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나의 판결문을 가지고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장애를 빌미로 금전과 노동을 강요하였던 한 종교 집단에 대한 판결문이다. 판결문에선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쏙 빠져있다.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 당사자는 1년 6개월 가량 해당 종교 집단에서 알려주지도 않은 히브리어 번역을 사전을 보면서 반강제적으로 해야만 했었다. 내용을 살짝 들여다 봤을 뿐인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럼에도 좀 더 깊이 들어가보도록 하자.

판결문을 읽어보면 대략 피해 장애인 가족은 장애를 낫게 해준다는 구실로 금전적으로만 2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글을 볼 때면 '왜 저렇게 속을 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그랬었다. 그런데 가족 한 명 때문에, 지인 때문에, 이런 작은 물방울이 구멍을 만들듯 문제의 시발점을 만들어내곤 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명백히 깨달았다.

결국 피고인들의 사기죄가 입증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정의구현이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얼마나 엉터리 판결인지 알 수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피고인들이 정신적, 경제적, 실제적으로는 육체적인 노동에 이르기까지 갈취해온 사실 중 정신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을 인정하였고 그 피해가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상당히 크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피고인들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을 보고 서도 형량은 고작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이 나왔다.

피해자 담당 변호사를 통해 알아본 바로 일반 사기 재판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형량이라고 한다. 즉, 일반적인 재판에 판례에 비춰 가장 일반적인 형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이 비장애인들끼리의 문제인가이다. 이 사건은 엄연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더욱 질이 떨어지는 악질의 범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점을 숙지하면서도 판결에서는 간과한 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것을 묵과하고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애초에 장애가 없었다면, 비장애인이었다면 성립할 수도 없는 재판이었다는 것을 재판부도 명확히 인지한 듯한 내용이 이후로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재판부에서 장애인에 대한 악질 범죄였음을 판결에 추가하지 않았음은 첫째로 우리나라 법이 아직도 장애인을 보호하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둘째로는 재판부 역시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며, 셋째로는 여전히 앞선 판례를 따라 하는 흔한 판례 따라 하기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사기에 울고 재판부의 안일함에 두 번 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저 바라기로는 이런 사이비 종교에 속는 사람(장애인)도 없길 바라며 행여 속더라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이 등장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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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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