전체 2.8%에 불과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당사자의 심리적 어려움(2가지)에 대한 응답으로 답답함이 72.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분노(44.7%), 무기력(28.9%)가 뒤를 따랐다. 응답 수가 많지는 않지만 많은 발달장애인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발달장애인들은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기존의 발달장애인 시설 및 서비스의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정신재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치료’의 대부분이 감각통합, 미술치료, 언어치료 등에 국한되어 있으며, 심리상담 서비스는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초발 정신질환자에게 제공되는 복지서비스의 대표격인 ‘경기도 청년마인드케어’ 사업에서도 질병코드를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정동장애, 신경증으로 제한하고 있어 발달장애 코드만 부여받은 발달장애인은 정신치료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발달장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라지만, 발달장애계의 무관심과 정신장애계의 배타적인 태도로 인해 발달장애인은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을 어느 곳에서도 받기 어렵다.

물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복지 역시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장애 진단서만 받아 센터에 등록하더라도 대부분의 문제를 혼자 해결해나가야 한다.

필자는 ‘기능이 좋다’라는 이유로 담당자가 바뀔 때에만 센터의 전화를 받았으며, 정신재활 프로그램도 언감생심이었다. 게다가 ‘심리방역 키트’랍시고 다 죽어서 썩어가는 콩나물 키우기 키트를 줬다.

결국 필자는 누적된 정신적 문제로 응급실에 방문하는 엔딩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정신복지 서비스에서 정신장애인의 욕구 반영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달장애인의 욕구 반영을 바란 필자가 비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부모단체는 여전히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돌봄지원서비스’가 실행된다고 해서 발달장애인이 행복할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의 심리적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서비스는 발달장애인의 사망 원인을 ‘타살’에서 ‘자살’로 바꿀 뿐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모든 사람들은, 이 글을 보는 즉시 당사자의 마음 건강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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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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