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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과 장애인운동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5-19 14:57:1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 그리고 학계에서 논란이 뜨겁다. 제주대 고봉진 법대 교수는 전장연의 투쟁을 악셀 호네트의 인정 투쟁 이론으로 해석하였다. 개인의 정체성은 주체들 간의 상호 간의 인정에서 비롯되는데, 투쟁은 인정투쟁과 자기보존 투쟁이 있다. 객체로서의 자아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상(Me)이고, 타인이 나를 무시할 때 나타난다.

인정을 거부(무시)당할 때 도덕적 불의의 감정이 생기는데, 이때 주체로서의 자아는 객체로서의 자아에 반응하여 새로운 객체로서의 자아를 얻으려 한다. 이를 인정 투쟁이라고 한다. 정체성 투쟁은 사회적 무시가 동력이 되며, 인격 상실의 위협을 느끼게 한다. 무시가 인정 관계를 재구성하려는 투쟁으로 나타난다. 장애인 인권은 배려나 보살핌이 아니라 권리이며, 고통이라는 역사적, 구체적 차원에서 전개된다. 이론이라 좀 어렵게 들리는데, 권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투쟁한다는 말이다.

인정의 기대가 훼손될 때 야기되는 도덕적 경험의 틀 속에서 저항과 봉기의 동기가 형성된다. 톰스는 투쟁의 원인을 실용적인 이익갈등이 아니라, 도덕적 불법 감정에서 찾는다. 인권운동이 배고픔이 아니라 평등의 기대라는 것이다. 고 교수는 지하철 투쟁을 권리에 기반한 봉기로 바라보고 있다.

박병기 교원대 교수는 권리는 처음부터 공평한 것이 아니라 재산이 신분과 전쟁, 국가를 출현시켰다고 하였다, 박 교수는 백성의 신음에 귀 기울이는 법문을 해야 한다고 한 원효, 왕후장상이 원래 씨가 따로 있느냐고 외쳤던 만적, 보국안민에 목숨을 던진 전봉준 등을 인권 영웅이라 하였다.

서구에서도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천부적 권리를 주장했으며, 그 권리는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권존중이 산업화 성공을 이루게 하였다고 하였다.

인권사상의 뿌리를 서구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3·1 운동, 4·19 혁명, 동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리고 이제 장애인들에게서 인권 외침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라고 하였다.

출근길 불편과 고통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 주장에 면죄부가 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요구에 대해 한 정치인이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동을 했다고 지적하였다. 박 교수는 그는 트럼프와 같은 비상식적 정치인이며,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이기를 믿는다고 하였다.

김양식 박사는 한국 민주주의 뿌리는 동학이므로 이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학에서 촛불혁명까지를 민주주의 역사라 하면서, 최재우의 평등사상은 오만 년 만의 개벽이라고 하였다. 인내천, 사인여천은 상생과 배려를 나타내며, 향아설위는 자아존중을, 이천식천은 생태와 환경에 대한 자세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전봉준 재판기록에 오로지 원통한 백성을 위해 깃발을 들었다고 적혀 있다며, 갑오개혁이 성공했다면 식민지화가 더 빨라졌을 수 있다고 하면서 척양척왜, 보국안민을 외친 동학이 유일하게 사태를 직시한 것이며, 정의는 공정하고 올바른 도리이고 마이클 셀던이 사회문제의 새로운 대안에 공공성과 공동선을 찾는 것이라 했으니, 동학이 정의라고 하였다.

동학은 지방 관리의 탐학과 부패에서 출발한다. 사상은 평등이나 민비를 축출하기 위해 흥성 대원군과 내통하였다거나, 일부 두령이 자칭 왕이라 한 것은 티끌이다. 그리고 실패 원인은 내분과 의사결정의 시간적 소비였다. 군 문화가 부대찌개를 만들었다면, 전주비빔밥은 동학혁명의 산물이다. 하지만 생애 비빔밥처럼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목숨을 바쳤다.

