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등 6개 단체가 해당 국립교대 및 교육부에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민주당 강민정 원내대표와 함께 2021년 4월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에이블뉴스DB

올해 진주교대 사태는 장애인계에 충격을 주었다. 장애인은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중증장애 학생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있지 않고는 이런 사태는 얼마든지 계속될 거란 위기감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장애인연맹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외국의 통합교육 사례는 어떤지를 알아보는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주 컨퍼런스에서 하는 논의를 유투브 상으로 시청하게 되었다.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듣게 되었는데 먼저 일본의 사례에선 오사카시 등의 일부 지역에서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합리적 조정을 통해 통합교육이 진척되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마스크를 할 수 없는 아동에게 책상에 투명패널, 또는 파티션을 세워주거나, 나머지 사람들이 마스크를 열심히 쓰는 것 등 일종의 합리적 조정으로 코로나 시대에 배움에서 배제되는 학생이 없도록 노력했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사실 일본도 대부분 지역에서 국가정책으로 분리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일부 지역의 통합교육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실질적 통합교육이 되지 않고 분리 교육이 주를 이루지만, 지금부터라도 통합교육에 관심 가지고 노력하는 지자체가 생긴다면, 언젠간 통합교육이 전국적으로 될 거란 희망이 생기게 된다.

이탈리아의 경우엔 유럽 국가 중 디지털 사용능력이 낮은 관계로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원격교육으로의 전환, 대면교육과의 혼합 등으로 혼란을 겪고, 교육 불평등을 악화시킴은 물론 비좁은 교실, 훈련을 받은 교사의 장애 학생 지원 부족 등의 통합교육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 디지털기기를 차상위 계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든지, 원격학습 시 학습 욕구의 자극을 위해 단순 숙제를 내는 행위는 하지 말 것, 지적장애 학생의 대면교육 보장 조치 등을 통해 나름대로 코로나 시대에 통합교육을 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부터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통합교육을 추진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점은 부러움을 넘어 배울만하단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지난 11월 2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재난 상황에서의 장애인 교육’을 주제로 한국장애인연맹(DPI)에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 전경. ⓒ에이블뉴스 DB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례에선 자기결정권과 사람 중심 계획을 언급했다, 자기결정권을 사람 중심 계획을 통해 구축하는데, 이 계획은 장애인이 삶에서 달성코자 하는 모든 것들을 고려, 정부 보조금을 갖고 창의적 방법으로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받도록 한단다.

예를 들어, 대학에 가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고용해 대학에서 교육적 지원을 받거나, 같은 대학교 학생을 고용해서 교과과정을 함께 하는 식으로 정부 보조금을 활용한단다. 이런 식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란다. 또한, 이 계획에선 못하는 게 아닌 사람의 능력과 재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토록 하고, 강력한 지원시스템 만들어, 책무성을 갖고 목표 달성 및 목표의 진전 사항을 검토한다.

우리나라에선 이와 관련해 개인별 지원계획이 있는데, 실제로는 서비스들이 대개 구 장애등급제에 기반하기에 개인의 욕구에 따른 지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장애등급제의 실질적 폐지와 개인예산제를 통해 통합교육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교육에서의 지원을 개인의 욕구에 따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이외에도 IDA(국제장애연맹)의 통합교육팀에서 일하고 있는 브리즈번 대학의 론다 파라거 교수가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학습에 관한 유니버설 디자인)’보고서를 소개하며, 전문적 학습지도 교육을 교사들이 받아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및 공동체와 가족, 시민사회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 등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시대 이전, 이후에 부족하지만 통합교육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싶었다. 그런데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의 행동과학자가 ABA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어 캐나다에 거주하는 장애 자녀를 둔 한국인 부모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했을 때 조금은 마음이 힘들었다.

