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 Like Me' 캠페인에 등장한 장난감. ⓒ www.toylikeme.org

몇 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나를 닮은 장난감'(Toy Like Me)이라는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작가 레베카 앳킨슨은 장애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난감이 매우 드물고, 이러한 장난감 시장 속에서 장애아동이 심하게 소외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몇몇 부모와 손을 잡고, 전 세계의 장난감 산업이 장애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할 것을 촉구하며 2015년 '나를 닮은 장난감'이라는 온라인 캠페인에 착수했다.

우선 레베카를 비롯한 부모들은 장애가 있는 다양한 장난감을 창조하여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다.

예를 들어 인공와우를 착용한 요정, 안내견과 함께 있는 공주, 휠체어에 탄 마법사 등 장애와 관련한 새롭고도 재미있는 미(美)를 창조했다.

이들의 사진은 곧 국내외 주요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동시에 SNS를 통해 널리 전파되면서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닮은 장난감' 캠페인에 동참했다.

'나를 닮은 장난감' 캠페인이 시작된 지 약 7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플레이모빌, 레고, 바비인형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장난감 회사들이 이 캠페인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장애가 묘사된 장난감을 하나 둘씩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난감 시장에는 장애인을 묘사하는 장난감 비중이 절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생산되는 장난감들은 장애아동의 개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개별 장애아동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진정한 의미의 '나를 닮은 장난감'은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

'니콜레타 장애인형'에서 제작된 다양한 인형들. ⓒNicoletta's Handicap Dolls

독일에는 장애아동을 닮은,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인형을 제작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니콜레타 장애인형'(Nicoletta’s Handicap Dolls, www.nicolettas-handicap-dolls.de)이다.

'니콜레타 장애인형'을 운영하는 니콜 사리파파치디스(Nicole Sarripapazidis)는 2018년부터 다양한 종류의 장애가 있는 인형을 창조하고 있다. 아동 개개인의 장애와 머리카락색, 눈동자색, 헤어스타일, 즐겨 입는 옷 등을 반영하여 말 그대로 '아동을 닮은 인형'을 제작한다.

니콜은 모든 인형을 100퍼센트 수작업으로 만든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뜨개질하고 옷과 소품까지 모두 직접 제작한다. 인형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10~15시간이 소요된다.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인형이 니콜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예를 들어 팔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한 인형, 경관영양을 위해 위관이 삽입된 인형, 심장수술을 비롯한 여러 수술 후 몸에 바늘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인형, 휠체어를 탄 인형, 인공 와우를 착용한 인형, 이미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태아 인형 등등, 니콜의 인형은 장애아동과 가족이 갖고 있는 고유의 사연을 바탕으로 아동의 모습을 매우 생생하게 반영한다.

이미 별이 된 태아를 표현한 인형. ⓒNicoletta's Handicap Dolls

니콜은 애초부터 인형제작에 탁월한 재능이 있거나 경험이 많아서 인형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다. 본인이나 가족 중에 장애가 있어서 시작한 일도 아니다.

니콜이 이 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그의 직업과 세계관을 180도 바꾼 일이 하나 있었다. 살면서 바느질 한번 해본 적 없고, 왼손잡이라 바느질 자체를 꺼렸던 그녀를 이 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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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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