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Pixabay

작년부터 시작한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올해 신축년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시간은 임인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엄중한 시국 속에서도 장애인의 권리 신장을 위해 장애계, 장애인 당사자들은 투쟁으로, 때로는 이론으로 1년을 열심히 뛰어다녔지요.

올해도 코로나는 종식되기는커녕 몇천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등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교회에 있는 지인도 코로나에 감염되는 등 감염에는 저도 예외 없음을 계속 느끼며 위기감이 들더군요. 그런데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각한 상황인 건 여전했습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송파구 소재 장애인시설 신아원 집단감염 소식을 들으면서 작년서부터 시작한 코호트 격리정책이 빚어낸 참극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장애계는 코호트 정책 철회하고 지역사회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데도, 이 정책의 철회와 관련한 대안을 정부가 지금까지도 내놓고 있지 않은 걸 보면 답답하더군요.

이걸 어느 정도는 반증이라도 하듯 한 장애인단체가 질병관리청에 요구해 얻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각각 코로나 확진자 중 사망률이 2.61%, 0.44%이고 전체 확진자 중엔 장애인 확진자의 비율이 0.47%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장애인 사망률이 비장애인보다 약 6배라는 거죠.

유엔에서 부르짖는 긴급탈시설 및 지역사회 통합정책 없인 근본적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기에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는 코로나 이전부터 외치던 탈시설을 지금 더욱 강하게 외치고 있는 겁니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올해 8월 2일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거주시설 신규설치를 금지하고, 현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명명한다죠.

탈시설은 권리기에 당연 찬성합니다. 하지만 시설 내 구조적 문제가 있기에 시설의 이름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더군다나 지역사회의 장애 인식이 좋지 않고, 자립 인프라는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면 미인가시설 양성화만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빌미로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에겐 탈시설은 안 된다는 핑계로 삼아선 안 될 것입니다. 시설 거주 장애인이 탈시설 전 지역사회와의 교류 기간에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 자신감을 가지도록 장애인 개인마다 기간을 달리 두는 등 지역사회통합에 대한 구체적·실효적 방안을 마련, 탈시설 로드맵을 보완해 나가야겠죠.

백신 예방접종과 관련해선 예방 접종센터의 의료접근성 부재로 인해 접종 취소되거나, 지적·자폐성 장애인 관련 사전예약 지원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장애인들은 차별을 겪었지요. 올해 3분기 우선 백신 접종대상에선 지역사회에 사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제외돼 우려가 심각했죠, 마스크 쓰기 힘들어하는 자폐성 장애인을 생각하면 말이죠.

올해 8월 2일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한 모습(좌측),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 피켓을 든 장애인 활동가(우측). ⓒ에이블뉴스 DB

그래서 제가 소속된 모임에서 ‘자폐인 긍지의 날’을 맞아 이와 관련된 성명서를 썼던 생각이 납니다. 또한, 장애인단체에선 예방접종 시스템 홈페이지에 장애인 편의시설 안내 및 예방사업 참여 의료기관 접근성 보완을 촉구했죠.

코로나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복지관 등에 다녔던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작년부터 코로나 여파로 복지관 등이 휴관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퇴행을 겪었고, 이를 보는 가족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늘어갔죠. 이로 인해 자살한 가족들 얘기도 언론을 통해 나오고, 심지어 가정 내 장애인 학대도 늘어나니 마음이 우울해지더군요.