지난 11월 2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재난 상황에서의 장애인 교육’을 주제로 한국장애인연맹(DPI)에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IDA의 통합교육 팀에서 일하고 있는 브리즈번 대학의 론다 파라거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 ⓒ한국장애인연맹 유투브 캡처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에선 1년에 3번 정도 행동과학 컨설턴트나 주니어 컨설턴트 보조교사들이 학교 팀과 만나 ABA프로그램의 전반적 진전상황을 검토하고, 보다 복잡한 장애 양상을 지닌 학생의 상황을 검토하고 관찰해 학생을 행동학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ABA팀에서 테라피스트(therapist)로 1000시간 이상 경험이 있는 사람을 ABA 보조교사로 활용한다는 등의 ABA보조교사 프로그램 등도 소개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장애 자녀를 둔 한인 부모님이 나와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분은 ABA프로그램을 고인지 자폐성 장애인에게 효과 있는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대개, ABA자격증이 있는 전문 컨설턴트가 아이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3~4명 정도의 테라피스트에게 교육한다, 테라피스트는 이걸 가지고 아이의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

예를 들어 농구시합 하는데, 친구들이 공 가지고 시합하다 보면 맞을 수 있는데, 아이는 나를 때렸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상황에 대해 프로그램에 적용시킬 때는 일부러 가끔씩 아이를 때리거나 공을 놓치면 ‘왜 나 쳐?’하고 반응할 때 점수가 깎이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반응할 때는 점수가 올라간단다. 그래서 스티커 50개 받으면, 장난감 살 수 있게 하는 등의 식으로 ABA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그 부모님은 소개했다.

사실 ABA는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의 약자로 학습과 인간의 행동이 어떤 이유와 원리로 일어나는지 밝혀서 바람직한 행동은 늘리고, 해롭거나 학습에 방해되는 것은 감소시키려는 식의 행동기법이다, 관찰 가능한 환경적 요소에서 사람의 행동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행동하는 데는 내적 요인도 있다. 어떤 사람이 신경질 나는 행동을 했다고 하면 우리는 겉에서 봤을 땐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이는 그 사람이 자라온 가정환경으로 인해 생긴 억눌린 욕구, 관계를 통해 받은 상처 등의 내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등이 작용해 그런 행동이 나올 수 있는 거다.

캐나다의 행동과학 분석가가 발표한 ABA 설명자료 피피티. ⓒ한국장애인연맹 유투브 캡처

음성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경우엔 보완대체 의사소통(AAC)나 몸짓, 그림문자 등 기타 대체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 등과 소통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ABA는 내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등으로 생긴 갈등에 공감하는 과정을 무시한 채 겉에서 드러낸 행동만을 보며 수정하려 하기에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자폐아동,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선 자폐 특성으로 인해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흔드는 행동 등은 수정할 수 없다. 왜냐면 자폐는 장애이며 장애는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이거를 해결하려 들면 자페성 장애인들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편, 농구공으로 친구들이 어떤 아이를 쳤다고 아까 언급했던 예로 다시 가보자. 이때 ‘그럴 수도 있지’란 식으로 반응하면 점수를 줘서 원하는 것을 갖는다는 식으로 캐나다에 사는 부모가 예를 들어 얘기했을 때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농구하다 실수로 가끔 나를 농구공으로 치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 것 이해한다.

그런데 농구공으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이 있거나 당하고 있는 자폐인들이 있다고 쳐보자. 이들이 농구공으로 맞는 경험을 한다면, 그에겐 ‘왜 쳐?’ ‘치치 마’란 반응이 어떤 식으로든 자연스레 올 거다, 그런데 ABA프로그램에선 점수가 깎이기에 그걸 못한다. 그렇게 되면, 이들에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될 것이며, 이는 소위 말하는 ‘문제행동(부정적 어감이라 없애야 하는 말)’을 더욱 늘어나게 할 뿐이다.

더군다나 자폐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어떤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상당히 우리 사회에 강하다. 그런데 위의 예처럼 농구공으로 치는 이상하고 불쾌한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식의 ABA식 훈련한다 치자. 그러면 농구공으로 치는 것과 비슷한 불쾌하고 이상한 자극을 줘도 반응하지 않으면 어떤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못하니 역시 자폐라는 편견만 심어주지 않을까?

