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신고 후 휴대폰 위치추적이 진행됐다. ⓒ정현석

“좀 일어나 봐라. 정현석이라는 사람이 여기 있는 것이 맞냐면서 경찰관이 너를 찾는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이틀 후 타고 나갈 장애인 콜택시의 예약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던 나를 부모님이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아직 잠이 덜 깬 나에게 빨리 나가보라며 다시한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밖에 경찰이 와서 너를 찾는다니까? 우선 빨리 나가봐.”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경찰이라니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지팡이를 짚고 거실로 나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경찰에게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를 물었다.

“본인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전화도 안 되고 메시지를 보내도 한 시간째 읽지를 않는다면서 실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댁으로 방문해서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몸도 불편하시고 늦은 시간에 날씨도 안 좋아서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 보니 여기로 위치가 잡히더라구요. 아무 일 없어서 다행입니다. 저희들은 가 보겠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부모님 댁이라는 것을 가족들에게 확인한 경찰은 그렇게 돌아갔고, 방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보니 열 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와 그 이상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시지와 전화의 발신자는 회사 동료들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듣게 된 실종신고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날은 오후부터 돌풍과 비가 예정되어 있었다. 승강기가 없는 3층에 자취방이 있기 때문에 난간이 비에 젖거나 바닥이 미끄러운 경우 크게 다칠 위험이 있고, 바람이 센 경우에는 중심을 잡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부모님 댁으로 귀가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저녁이 되고 오후 9시가 넘어가면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출발일 기준으로 3일 전 자정부터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 콜택시의 배차를 받아야 출근이 가능했기에 편하게 잘 수도 없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졸기 시작했고, 방바닥에 놓아둔 휴대폰을 볼 수도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10시가 넘어 회사 동료가 문자를 보냈으나 계속 응답이 없자 이번에는 전화를 해봤다고 했다. 물론 의자에 앉아 정신없이 졸고 있던 나는 전화가 오는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내게 전화를 했던 그는 “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한다. 다리에 통증을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불안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사내 상급자와 통화를 통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 자취방의 주소를 알아냈고, 내게 연락을 해도 무응답인 시간이 길어지자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자취방 주소로 경찰이 방문했으나 아무 인기척이 없었고, 결국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나를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그들이 고맙다.

누군가는 “고작 한 시간 좀 넘게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일을 곱씹어 볼 때 동료들에게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주민등록상, 그리고 사회 통계상 홀로 사는 1인 가구이며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이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가족들이 멀리 살고, 나에게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렇게 관심을 갖고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고 체크 하는 이들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내 개인의 안전은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으리라.

언제부터인가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삶을 떠나면서조차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그 흔한 부고 연락이 아닌, “심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은 그 후에야” 죽음이 확인되는 그 고독사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메시지와 통화에 반응이 없자, 몸 상태를 걱정해 신고해준 이들이 고맙다.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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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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