한편, 코로나 시국 속에 생필품을 얻기 위해 음식점이나 소규모 마트나 음식점에서의 배달이 허용되기 시작한 상황이 작년부터 있었죠. 이 때문에 장애계에서는 소규모 공중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요구했었고, 커피전문점에 턱을 없애는 ‘뿅망치 퍼포먼스’행사를 벌이는가 하면, 이와 관련된 칼럼을 다룬 적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를 정부가 의식이라도 하듯, 올해 여름 정부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대한 일부개정을 했더랍니다.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 바닥면적 기준을 기존 300제곱미터(90평)에서 50제곱미터(15평)로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지요. 얼핏 보면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내년 1월부터 신축·증축·개축되는 건물입니다. 그러니까 올해까지 지은 건물 중 50제곱미터~300제곱미터의 건물은 이 방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편의점의 경우만 본다면, 새로 바뀐 기준으론 20%밖에 적용되지 않죠. 이렇게 되면 별로 실효성 없는 안이요, 조삼모사 개악 안이나 다를 바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미 미국 같은 경우는 편의시설을 설치한 곳에는 세액 및 소득공제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죠. 영국, 독일도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는 편의시설 같은 장애인 관련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바닥면적, 설치시기 등과 관계없이 모든 시설에 편의시설 설치하란 유엔 권고도 무시하니 가관입니다. 정부와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편의시설 관련 소득공제제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에서의 턱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씁쓸한 현실이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는 경지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말이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이 올해 7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복지부의 일방적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에이블뉴스 DB

작년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국회의원들의 말 폭력은 올해도 계속 이어졌지요.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시민단체들은 이들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결심하고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까지 줄기차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배째라’하는 식으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국회의원들은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버젓이 장애인 비례대표들이 있는데도 말이죠. 물론 사람 가치관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것까지 묵과해선 안 될 일입니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게 되네요.

더군다나 중증시각장애라는 이유로 악의적으로 성적을 조작해 장애학생이 교대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도록 성적을 조작한 사건이 올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국립대학에서 이랬다는 건 국가가 장애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대상으로 보면서 저지른 범죄라 교육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오로지 장애인의 교육권 증진을 위한 TF구성 정도만 논의되었을 뿐입니다. 장관은 조만간 경기도지사 선거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만약 그거 때문에 사과를 안 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게다가 교육부가 장애인 교원 의무고용률을 줄여달라고 했다니 교육부가 장애인 차별부서로 오명을 남겼군요.

제대로 된 장애인식교육을 포함한 실질적 통합교육이 되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분노가 일며, 답답한 심정을 삭여야만 했습니다. 이를 알기라도 한 듯, 장애계에서는 통합교육 논의를 했는데, 자폐 차별 소지가 있는 내용 논의도 중간에 있어서, 왜 이렇게 자폐성 장애인을 치료 못해 안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지요.

지난 8월 23일 오후 2시 진주교육대학교 정문 앞에서 개최된 ‘차별대학 진주교대 총장 사퇴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진해장애인평생학교 최진기 교장이 발언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보기보단 객체요, 돌봄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예산과 제도 등을 통해서 올해도 계속 유지되었죠. 이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평가하는 자리에서도 지적되었던 바고, 장애인 자조모임 정책이나, 결혼할 권리, 정보접근권 등에 대한 정책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돌봄이 필요한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애인에게도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부모단체에서 요구하는 돌봄 정책 등의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마저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와의 의논 없이 추진한다니 조금은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더군요.

장애인주치의제도가 3차 시행되는 중이나, 여전히 제공자 중심에 성과도 지지부진한 상황에 있는 것이나, 코로나 시대 장애인 고용이 위축되는 등 올해 장애인과 장애계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모습(좌측),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평가 토론회 전경(우측). ⓒ이원무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우선 정신장애인 차별의 온상이었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가 그것입니다. 15조는 정신장애인 관련해 장애인복지법 적용을 중복 수급을 이유로 제한하는 법령으로, 이들에게 복지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근거가 되었던 것이라,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배제를 겪어야 했죠.