지난 11월 2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재난 상황에서의 장애인 교육’을 주제로 한국장애인연맹(DPI)에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의 자문위원들과 발표자, 토론자들 모습. ⓒ한국장애인연맹 유투브 캡처

결국, 자폐성 장애인에게 ABA를 통해 행동수정을 하는 건 소위 비장애인이나 비자폐인에게 피해가 된다는 행동을 제거한다는 명목하에 자폐인을 주류 사회에 적응시키려는 거다. 자폐에 대한 인식 제고나 차분한 분위기 조성, 심리적·내적 갈등 해결을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 등 자폐인에게 필요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이 없이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통합에 관련된 두 단어인 Inclusion과 Integration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통합교육과 관련한 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 제4호를 보게 되면, Inclusion과 Integration의 분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Integration이란 장애인이 표준화된 기존 주류 교육기관에 적응할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 장애인을 주류 사회에 편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Inclusion이란 장애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에게 자신의 요구와 선호에 가장 부합하는 환경과 동등하고 참여적인 학습경험을 제공한다는 비전으로 교육 장벽을 극복할 교수방식, 접근방식, 구조, 전략 등의 변화와 수정 등을 구현하는 체계적 개혁과정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일반논평 4호에 비춰볼 때, ABA방식은 통합이라 하더라도, 기껏해야 Integration에 가깝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자, 통합교육에서 쓰는 통합의 단어 Inclusion과는 거리가 있다.

더군다나 ABA가 극단적으로 될 때는 자폐인 행동교정 목적으로 전기충격요법을 쓰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해, 미국 자폐계에서는 ABA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분히 있는 ABA를 비판하는 시각을 가진 분이 나와 통합교육 논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분은 이번 통합교육 논의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ABA를 비판하는 식의 논의는 없었다.

만약 이런 논의가 있었더라면, 통합교육 논의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괜찮았을텐데 말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장애로 인한 행동 특성을 완화할 수는 있다. 장애를 핑계로 안 좋은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자폐계가 ABA(응용행동분석)에 대해 강력반대하는 모습을 상징한 그림(좌측), ABA에 반대하는 미국 자폐당사자 시위모습(우측). ⓒReward and Consent blog

하지만 자폐 특성에서 나온 행동은 치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치료하려 할수록 오히려 더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정당하고 자존감은 떨어져 간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명목으로 자폐인을 치료하는 사이 자폐인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자폐인들은 전문가들과 병원 수익의 마중물 역할로 전락 당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통합교육 논의를 보면서 필자는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이번 논의를 통해 자폐인에게 통합교육이란 너무도 먼 길인가 하는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자폐인을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인 Inclusive Education에서 제외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장애계도 이를 무의식중에 용인하는 건 아닌가 하는 좋지 못한 의구심까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논의를 필자는 통합이라 쓰되 자폐 차별로 읽는 통합교육 논의라고 결론 지으련다. 왜 이렇게 자폐인을 치료하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자폐인들은 보완대체의사소통이든, 대체의사소통 방법이든 간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고, 행동수정 없이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얼마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프랑스 정부의 제1차 국가보고서를 보고, 자폐 아동을 비자폐로 만드는 정상화 치료로 자폐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것에 우려를 보냈다, 이에 위원회에선 자폐아동과 자폐인을 정상화하는 치료를 즉각 중단하고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존엄성이 피해받은 것에 대해 보상하라는 권고를 냈다.

앞으로 세계 각지의 인권단체들은 자폐 치료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거고 유엔에서도 그런 권고를 계속 내릴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폐 치료 열풍에 놓여 있다. 답답한 현실이나, 그런 열풍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자폐인을 배제해 부모들이 치료의 유혹을 느끼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어쨌든 주류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아닌 비자폐인, 비장애인과 함께 당당하게 어울리며 삶을 향유하는 자폐인의 모습을 보고 싶고, 필자도 그러고 싶다. 그런 생각이 허망한 신기루에 그치지 않도록 자폐인과 관련해 차분한 분위기 조성 등 통합교육에 관련한 자폐성 장애인의 합리적 조정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지혜를 모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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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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