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혜 교수가 서울복지재단 웹진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 엮은 책이 ‘수다 떠는 장애’인데, 이 제목은 웹진의 고정칼럼 코너명이기도 했다. 2009년에서 12년까지의 칼럼이니 다소 세월이 지난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장애인 당사자로서의 감수성이 진하게 담겨져 있어 장애 인식 개선 교사에게는 좋은 소재와 방향을 안내하고, 독자에게 올바른 장애 인식을 일깨워준다. 2015년 발행 후 꾸준히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장애인 인식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당사자 입장에서 피력한 것들이다.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조언들과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제2부에서는 장애학을 소개하고 있다. 복지학이나 사회학과 다른 장애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해준다.

장애인이 가장 힘겨운 차별과의 싸움은 시선인데, 장애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탄생한다고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비만도 장애이다. 우월과 열등의 이데올로기가 여기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초등학교 때에 줄넘기 대신 훌라후프를 했는데, 한 손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이름보다 병명으로 환자를 부르기도 하는데, 장애인은 장애 명칭이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유학 친구가 유학시절에는 하지 않던 의수를 한국에 와서 왜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의수는 하이힐과 같다며 사용하면 불편하지만 맵시가 난다는 표현은 상당히 공감이 갔다. 지구를 구하는 강한 슈퍼맨보다 돌연변이로 이상한 힘을 가진 엑스맨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사회 통합은 정체성 인정에서 소수자의 눈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하였다.

별명은 권력의 하위에 놓인 사람에게서 상처와 고립감이 증폭된다. 그리고 ‘장애우’란 용어는 장애인이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장애우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비문법적 문장이 된다며 별명은 비하가 아닌 애정과 관계 맺음의 용어이기를 희망하였다.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는 고정관념이 들어 있고, 장애인을 온정적으로 보거나 의존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복지 시스템도 이와 같아서 이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장애체험은 장애인을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기 쉽고, 장애 차별이나 사회적 억압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어서 장애인 보조기를 한번 사용해 볼 뿐 진정한 장애체험을 하지는 못한다. 이에 반해 장애 인형은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친화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므로 긍정적으로 보았다.

장애가 수용되면 장애인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트나 유머로도 발전하는데, ‘장애인 되면 좋은 것도 많아’,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라고 하는 유머에 웃으면 안 되느냐고 말한다. 감동과 위안의 드라마만이 아니라 삶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울리고 웃기는 이야기도 당사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그것을 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였다. 인식 개선 교육에서의 소재로도 말이다.

우월과 열등이라는 갑을 관계에서 인식 개선 교육은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는 있으나 실생활에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충분히 다루지는 못한다고 하면서 이해와 공감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인식 개선 교육은 동등한 욕구를 가진 인격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장애인을 도우려는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스스로 하도록 기다리는 자세와 지지가 필요함을 설명하고, 다음 단계로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대해 설명하기를 제안한다. 장애인이 인식개선 교육에서 갑이 되어서도 안 되며, 존중과 다름에 대한 공감과 예의를 알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장애인가족이 되는 것을 저자는 어느 지역 여행을 가다가 불시착한 것에 비유하면서,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불시착한 곳을 즐기면 된다고 말한다. 장애를 가진 부모로서 살아가는 것에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이며, 자립생활의 삶에 대한 복지의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하였다.

저자의 부모의 입을 통해 장애를 둔 부모의 이야기에서는 엄마가 강해져야 하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장애로 인해 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지 못한 것을 저자의 어머니가 가장 속상해 했다며, 저자는 여성 장애인은 결혼이 사회통합의 증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를 생각하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고 하였다.

장애인 앞에서 아이들의 울음을 달래기 위해 ‘말 안 들으면 저 사람처럼 된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며, 특히 버스는 시선을 피할 수 없는 특수공간이라고 했다. 장애인을 위한다며 당당하게 살라고 하는 말도 불편하다며, 지금은 그런 말을 들으면 ‘아주머니도 당당하게 사세요.’라고 대꾸를 한단다.

전 교수는 지하철 환승의 불편한 경험, 무늬뿐인 장애인 좌석을 이야기하면서 장애인은 정상이라며 정상으로 살 수 있게 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들은 매일매일 예측 불허의 상황에 노출되어 불편을 경험한다고 하면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에 대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장애인을 주체자로 살게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장애를 숨기기 위해 팔에 깁스를 하고 비장애인인 것처럼 위장한 장애인이 깁스를 풀고 장애를 수용하고 정체성을 가지고 지금은 생활하고 있는데, 깁스한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힘들었겠다고 말하면, 원래부터 한 손이 없었던 자와 잠시 손이 불편한 사람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한 손으로 훈련된 손이 어떻게 같겠느냐고 하였다.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것은 동일한 조건이 될 수 없어 한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 같다.

장애인이 불편함 속에서 나름으로 적응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장에서는 장애인에게 편한 것은 모두에게 편하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소개한다. 우리 사회가 정신적 장애인에 대해 진정 사회참여를 원하는지, 복지혜택을 어느 정도 주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논하면서 진정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하였다.

저자는 사회학적 입장에서 차별과 권력을 이야기하는 영국의 장애학과 미국의 문화인류학적 인문학적 장애학을 언급하면서, 장애학을 알게 된 동기와 장애학이 자신에게 치유적 성격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은사이신 이익섭 교수의 사회모델을 잊지 말라는 생의 마지막 충고도 소개한다. 전쟁이 장애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하는데, 장애인을 기생이 아니라 기여자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낙인과 억압에서 벗어난 장애 자부심이 필요하며, 미국처럼 한국도 장애인의날이 장애 자부심의 행진의 축제날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문화의 수용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황동지원사의 이야기에서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방법은 ‘김비서 냉장고에 넣어’가 답이라는 말로 상급자의 태도를 풍자하면서 황동지원사에게 그런 태도면 안 된다고 하였다. 진정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립생활센터가 중증장애인 고용을 하는 장을 열고 있다며 지역사회 통합을 이루는 정체성을 확보하기를 기대하였다. 미국은 장애인 입양이 혜택이 많아서나 동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양육의 행복과 사랑이라며 우리가 그렇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저자는 30대가 불안한 사회에서 또다시 40대의 꿈을 꾼다며 청년의 고민을 언급하고, 사회복지사로 여성화된 것이 적합직종인가, 열약해서 여성만이 그 정도의 처우에 만족하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창살인지를 고민하고, 노인시설이 현대판 고려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하고 있다.

전 교수의 장애인으로서의 경험과 학자로서의 혜안이 우리가 어떻게 인식 개선 교육을 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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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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