그 근거가 사라졌기에, 정신장애인은 인권 증진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을 뗀 것인데요. 하지만 구체적 정신장애인 탈원화-자립지원정책과 욕구를 반영한 복지서비스, 권리옹호체계와 정책 전달체계 등의 근본적 개선 없인 무늬만 15조 폐지가 될 겁니다. 그래서 단순 희망으로 끝나지 않게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전문가 등의 지혜를 모아야겠죠.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모두의 이동권을 위해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할 것을 계속 요구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교통 당국에 의해 끊임없이 좌절되었지요. 하지만 지하철 시위 등 질긴 투쟁 끝에 마침내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이 담긴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교통법안 소위를 통과해 일말의 달콤한 희망을 봤습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만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예산 지원을 거부하려는 논리를 만들려는 기재부의 끊임없는 방해 공작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의 국회 본회의 통과 때까지 이들은 싸우겠답니다. 이들의 움직임에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난 12월 14일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가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권리협약 비준 당시 유보했던 생명보험(협약 25조 마호) 유보도 철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생명보험 유보를 철회했다는 건 선택의정서 비준에 법적 걸림돌이 되는 것까지 사라졌다는 의미기에, 사실상 선택의정서 비준을 눈앞에 뒀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제 내년 초 임시국회에 이 안건이 상정될 거라고 합니다. 선택의정서 비준이 국회를 통과해 국내에서 법적, 행정적 절차를 거쳐도 해결될 수 없었던 장애인차별 사안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를 통해 진정되고, 위원회의 권고를 통해 장애인권 증진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이렇게 2021년 신축년 장애인계는 장애인차별이 계속되는 등 가혹한 현실을 마주했지만, 그 가운데서 일말의 희망을 보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UN CRPD NGO연대에서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원무

이제 2일만 있으면 2022년 임인년이 됩니다.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대선후보들이 나와 장애계의 의견을 청취해 장애인 관련 공약을 내세울 것입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듯, 저는 장애인 공약도 보겠지만, 평소에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가장 많이 기울였던 후보를 뽑을 생각임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지방선거도 있는데 이때도 각 지자체에서 장애인 공약을 들고 나올 것입니다. 역시 대선 때와 마찬가지 기준으로 투표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제6차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을 2022년에 세우려 할 겁니다. 그때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도 정책을 입안하는데 참여해 장애인의 권리 신장에 조금이나마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전에 말씀드렸던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가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비준되고, 선택의정서와 관련해 개인진정을 지원하는 절차를 장애인 당사자에 맞게 구체적으로 체계적으로 세웠으면 합니다.

장애인권리협약 국가심의는 8년 만에 내년 늦여름 정도에 스위스 제네바 Nation에 위치한 유엔 회의장에서 대면으로 있을 예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 세계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심의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장애계는 만반의 준비를 거쳐 심의에 대비할 것입니다. 저도 동료들과 같이 준비를 잘해서 지적·자폐성 장애인 관련 권고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카잔의 기적과 같은 모습이 내년 열사(熱砂)의 땅에서 이어지길 바라며. ⓒ이원무

그래서 장애인이 시민으로써 진정으로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사는 작은 계기가 만들어져 지역사회통합의 방향으로 뚜벅뚜벅 가기 시작하는 내년이었으면 하네요. 물론 코로나 기세가 누그러들어, 사람들의 일상 복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사족을 더 붙이자면 내년은 스포츠의 해입니다. 코로나 시국 최초 동계올림픽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내년 2월에 개최됩니다. 역시 코로나 시국 최초의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이 중동의 악명높은 무더운 날씨로 인해 내년 11월 21일에 개막식이 열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방 안에서 TV를 시청하면서 ‘대한민국~~’이란 소리를 외치고 있겠죠. 내년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 팀워크 분열, 스켈레톤 주요선수 부진 등이 있어, 별로 기대 안 되지만 경기는 보렵니다. 월드컵에선 내년 초 본선 진출 확정되고, 열사(熱砂)의 땅에서 카잔의 기적과 같은 환희가 이어졌으면 하네요.

‘함께여서 좋아’ 칼럼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부족하지만 장애계 이슈가 있으면, 제가 아는 한에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내년 1월에 다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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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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