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업고 있는 모습. ⓒ김영심

2022년 열네 번째 편지 : 5월 23일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민정아!

네가 우리의 곁으로 온 지도 어언 17년이 되었구나!

태어나면서 선천성 심장병으로 인한 고열로 뇌의 기능이 손상되어 뇌병변 중복장애를 겪게 한 것에 대해서 엄마는 너무도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

우리 딸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덜 받고, 일하는 것을 그만두었으면 이렇게 장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아! 그래도 우리 딸 선천성 심장병과 폐쇄부전 등 정말 많고 많은 병을 치료받으며, 너무도 예쁘게 자라주어서 고맙단다.

엄마에게 민정이는 생명과도 같은 딸이기도 하지, 그런데 그렇게 귀한 딸이지만 너를 길러온 17년이란 세월은 결코 녹록지 않았단다. 남모르는 양육의 아픔도 많았지.

너를 업고 시내버스를 타고 병원을 이동할 때는 “덩치 큰 아이가 엄마 힘들게 왜 업는지 모르겠네! 쯧쯧 “하는 이들도 있었고, “다 큰 애가 아직도 유모차를 타고 다니냐” 하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믿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

엄마도 민정이가 우리에게 선물로 와주지 않았다면, 세상의 많은 부분을 엄마가 알던 대로 믿고 쉽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르지. 그런 면에서 민정이가 고마울 때가 많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아. 장애아동과 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도 부족하기도 하고 어린 딸 우리 민정이 갈 만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구하는 데 애를 많이 먹어야 했었지.

우리가 사는 지역은 우리 딸이 다닐만한 어린이집은 그리 많지 않았잖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었으면 했고, 그래서 엄마는 우리 딸을 업고서 많은 기관과 책임자들을 찾아가 장애아이를 위한 보호 및 교육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하고 설득하곤 했었지.

지금의 우리 지역은 장애아이를 위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예전보다 좀 다양해졌어. 그리고 엄마는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관련 시설이 우리 지역에 많이 생겼으면 하는 또 하나의 간절한 소망이 있단다.

우리 딸 민정이와 함께한 17년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우리 딸의 장애가 아니었어. 바로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들이었지.

2015년 9월 19일 오늘 딸 민정이와 단둘이서 영랑호를 처음으로 걸었잖아.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다리도 지어서 타기도 하고, 뒤에서 밀면서 가기도 했는데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내가 정형외과 의사인데 아이 걸음걸이가 팔자걸음인데 똑바로 걷게 하세요”하면서 말을 건네왔잖아.

엄마는 “우리 딸이 이제 스스로 보행한 지 1년 좀 되었고, 보조기 뺀 지가 한 달 남짓해요! 9년 만에 걷는 아이인데 어찌 팔자걸음까지 교정하면서 걸을 수 있나요?”라고 반문을 하자, 의사분은 미안하다면서 황급히 가버렸지.

‘누가 팔자걸음 걷고 싶어서 걷나? 스스로 보행하는 것만 해도 우리 딸 민정이가 기특한데 그냥 지나가지 무슨 말이 많은가? 옆에 사람이 힘들어 보이면 어떨 땐 아무 말 하지 않는 것도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지.

유모차에 타고 있는 딸과 함께. ⓒ김영심

자전거를 타고 있는 딸. ⓒ김영심

그리고 우리 딸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할 때 혈관을 찾아야 하는데 하도 많이 찔림을 당해서 남아있는 혈관이 없었지. 그래서 인턴,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혈관을 찾아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찌르는 것을 볼 때 엄마는 무척 속상했어.

그때 엄마는” 선생님들 이러다 우리 딸 잡겠네요. 병 고치러 왔다가 혈관 자리 찾느라고 주삿바늘 찌르느라고 우리 딸 죽게 생겼네요. 아파서 지금 울고 있으니, 조금 있다가 울지 않을 때 그때 혈관을 찾읍시다.”라고 말을 하니 인턴 선생님 한마디 “아니에요. 지금 해야 합니다. 손과 발에 혈관이 없네요. 중심 혈관에다 주삿바늘을 꽂아야 하겠어요”하면서 중 심혈관에다 주삿바늘을 꽂았었지.

인턴 선생님은 우리 딸이 처음이라고 했었어. 어찌나 헤매던지 완전히 ‘표본실의 청개구리’인 양 실험대상인 듯한 생각이 들더구나. 결국은 중심혈관도 4번 이상 주삿바늘로 찌르더니만 성공도 못 하고 우리 딸만 고생만 엄청나게 했지. 결국은 정맥주사팀 수간호사선생님이 오셔서 한 번에 손의 혈관을 찾아 성공시켰지.

엄마는 인턴 선생님께 “그것 봐요. 내 말을 듣지, 잘하지도 못하면서 우리 딸만 생고생만 했네요. 앞으로 보호자 말도 들어가면서 일들을 진행하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건넸어. 물론 의료진의 수고를 폄훼하는 것은 절대 아니야.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엄마는 엄마 자신의 편견에 의한 충고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 더 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엄마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믿어. 그리고 믿고 싶어.

자전거를 잡고 걷는 딸. ⓒ김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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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칼럼니스트 한국장애인연맹 강원 DPI 활동가이자 세계는 민정이 놀이터 행복 강연가로 민정이와 엄마인 저의 성장 스토리를 연재한다.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그리고, 차별을 넘어 나눔과 배려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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