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올 7월부터 안심소득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와 무엇이 다른 것이며, 우리 장애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애인 기본소득제 실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안심소득제의 핵심은 하후상박(저소득일수록 더 많이 받는 형태)이다. 즉 일정 소득 이상이면 세금을 내고 덜 받아가고, 그 밑은 세금은 안 내고 많이 받아가게 하는 방식이다. 궁극적 목표는 양극화 해소와 복지 효율화이다. 기본소득제에 비해 적은 재원으로 시행 가능하며, 기존 복지의 통폐합을 통한 행정 과정의 단순화를 통해 복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복지 서비스는 현금 서비스와 현물 서비스, 감면제도가 있다.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연금이 현물서비스이며, 바우처제도나 직접 제공되는 서비스가 현물 서비스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기세감면이나 교통수단 이용료 면제 등이 감면제도에 해당한다.

이런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준을 정하여 대상을 선정하고, 서비스의 질 관리를 하는 등 행정비용도 많이 들고, 어떤 방식으로 하든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서비스의 이용은 공급자 중심이며, 이용자는 이용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는 개인의 선택에 의한 신청에 의존하지만 서비스 종류마다 기준이 복잡하여 전달체계가 복잡하고 이용자의 선택권은 제한된다.

어떤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정부가 정하고, 이용자는 단지 이용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어진 서비스 양은 필요 이상이 되더라도 소비해 버리므로 낭비가 발생한다. 가정에 물을 공급하면서 밥을 짓는 물, 설거지용 물, 마시기 위한 물 등을 정하지 않듯이 어느 정도 소득을 보전해 주기만 하면 소비는 이용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물을 공급하면서 물의 양을 정하여 목욕용이라고 하고 준다면 누군가는 부족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왕 주는 것이니 다 써버리자고 할 것이다. 남은 물은 받아 두었다가 다른 곳에 사용할 것이다. 절대 필요 이상은 사용하지 않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통폐합하여 물을 공급만 하면 이용자가 알아서 용도를 선택하여 사용하듯이, 복지 서비스도 통폐합하여 제공한다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고, 복잡한 사정 절차도 단순해진다.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와 서비스를 통폐합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로 누구나에게 지급되느냐, 기준을 정하여 대상을 제한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그래서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가 아닌 선별적 복지이다.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개념적으로 다뤄진 안심소득제는 2016년에 한국경제연구원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대신 안심소득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바가 있기도 하다. 기본적인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근로자에게만 해당되고 기업의 부담이 되며, 오히려 고용이 저하된다거나 시간제 근로제 활용 등으로 근로복지에 역행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의 보전은 국가의 책임이며, 저소득 모든 시민에게 해당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본소득제는 전 국민에게 일정 현금을 지급한다는 보편복지 시스템을 채용한 것으로 많이 비용이 들고, 굳이 많은 세금을 부과하여 재분배하면서 고소득자에게까지 지급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제 옹호자들은 세금을 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받기 때문에 총량만 늘어난 것이지, 차이가 없기도 하고, 행정처리가 간단하고, 권리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며, 내기만 한다는 불만도 잠재울 수 있고, 기본소득제가 소득 격차 해소를 줄여 지니계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안심소득제는 선별복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 대상 선정을 간소화하여 서비스가 통합한 것이므로 서비스 지원 체계가 간단하여 서비스의 구체적 사용을 정하지 않으므로 기본소득의 보장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 근로지원서비스, 방과 후 교육 서비스, 주간보호 서비스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 구매권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늘리고, 서비스가 통합된다는 점에서는 직접지불제나 개인예산제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래서 안심소득제의 실시가 장애인의 서비스 형태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개인별 예산제 도입의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물론 구매권을 준다고 하여도 서비스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개인 예산제는 기존 서비스 체계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경우 그 선택권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무조건적인 통합은 안 된다.

서울시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지방선거에 맞추어 한다는 점에서 선거용이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원래 제도는 선거를 기점으로 변화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판만 할 문제는 아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시민의 세금 증액이 부담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세금이 국가가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기능도 있지만, 소득 격차를 해결하고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기능도 있으므로 감당할 방안만 마련되면 된다.

다만 종부세와 같이 일부 고소득자에게 부담이 되지만 대부분의 시민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통합되므로 서비스의 사각지대나 불균형이나 중복을 해결할 수 있어 늘어난 예산이 모두 징수의 증액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서비스 예산이 포함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서울시의 안심소득은 “서울특별시 주민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올해 시범사업의 모집기간은 2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이다. 신청사이트(ssi.seoul.go.kr) 접속 후, 온라인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 사용이 불편한 경우 전용 콜센터(1668-1736)를 통해 신청도 가능하다.

지원 내용은 기준 중위소득 85%(하위 33%) 대비 미달액의 50%가 지원된다. 서비스 대상으로 선정되면 현금성 다른 서비스는 중단된다. 즉 기초생활수급자라면 현금지급은 중단되고 다른 서비스는 유지된다.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1인 가구는 972,406원, 2인 가구는 1,630,043원, 3인 가구는 2,097,351원, 4인 가구는 2,560,540원 이하라야 한다. 여기서 소득이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을 모두 포함한다. 재산이 3억 2600만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없다.

올해는 시범사업이므로 5년간 설문조사 등 연구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500가구에게 3년간 지원된다. 연구대상이 많지 않아 신청이 몰릴 경우 로또와 같이 복불복 추첨이 될 것이다. 가구수나 소득수준 등의 안배를 하여 객관적으로 연구를 하지만, 취약계층별 안배는 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안심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소득증대 효과, 삶의 질 효과, 정서적 안정 효과 등을 알아볼 것인데, 취약계층의 서비스로 적합한 효과가 있는지 알도록 설계하지 않는 것과 대상수가 적다는 것이 아쉽다. 비교집단으로 선정되면 지원은 받지 못하면서 연구 대상이 되니 연구에 협조적일지도 걱정된다.

땜질식이 아닌 체계적 복지 전달체계를 구축하여 송파구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라면 취약계층에 우선 적용해서 연구하면서 점차 늘려가는 방식이 좋을 것인데, 소득 중위까지 연구 대상으로 하여 마치 보편적 복지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제도의 설계 취지는 이해되지만 선별적 복지라는 취지를 잘 살릴지는 의문인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121만 저소득 가구의 72.8%인 88만 가구는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작년 한 해에만 저소득가구 76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문턱은 높고 소득보장 수준도 부족하다보니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사각지대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두터운 서비스를 주는 것 같으면서도 중위에게 복지 서비스를 주려는 모순된 의도처럼 보인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지원집단은 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 간 차액 절반을 매달 3년 간(2022년 7월~2024년 6월) 지원받는다. 예를 들어, 소득이 0원인 1인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85%인 165만 3,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인 82만 7,000원을 매월 받는다. 4인 가구라면 최대 2,176,460원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시장이 계속 이 사업을 시행할지도 의문이고, 연구가 마무리되면 지자체장의 임기도 마칠 것이라는 것도 시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청년, 모성가정 등의 안심소득 등과 중복 제외를 고려하면 거창한 계획에 비해 속이 빈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장애인과 같이 근로소득에서 불리한 계층을 연구에서 대표성을 가지도록 설계해야 하고, 우선 지원되어야 하며, 연구기간은 너무 길지 않아야 하고, 연구가 아닌 전격 시행으로 일부만 지원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장애인의 기본소득 보전에 좋은 영향을 미쳐 장애인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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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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