학자들과 시민들이 이렇게 동학과 비교하면서 전장연의 장애인 투쟁운동을 인정해 주니 참으로 의미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언론이 외국의 인권역사에 약해서인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국가의 헌법 전문에 나올 정도로 대단한 민주화나 평등 혁명으로 보고 국산 사상을 연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장애인으로 인한 지하철 대란을 대단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의견이 갈린다. 전장연을 옹호하면서 이동권을 계속 주장하며 불편을 참아왔는데, 결국 정부가 배신을 하여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이해하는 입장, 투쟁의 방법 외에는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옹호하는 입장,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평등이냐고 화를 내는 입장 등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가 휠체어 보험적용을 정책 건의하였으나 통하지 않자 건강보험공단 점거로 해결했다거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시청을 장기 점거하여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지원받았다는 결과를 보면 투쟁이 가장 확실하고 실효성 있는 요구 방법인 것이 분명하다.

처음에는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하철을 세웠는데, 이번 투쟁은 양상이 좀 다르다. 시민들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이 있으니 모든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토론회에서 그런 주장도 하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장연의 주장은 예산 투쟁이다. 모든 정책은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새 정부와 기재부 등은 장애인예산 보따리를 가지고 와서 답하라는 것이다. 전장연의 투쟁의 특징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받아달라는 주장과도 좀 다르다.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은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그 대안이 흡족하지 않으니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장연의 투쟁은 요구안의 관철에 목숨을 건다. 그러니 일부를 들어주고 조정하는 노동투쟁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띤다. 정치권 입장에서는 무조건 백기 들고 항복하라고 하니 만날 수 없다고 한다.

보통 요구안이 있어 농성을 하면 정부는 농성하면 들어준다는 선례가 되면 안 되므로 일단 농성을 풀면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일반적 태도이다. 하지만 전장연은 요구를 받아야만 행동을 그친다고 하니 협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다음으로 전장연의 투쟁 방식은 가장 자극적인 방식을 찾는다. 지하철을 장애인이 줄을 서서 탑승하거나 버스를 세워서 집단으로 타는 등의 행동, 그리고 정치인의 공식 석상을 가로막거나 주택 앞 농성을 택한다. 이것은 가장 효과적일 수도 있고 이론적 투쟁보다는 감정적 대응을 유발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장연은 진보 세력과 연대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치세력화의 수단일 수 있으나, 특정 정치 집단의 다른 집단의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장애인계 내에서 전장연의 운동권 세력을 형성하면서 장애인계 전체의 참여로 확산하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어떤 장애인단체에서는 대표의 우상화나 실적주의, 운동권으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권위주의까지 생긴 것이 아니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 중에 대부분 중증으로 힘든 운동에 참여시키는 것이 자발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무리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비인권적인 것이 아니 냐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전장연의 희생과 선도적 활동으로 모든 장애인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이들도 많다.

전장연의 행동이 반이성적이라고 한 발언이 있는데, 이성의 의미가 감각적인 것에 반한 것이라면 전장연은 철저한 계산속에 이성적일 수 있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바꿔 말하면 혁명이나 투쟁에 상식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전장연 투쟁에 대한 비판을 공격으로 보고 비하나 갈라치기로 몰아 반박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예산은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것이니 사업의 확장 수준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장애인권리예산을 제시하고 내어놓으라는 주장은 전문가가 아니면 애매하고 모호할 수 있다.

예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지하철을 세우겠다고 한 성명은 단호함을 보인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협박처럼 들릴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부도수표를 장애인에게 날렸다는 것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동지원 예산을 협상안으로 가져오면, '탈시설 예산은 없네' 하고 비판을 하니 전장연이 문제를 내고 정부가 답을 하고 꾸중을 듣는 형상이다.

어떤 운동이나 투쟁이든 시민의 공감대가 매우 중요한데, 투쟁으로 장애인 문제를 이슈화한 것은 성공하겠지만, 시민들의 장애 인식이 두려움이나 부담으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의 장애인 권리 찾기 운동사는 입법활동과 사법투쟁, 그리고 행정부의 인권감수성에 기반한 약속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 약속은 논의의 장과 위원회를 통한 방안 마련 과정을 거쳤다.

외국 인권운동가들은 전장연의 투쟁 비디오를 보고 한국은 미개한 나라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해결할 논의 구조를 만들고 모든 시민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는 투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정치권에서도 시민들의 불편과 장애인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통의 정치적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불통은 영웅을 낳고, 추종자와 시민들에게는 고통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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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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