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4살, 둘째가 3살이 되던 해,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 여행을 가보기로 말이다. 여행을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였지만, 도무지 연년생을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 때까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둘째는 조금 순했지만 너무 어렸고, 첫째가 밤에 이유없이 깨서 1~2시간을 우는 아경증도 있었고, 낯가림 대마왕에, 먹는 것도 너무도 안 먹는 까탈, 예민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집에서 친정 엄마와 나, 어떤 때는 친정 아빠, 남편, 활동 지원사 이모님 이렇게 다 붙어서 육아를 하는데도, 연년생을 키우기에 힘들어서 허덕이고 있었다.
유독 잘 울고 짜증이 많고 밥도 안 먹으니 첫째로 인해 모두가 너무 지쳐있었다. 아무리 순하다 해도 아기인 둘째까지... 함께 여행하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여행을 못 가면 좀이 쑤셔서 미치는 나는, 첫째만 있을 때 친정 엄마께 맡기고 남편과 짧게 다녀온 여행이 전부였다. 근데 갈수록 자꾸 여행이 가고 싶어 미치겠는거다. 친정 엄마한테 둘을 다 맡기고 가기는 너무 미안한데, 정말 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했다.
궁리를 한 끝에, 모두 함께 가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연년생 코 찔찔이 둘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남편과 내가 그나마 친정 엄마, 친정 아빠가 함께 여행을 가면 그래도 좀 갈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부모님 찬스를 써서 남편, 나, 연년생 코 찔찔이 둘~ 모두 함께 여행을 가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고는 바로 어디로 갈지 찾아보고 곧바로 정보 검색에 돌입했다.
가족 여행, 특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을 검색하니 필리핀, 베트남, 괌, 말레이시아 등 몇 군데가 나왔고, 하나하나 검색을 했다. 내가 가본 곳은 좀 제외하고, 새로우면서 뭔가 끌리는 곳을 가고 싶었다.
정보를 찾던 중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반딧불이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딧불이 투어를 보자 마자 바로 코타키나발루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 곳을 정하고는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몇 가지 할만한 투어도 예약을 하며 부푼 꿈과 설렘에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준비를 어느 정도 해 놓고 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서도 어른 5명이 지칠 정도로 힘든데, 만약에 여행 가서 더 힘든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혹시나 애들이 아프면 어떻게 하지? 첫째가 밤마다 울면 어떡하지? 맨날 울고 떼쓰고 짜증 내면 어쩌지? 밥도 안 먹으면 뭘 먹이지? 비행기에서 울면 어떡하지... 등등 가기 전 날까지 오만 걱정이 다 들었다.
출발하는 날까지도 밤 비행기이어서 타기 전까지 징징 울면 어쩌나, 비행기에서 내내 울면 어쩌나 걱정을 이만저만 한 게 아니었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을 했고, 언제 출발하느냐고 좀 보채긴 했지만,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 마자 거의 바로 둘 다 잠이 들어버렸다. 너무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중간에 깨지도 않고, 5시간 비행 후 착륙을 하니 둘 다 스르륵 깨더라는 것이다. 코타에서 지내는 4박 5일 동안에도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다니고 해서 그런지 저녁을 먹고 나면, 좀 잠 투정을 하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밤에 깨는 것도 살짝 좀 깬 것 말고는 크게 없었다.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코타에서 나는 애들 먹는 것도 걱정을 엄청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걱정할 일이 없었으며 오히려 집에서 보다 훨씬 잘 먹었다. 그리고 여행을 오니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첫째가 집에서 와는 다르게 훨씬 덜 힘들었다.
낯가림이 엄청 심한 애가 여행 와서 온갖 낯선 사람을 봐도 신기하게 울지 않았다. 여행병이 있는 나를 정말 닮아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크게 별 일이 없었다.
우리 가족의 첫 해외 여행, 코타키나발루는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되고 있다. 조금 힘드셨을 친정 부모님도 자식들과 손녀들과 함께 한 여행이 너무 소중했다 하셨다. 나와 남편도 마찬가지로 일과 육아에 지쳐 있었는데, 힐링과 여유를 조금이나마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코타 숙소 침대의 푹신함과 창문으로 봤던 별님에게 소원 빌었던 것, 반딧불 투어에서 배를 타고 봤던 반짝 반짝 요정들을 기억하고 있다.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나는 어쨌든 실행을 했다. 막상 하고 나서 보니 거의 대부분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코타키나발루에서 첫 가족 여행이 안 좋은 기억들만 있었을 수도 있다. 그건 해보기 전에 장담하긴 어렵다. 하지만, 안 좋은 기억이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며 그조차도 추억과 교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낯선 여행에서 겪을 고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여행을 아예 실행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 가족이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은 진짜 전혀~ 하나도 없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 여행으로 힐링을 하고 와서 우리 가족 모두가 더 행복해졌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든,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앞뒤 따지지 말고 그냥 실행 해보라! 실행의 마법은 어느 누구나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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