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통틀어 성폭력이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희롱은 폭력이 아니고 강간이 성폭력을 의미하는데, 추행이나 희롱 정도를 가지고 성폭력이라 하느냐며 가해자가 오히려 명예훼손 운운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성폭력은 모든 성범죄를 통칭하는 말이다.

성폭력은 심리적, 물리적, 신체적, 법적으로 성과 관련해 위해를 가하는 폭력적 행위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인 접근을 말하는데, 강간과 성추행이 있으며,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이 포함되며, 위력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 성폭력에서 폭력은 광의인데, 폭력적 행위라는 표현에서의 폭력은 신체적 행위인 폭력이나 참으로 애매하다.

성폭력에는 데이트 성폭력, 친족 성폭력, 사이버 성폭력, 공공장소에서의 성추행, 직장 내 성희롱 등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을 하나의 유형으로 나누어야 하는가 아니면 대상만 장애인이지 다른 유형들과 유사한 것일까?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애인이라며 데이트 성폭력이라고 한다거나, 장애인 가정이 빈곤하고 재혼 등으로 인해 친족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하고, 사이버에서 장애를 대상으로 돈벌이나 장난 대상으로 하기도 하니 모든 성폭력에 장애인들이 노출되어 있다.

추행과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느냐가 기준이 된다. 강제성이 없었다고 하여 추행이 아니라 희롱이 되지는 않는다. 성욕의 자극, 흥분을 목적으로 수치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추행이며, 형법 298조에 의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정의와 법적 설명은 이 정도 해 두고,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업에 많이 종사해 왔는데, 과거 안마시술소에서 손님이나 상사로부터 성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안마시술소가 밤새 영업을 한다는 특수 환경과 기숙을 한다는 조건, 고용되거나 고객에게 약자라는 것이 위험 수위가 높은 악조건이었다.

어떤 시각장애 여성들은 희한한 제안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식이 없는 집안에 아들을 낳아 주면 보상을 할 테니 기회를 잡아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다. 어떤 이는 안마를 하는 손님에게서 재력을 자랑하면서 애인이 되어 달라고 하여 애첩이 되는 길로 유혹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도와준다며 씨받이로 생각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요즘 청각장애인들은 자동차에 청각장애인 마크를 부착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 교통 경찰관이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 청각장애인 마크인데, 청각장애인 마크를 부착하면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차를 부수고 물건을 훔쳐 가기도 하고, 사고 발생시 장애인임을 알고 과실을 전가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각장애인들은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수어사용을 되도록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데, 언어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수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몰래 뒤를 밟아 화장실을 따라와 성범죄를 저지르는 피해를 입은 경험담을 듣고 조심하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지르지 못하니 성범죄를 해도 도움 요청을 하지 못할 것이고,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들은 성범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고, 표현 능력이 부족하므로 함부로 해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발달장애인이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하거나 사탕과 같은 작은 보상을 받으려면 그런 정도는 무관하다는 생각이나 상대가 진정 사랑해서 그렇게 한다는 판단의 부족으로 성범죄의 대상이 된다. 특수학교, 장애인 거주시설 등 폐쇄된 장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성범죄 피해자임에도 짜장면을 얻어먹었다는 이유로 강력한 거부의사가 없었고, 이득을 취하였으므로 오히려 성매매자로 처벌을 받은 장애인도 있다.

이성 관계는 유혹에서 시작한다. 그 성스럽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관계가 오염이 되어 건강성을 잃어버리면 경제적 미끼를 이용한 성적 착취, 억압의 수단으로 기를 죽이기 위한 수단, 성을 이용하여 지배하려는 의도, 범죄라는 의식과 감수성성 부족, 얕잡아 보고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외모에 반허여 육체적 관계라도 친밀하게 하고 싶어서, 치정사건으로 사랑을 얻기 위한 과잉행동, 원하지 않는데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과속행동, 지위나 힘을 이용한 욕구 충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여성의 과도한 노출이 남성으로 하여금 성적 욕구를 충동질 할 수 있는가? 택시를 타고 가다 보면 과도한 노출을 한 여성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이든 기사가 저러니 성문제가 생기지라고 말하는 것을 가끔 듣게 된다. 그것이 일리가 있는 말이라면 보석상에 보석을 탐나게 진열한 주인 탓에 도둑을 맞은 것일까? 충동질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선을 넘는 사람의 탓인 것이다.

여성이 부끄러워하면 귀엽다는 사람도 있다. 부끄러움이나 남성 기피(낯가림)가 오히려 성추행을 유발시킬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삐 풀린 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의 탓이다. 어떤 자기표현에도 안전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장애는 과도한 노출이나 조신한 여성적 모습처럼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그냥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장애인 탓’ 처럼 치부되어야 하는 것일까?

장애인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얕잡아보는 자세와 처벌을 받지 않으면 죄가 숨겨진다는 생각, 완전범죄가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일까? 다른 곳에서 해결하지 못한 충동을 해결할 곳이 없어서 가장 약자인 장애인에게 야만적 폭행을 저지르고 만 것일까?

성범죄는 성취의 수단과 과시의 수단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여자는 다르다는 성차별이나 우월감에서 출발하기도 하며, 여성이 틈을 보여서 그 정도는 용인될 것 같은 착각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여성의 유혹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 시키는 변명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들은 대처방법에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불쾌하다는 반응의 미비, 거부와 기피의 표현 부족, 주위 사람들의 문화 부족과 공동 대처 부족, 쉬쉬하는 문화로 조정이나 상담, 관리의 소홀, 처벌이 약하거나 사법기관의 안이한 대처가 예방을 방해하고 있다.

피해를 입고도 장애인은 안 좋은 소문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집안의 망신이라서,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웃음거리가 되기 싫어서, 오히려 피해를 더 입을 수 있어서, 대응법을 몰라서, 관계가 악화 되기 싫어서, 상대가 너무 무서워서, 장애가 강조되어 온 세상에 알려지기 싫어서 등 장애인 피해자의 적극 대처를 하지 못한 사유도 다양하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성범죄 예방교육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더욱 강력한 처벌을 통한 억제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적 불이익과 수치심을 주거나 격리, 신상 공개를 통한 경계심 강화 등의 예방책과 피해 발생시 진정한 사과와 반성과 배상 요구, 장애인의 사법적 절차 지원과 격리보호 조치, 의사소통 지원과 치료 지원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성범죄는 한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살인행위이며, 특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동등한 한 인간을 인정하지 않고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행위로서 사회의 한 구성원의 자격을 상실한 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저항하지 않는다고 아무에게나 폭력을 해도 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 사회에 무슨 안전과 행복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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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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