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M이 수입해 운영 중인 영국의 택시전문 차량인 블랙캡. ⓒYTN 캡처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 문제 그중에서도 장애인콜택시라 불리는 특별교통수단에 주요 관심사는 특별교통수단 차량 대수, 운행과 이동 거리, 대기 시간에 대한 것으로 한정된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물론 특별교통수단이 도입된 후 위의 문제점들이 가장 시급하고, 불편한 사항이다 보니 주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특별교통수단에 있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휠체어와 같은 보장구를 탑승한 채 차량에 탑승할 수 없는 차량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특별교통수단에 사용되는 차종으로는 현대자동차 스타리아(구 스타렉스)와 기아자동차 카니발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두 차량은 사람 중심 이동이 목적이라기보단 화물과 다수의 사람을 동시에 이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승합차로 분류되어 장애인에게 맞게 설계된 차량은 아니다. 따라서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탑승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관계로 승차감은 확실히 편하지는 않은 문제점이 있다.

또한, 탑승을 위해 중증장애인이 트렁크 문을 열고 개조된 부분에 탑승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트렁크 부분은 사람의 탑승을 전제로 설계한 것이 아니므로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안전성을 들 수 있는데 일단 기존에 출시된 차를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개조 후에는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차량 탑승 후에도 보장구를 고정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장애인 승객에 대한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차량 뒤로 승하차를 하다 보니 다른 승객들과 분리되고 구분된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러한 형태는 마치 장애인을 구분하고 특별히 무언가를 해주어야 하는 존재로 대중들에게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차량 개발단계서부터 휠체어를 포함한 장애인의 탑승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승용차이지만 휠체어 이용장애인도 탑승이 가능한 범용 차량 즉, 다목적 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이 영국의 택시전문 차량인 TX5 흔히 블랙캡으로 불리는 차량이다. 블랙캡은 영국 런던에서 운행하는 택시로만 운행하는 차량으로 외국 관광객들과 런던 시민들의 화물과 승객 운송을 위해 제작된 차량이다.

필자는 2016년 이집트에서 개최된 세계장애인대회에 참가했을 때 대회 주최 측이 준비해 놓은 장애인 이동 차량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먼저 이 차량의 장점을 꼽는다면 승용차로 구분되어 있으나 차량 자체가 낮게 설계되어 있고, 뒷좌석이 트렁크 공간에 바짝 붙어 있어 상대적으로 가운데 실내공간이 매우 넓다.

따라서 이 차는 휠체어를 탄 채 가운데 공간으로 승·하차가 가능하며 차량 자체가 승용차보다는 천장이 높아 머리에 닿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동승자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굳이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개조하지 않더라도 경사로와 휠체어 고정장치 및 안전띠 등만 추가한다면 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고요한M이라는 이동지원 회사에서 이 차량을 수입하여 운영 중이다. 다만 이 차의 가격이 일억이 넘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중화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범용 차량이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추진 중인 것이 PBV(Purpose Built Vehicle)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차량은 제작과정에서부터 승용차와 승합차 등으로 구분하여 제작되었다면 PBV는 차량에 기본적인 프레임만 제공하고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택시나 캠핑, 오피스 등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제작된 차량을 뜻한다.

필자는 여기에 휠체어를 이용한 장애인도 탑승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장애계에 의견이 반영되고, 관련 연구 또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장애인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 소외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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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욱 칼럼리스트
‘우리나라 장애인이 살기 좋아졌다’고 많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정말 그럴까?’ 이는 과거의 기준일 뿐, 현재는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장애인정책과 환경도 변해야 하지만, 이 변화에서 장애인은 늘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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