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직장과의 퇴직 협상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법적인 시비가 일 뻔했지만, 다행히 잘 수습해서 퇴직 협상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퇴사했습니다. 마지막 의무라고는 회사 수도 고장에 대한 관련 비용 정산 정도만 남은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일전에 제가 회사 수도를 부주의 파손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안갯속 상황이 되었습니다. 구직 의사는 있지만, 아직 이직할 회사가 확정되지 않아 요즘 저는 채용공고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고, 몇몇 회사는 면접을 치렀습니다. 마음에 둔 회사도 있고,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지 않고 움직일 준비를 할 회사도 있고, 구직 검토를 넣어 놓은 회사도 있습니다.

이미 결과가 나온 곳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면접 탈락이라는 비극을 맛봤습니다. 몇몇 회사의 고용 조건은 마음에 들었고, 실제로 적용되면 매우 기쁘게 다닐 만한 회사였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전략이 조금 다릅니다. 약간의 ‘컨트롤 타워’를 두고 구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개인별지원계획에 따라 연결된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조정을 거쳐서 구직을 진행하기로 전략을 바꾼 것입니다. 이번에는 승률이 조금 있어서 면접 확률이 높았었습니다. 그 점 때문에 이번 전략이 더 나은 작전이 될 것 같아서 기분 좋았습니다.

안 그래도, 구직 일정이 더 안갯속으로 흐른다면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직접 회견하여 좀 더 계획을 검토해보는 등 다음 순서는 이미 준비해놨습니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필자가 응시한 장애인고용공단 채용시험장 입구. ⓒ장지용

그사이 인상 깊은 사건이 있었다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채용시험에 응시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애인고용공단이 이번에 정기 공채를 하면서, 저도 채용시험에 응시한 것입니다. 저는 6급 장애인 제한 채용으로 응시했습니다. 원래 5급을 보려고 했는데 영어시험이라는 막판 변수 때문에 6급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그래서 NCS 형식의 필기시험만 치렀는데, 나름 풀만 했던 문제들이었습니다. 단지 준비하는 책에 유제가 없어서 대단히 준비가 어려웠던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답이 다 아래에 있어서 푸는 재미가 없었다는 의외의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결과는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래도 불안정한 마음은 남아있습니다. 행여나 필기시험 탈락을 하지 않을지, 그리고 면접을 가도 면접에서 발달장애를 이유로 탈락하지는 않을지, 그것이 진정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여태까지 발달장애인이 공공기관 등에 특별채용이 아닌 ‘입사를 위한 필기시험까지 치러가면서 진행하는’ 공채를 통해 입사한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도전한 공공기관 역사상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이 응시한 것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하는 공공기관들은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도전한 공공기관 모두 역대 첫 발달장애인 응시자는 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한 것처럼, 발달장애인 채용을 특정직 위주로만 선발하는 채용 관행을 근절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인구는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발달장애를 가진 대학 졸업자 일자리 문제 등 다양한 발달장애인 일자리 문제가 앞으로 벌어져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장애인 채용공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이제 발달장애인을 받아 줄 업체가 늘어나는 것이, 그것도 특정 직종 일변도에서 벗어난 채용 위주로 진행되는 일자리 공고가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용주도 중소기업/사회적 기업 등이 아닌 대기업/공공분야 중심으로 바뀔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혹시나 걱정되는 것은 발달장애가 대부분의 인사 규정에서 결격사유로 간주하는 조항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장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등의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왜 굳이 발달장애인에게는 이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왜 기업은 발달장애인도 주요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적당한 직무를 제공하지 않는지도 덤으로 의문이 듭니다.

앞으로도 안갯속의 일정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무언가 반전의 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도 있지만, 아직 안갯속이라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발 한발 차분히 전진하면서, 새로운 구직 일정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쓸 구직 카드는 총 4개에서 5개 정도로만 정리해볼 것입니다. 어떻게든 해결의 답은 보이겠지만, 차분히 일정을 기다리면서, 발달장애인도 좋은 일자리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체 발달장애인에게는 최저임금 보장을, 저 개인적으로는 최저임금 보장을 넘어 월 200만 원, 특히 실수령액 200만 원 보장을 원합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을 기꺼이 받아 줄 수 있는 회사를 먼저 찾는 것이겠지요. 그런 회사가 앞으로는 좀 든든한 회사이고, 꼰대질 안 부리는 그런 회사였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일자리였으면 합니다. 법적 계약 문제로 끝난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지쳐서 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제 직장생활 이력들이었기에 그랬습니다. 특히 두 번의 자진 퇴사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져서 결국 선택한 대안이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제 구직 상황을 다시 점검해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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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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