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공단 채용시험 최종 결과를 알리는 화면 ⓒ장지용

이것이 좋은 결말인지, 안 좋은 결말인지 참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결말이라면, 그 사람이 거둔 역대 최고의 성적이자 발달장애인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일반직 공채에서 거둔 최고 성과라고 할 수 있고, 안 좋은 결말이라면 어쨌든 입성 실패라면 실패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발달장애인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대졸 일반직 공채를 본 사례가 그 사람 이후에 등장해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아마 발달장애인 최고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였느냐면, 제가 이번에 거둔 장애인고용공단 공채 결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사실상 끝났으므로 결론을 말씀드리면, ‘대기 3번’이었습니다. 아마 발달장애인 도전자가 이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일반직 공채에 도전해서 대기 2번 이상의 순번을 받거나, 합격하지 않는 이상 깨지지 않을 기록입니다. 누군가 있으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뭔가 있었던 불길한 것을 처음으로 깨본 성과라고 하겠습니다. 공공분야 면접 시도에서 번번이 탈락만 하던 제가 기대는 할 수 없다 해도 동아줄이라도 잡고 갈 수 있는 성과라도 냈으니 어떻게 보면 망정입니다.

이제는 면접 경험이 많아져서 자신감이 생긴 탓에 이제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설 수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일종의 ‘싸움이 오래되다 보니 적응을 이제 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분야 입성 도전을 2018년부터 이제 3년간 6번 치렀으니 그럴 만하겠습니다.

이제는 구직 작전을 전면 수정하는 단계까지 진입했습니다. 구직 속도를 더 빠르게 하려고 ‘이력서 넣기’ 제한 횟수를 철폐하고 전방위 작전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고, 이제 ‘떡밥 회수’를 하는 단계입니다. 요즘 워크투게더에 올라오는 채용공고를 계속 지켜보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모하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다른 장애를 가진 제 교회 동생이 이번에 합격하는 바람에, 졸지에 경쟁심리마저 붙어버렸습니다. 난감한 사실은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시험 규칙이 대폭 개편된다는 사실일 정도입니다. 물론 제게 끼칠 영향은 극히 드물어서, 오히려 걱정하는 과목은 의외로 영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지난 직장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의사는 진찰하면서 “만약 당신이 그 직장에 계속 남았다면, 과거 벌어졌던 정신건강의 위기가 재발할 우려가 컸었다”라는 진단을 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통해 위기의 도화선을 자른 제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알려줬습니다.

이제는 철옹성 같았던 공공기관/공기업 구직에서 자신감도 얻었고, 발달장애인이 더 많이 구직 현장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기, 저기에서 발달장애인들이 구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디서 받아주느냐일 것입니다. 올해도 그랬다지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너무나도 안 한다는 사실은 이제 ‘고장 난 라디오 소리’입니다. 문제는 발달장애 인구가 더 어린 세대로 가면 무려 70% 이상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이제 발달장애인 고용 성과가 장애인 고용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일전부터 경고하고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고용을 넘어서 개인의 관리를 어느 정도 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세금 수입이 늘어나는 동시에 복지 지출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제 발달장애인 고용의 주력은 대기업, 공공기관/공기업이 맡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걸어왔던 길은 다른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게 될 길이 될 것입니다. 조선 시대의 고승 서산대사가 남긴 유명한 시구인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가 바로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선택의 세 번째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공무원으로 아예 방향을 틀 것인지, 민간기업에 계속 다닐 것인지, 공공기관/공기업 채용시험에 계속 도전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치 고등학교 3학년 시절과 대학교 졸업 직전의 비슷한 일을, 이 와중에 다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공무원 생활도 괜찮고 제 적성이나 성격에 잘 맞는다는 평가도 있었고, 진입을 위한 시험도 나름대로 승산이 있을 것이며 장애인 제한 채용으로 도전할 것이 확실하므로 진입 가능성은 더 큽니다. 이미 이런 것을 알고 있는 제 작은이모는 도전한다면 도전하는 것도 나쁠 것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공공기관/공기업 채용시험에 계속 도전하는 것은 이제 자신감도 더 생겼으니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진짜 입성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입니다. 이렇게 따질 경우, 장애인고용공단 내년 공채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재도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간기업에 계속 다니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은 되겠지만, 잦은 이직으로 인해 요즘 불안정 요소를 언제나 이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한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는 특성상 이것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확실한 것은 아마도 내년 이맘때, 장애인고용공단 채용시험에 재도전할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는 점만은 확실히 해둡니다. 일전부터 합류해도 잘 할 것 같다는 주위의 평가를 이제 현실로 만들 때가 다가온 것이니 말입니다.

어떠한 선택이든 저는 갈 것입니다. 아니면, 중도적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에 계속 다니면서 공공기관/공기업 채용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전략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조금씩 전진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보겠습니다. 어떤 것이 답이 될지, 저 스스로 찾아볼 것입니다.

그 답은, 제가 써보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 될 수 있는 이 길을, 제가 찾아 나서보겠습니다. 여태까지 발달장애인이 공무원은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공공기관/공기업 채용시험에 도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시피 했으니 말입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제 길을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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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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