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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법외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

지나친 진단명 호기심 금물, 정체성 의심 ‘NO’

장애등록 강요, 장애에 대해 가치판단 하지 말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10 09:43:35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고 장애인 복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장애인 등록이 모든 장애인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다양한 이유로 장애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등록장애인과 비장애인미등록·법외(법적 요건에 맞지 않아 등록하지 못하는 장애인)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법외정신장애인인 필자와 함께 알아보자.

1. 진단명에 호기심을 지나치게 표현하지 말라=많은 법외장애인들은 진단명이 없거나, 모호하거나, 임상에서 보기 드문 진단명을 받은 경우가 많다. 특이한 진단명을 들으면 누구나 호기심이 생기게 마련이고 질문을 하고 싶어지지만, 그런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등록장애인에게 ‘그 진단명은 무엇이냐?’, ‘그건 왜 생기는 것이냐?’, ‘처음 들어봐서 신기하다’ 등의 말을 건네면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것이다. 타인의 장애는 비장애인의 흥밋거리가 아니다.

2. 장애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지 말라=장애인이라는 것을 털어놓으면 비장애인들은 ‘안됐다’, ‘불쌍하다’, ‘그렇게 어떻게 사니’ 같은 말을 하곤 한다. 물론 당사자가 그들의 편견대로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장애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장애인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장애를 긍정적으로 보거나 중립적으로 보는 장애인도 분명 많다. 그런 사람 앞에서 장애를 불쌍한 것, 힘든 것, 슬픈 것으로 정의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장애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옳지 않다. 장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감동 포르노(Inspiration porn)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은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정의하고, 장애를 극복한 당사자를 시혜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행동이다.

장애는 장애일 뿐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장애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장애인 당사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비장애인은 가치 판단을 삼가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3. 장애인 정체성을 의심하지 말라=법외장애인장애인 정체성을 의심받기 쉽다. ‘장애인 행세’로 오해받거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당신은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는다. 특히 진단명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와 정신장애인인 경우는 이해받기 더더욱 어렵다.

진단명이 뚜렷하지 않은 장애인은 ‘당신이 정말 장애인이 맞느냐?’, ‘내가 그런 장애인을 아는데 당신의 진단은 틀렸다’, ‘이게 뭐가 장애인이냐’, ‘그 정도는 나(비장애인)도 겪는다’ 따위의 말을 듣기 쉽다. 자신의 장애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사자이다. 당사자의 신체와 정신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어려움이 생기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장애인 감별사’처럼 구는 것은 옳지 않다.

정신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법외정신장애인, 혹은 성인기에 진단을 받은 법외발달장애인도 의심 어린 시선을 받는다. 먹는 약을 보여줘도 이해하지 못한다. 뇌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장애라 물리적으로 그 부분을 보여줄 수도 없다. 당사자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비당사자들은 당사자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이 사람은 장애인이구나’ 하면서 지나가길 바란다. 공무원도 아니면서 장애인에게 장애를 증명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장애인에게 장애 유무나 장애 유형이 내밀한 개인정보인 것처럼,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 역시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될 수 있다. 그 이유가 재정 형편, 가족 혹은 보호자와의 불화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비장애인 앞에서 굳이 증명해야 할 필요가 없듯이 미등록 장애인은 자신이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 상대방이 먼저 밝혔다면 관심을 표할 수 있겠으나 그러지 않았다면 묻는 건 삼가길 바란다.

5. 장애등록을 강요하지 말라=장애등록을 하고 싶은데 요건이 안 되어서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애등록을 할 수 있음에도 자의로 하지 않은 사람을 대할 때 명심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 장애등록을 하고 말고는 본인의 자유이다. 어떤 장애인에게는 장애등록이 속박이나 낙인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장애등록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그 이상으로 장애등록을 강요하지는 말라. 그것은 과도한 참견이며 ‘꼰대질’이 될 수 있다.

이상으로 미등록 혹은 법외장애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글의 내용이 별거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일반적인 등록장애인을 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그렇다. 법외장애인도 한 명의 독립된 장애인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법외장애인을 등록장애인을 대하는 것처럼 대하라. 등록장애인에게 하지 못할 말은 법외장애인에게도 하면 안 된다. 등록장애인법외장애인을 동등하게 존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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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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