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덟 번째 편지: 3월 16일

세상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전해준 딸 민정에게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르네. 엄마 나이 50세인데, 49세 때의 느끼던 시간개념하고, 올해 50세에 느끼는 시간개념은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네. 머리카락도 하나씩 흰 머리카락으로 변하고, 뛰고 걷는 것도 조금 힘이 드네. 몸이 힘들어 통증클리닉 다니며 물리치료도 받는 걸 보면 엄마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지난주는 엄마 안과진료 때문에 아빠랑 같이 병원에 다녀왔잖아. 눈 검사 할 때 ‘또 망막이 찢어졌나!’ 걱정하면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망막이 찢어지는 현상이 없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 눈의 고마움도 많이 느꼈어.

우리 민정이 태어나면서부터 눈의 선명도가 좋지 않아서 많이 걱정했고, 시력저하 및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만4세 때 눈 교정 수술을 했었지. 그때 우리 딸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엄마가 눈이 아파보니, 우리 딸 눈 때문에 불편함을 많이 겪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금 하고 있으니 정말 무심도 하지.

우리 딸 2번이나 심장 수술하고 중환자실로 옮겨질 때 통증이 엄청 심했을 텐데, 엄마가 부인과 수술을 하고 나서 겪어보니 그제야 민정이 심장 수술 통증을 이해하고,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 하는 심정을. 세바시 강연 때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30년 가까이 영어와 친숙하지 않은 밑바닥 영어 실력을 4주 동안 코칭을 받고 영어대사를 외우는데 잘 외워지지 않아서 불편함을 많이 겪었지. 그제야 민정이의 답답함을 알게 되었어. 민정이의 입장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요즘 엄마 얼굴에 책임져야 하는 시기인 듯,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입장에 있으려 하니 상대방 고충도 알게 되는 등 이 순간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 오늘도 역시나 감사한 마음이 가득 한단다.

어느 지인으로부터 “1% 변화가 100% 삶을 바꾼다.”라는 책을 선물로 받게 되어 읽어보았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더구나.

주인공은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완전히 실명하였고, 베체스트병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삶으로 살아왔고, 21년 동안 푸른 세상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어. 비록 중도 실명의 몸이지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강한 두 귀가 있음에 감사했고, 말할 수 있고,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열 손가락 그리고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두 다리가 축복임을 고백하고, 장애가 능력이 된 지금 실명의 어둠조차 신이 주신 선물임을 깨달을 수 있고, 최고의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과 실명을 불편일 수 있어도 결코 불행이 아니라는 사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올 수 있지만 1% 변화가 100%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주인공은 말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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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용이 엄마한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단다. 엄마도 눈질환이 3개나 있어서 약도 없고, 정기검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니, 모든 것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려고 한단다.

처음엔 눈 시술하고 1개월 뒤에 오라고 했고, 3개월, 6개월, 이젠 9개월 뒤에 정기검진을 받을 만큼 많이 좋아지고 있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엄마도 노력한단다.

우리 딸 민정이도 세상 사람들에게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여 세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소통의 도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 민정이는 말을 하고 싶은데 언어 신경을 담당하는 신경이 두절이 되어서 언어가 나오질 않지. 그러나 표정과 몸짓, 옹알옹알하는 음성으로 소통을 하지. 그런데 사람들은 말을 할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 담으로 가려져서 소통이 불통이 되어 원수 아닌 원수가 되는 일이 허다하지.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나라는 가히 소통 부재의 시대라고 말을 할 수 있어.

다른 나라들의 근대화가 100년, 200년 걸린 것이 우리나라는 50년~60년 사이에 급속도로 근대화가 되었는데 이제 조금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서인지 사회병리 현상으로 가정소통이 단절되고, 학교폭력, 성범죄가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어.

“세상에는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가 있을 뿐”, 어른들이 정신을 차려서 우리의 자녀들에게 좋은 유산인 “소통”이라는 것을 물려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좀 흘러야 할 것 같아.

그러기 위해서는 각 가정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엄마, 아빠부터 민정이에게 본이 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글을 마치려고 한단다.

우리 가정이 1% 변화가 대한민국 전체의 각 가정에 100% 변화를 가져온다면 세상은 온통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꽃으로 향기가 가득할 거야.

민정아!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네가 있어서

오늘도

엄마는

너에게 여덟 번째의 글을 쓸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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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칼럼니스트 한국장애인연맹 강원 DPI 활동가이자 세계는 민정이 놀이터 행복 강연가로 민정이와 엄마인 저의 성장 스토리를 연재한다.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그리고, 차별을 넘어 나눔과 배려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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