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동을 가르치다 보니, 피아노가 좋아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아이들, 혹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음대 나와서 먹고살 수는 있나?'

'음대는 점점 없어지고 있는데 굳이 음대를 가야 하나? '그냥 취미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음악을 좋아하는 장애 아동들에게는 이러한 계산이 없다.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열심은 지극히 순수하다.

모든 음악전공자들은 수십 년을 어렵게 공부한 음악으로 자신의 직업을 갖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를 꿈꾼다.

어린 시절부터 많게는 수십 년 동안 음악 전공을 위해 받는 훈련은 이렇다. 매년 수백, 혹은 수천만 원에 버금가는 레슨 비용과 심리적 고단함, 체력과의 싸움, 연주에 대한 심리적 불안, 심장을 조여 오는 압박감, 컨디션 관리, 기능적 연습 등 이 있다. 이렇게 음악전공자들이 받는 훈련의 강도는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올림픽을 앞두고 받는 훈련의 강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어마어마한 일을 장애가 있는 음악전공자들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 하나로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회로의 진출은 별개의 것이다. 순수예술로서의 생업 문제는 장애예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중대한 문제이다.

장애 연주자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몇 년 전부터 기업이나 사업장에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는 제도가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이나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된 지 만 30년이 되었다.

1991년에는 0.43%인 장애인 고용률이 2020년 기준으로 2.92%로 증가했다.

장애인 고용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행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예술인처럼 특수고용 직무의 경우는 입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이다.

또한 그러한 사업이 시행된다한들 실질적이고 효용성 있게 진행되고 있는가는 점검이 필요하다.

얼마 전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와 '장애인을 위한 음악 사업'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내용인 즉, 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단체에 연주자로 입사한 장애예술인의 월급이 80만 원인데 그중 레슨비로 50만 원이 나간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장애인을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한다 한들,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 사업을 만들고 진행하면서 결국 손해는 보지 않고 응당 '받아야 하는 것을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장애 예술인을 위한 근로지원인제도의 도입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한편으론 이해는 간다. 하지만 어느 사업이건 사업의 방향과 의도가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서 사업 시행에 있어서의 확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려 한다.

장애인 오케스트라 얘기가 나왔으니 오케스트라 사업과 관련해 몇 가지 점들을 생각해 보면 이렇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충분히 고민되어야 한다.

장애예술인 중에는 음악을 전공했다 해도 악보를 읽거나 지휘자의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다. 그럴 경우 레슨비를 따로 받으며 장애예술인을 교육하기보다 음악 전공자들을 중증장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위한 근로 지원인으로서 채용하는 방법이 있다.

근로지원인은, 장애인의 행정업무와 기술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 오케스트라에 근로지원인이 있다면 장애인 근로자가 연습하며 지휘자와의 소통의 어려운 점을 지원해 줄 수 있다.

"영화 카핑 베토벤"을 생각해 보면 쉽다.

극 중 안나홀츠라는 뛰어난 음대생이 베토벤의 악보를 베끼는 일을 한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베토벤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을 지휘하게 되었을 때 안나홀츠의 도움을 받게 된다. 전혀 듣지 못하는 베토벤은 안나 홀츠의 지휘하는 손짓을 보며 태연하게 지휘를 한다.

중증장애인 예술인도 비장애 음악 전공인과 충분히 협업을 이룰 수 있다. 근로지원인의 업무 종류가 예술분야에도 지원이 된다면 예술인과 장애예술인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다.

비장애 예술인들은 자신의 직업적 자존감을 유지하며 가르치는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장애예술인은 따로 사비로 레슨비를 내지 않고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렇게 오케스트라 사업 하나만 보더라도 사업의 아이디어를 확장하면 다양한 종류의 제도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도 있다.

왜 장애예술인들을 위해서인가?

장애예술인들 중 소수만 레슨이나 음악교육을 진행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반면에 다른 장애 예술인들은 그나마 일 년에 몇 번 있는 연주로 용돈벌이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장애예술인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부모의 케어가 매 순간 필요하기도 하다. 결국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행정업무를 보는 장애예술인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애예술인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와 지원체계가 더 연구되어져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인을 위한 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의 모습으로 전략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악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맞춤형 지원제도와 함께 그러한 제도가 효용성과 실효성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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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유 칼럼니스트 한국 최초 클리펠 파일 증후군 (Klippel-Feil syndrome) 피아니스트로 다년간 장애아동 및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해왔다. 음악치유에 관심을 두어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겸임교수로 음악치유 강의를 진행 중이며, 한국인문예술치유연구소 대표이기도 하다. 음악의 거창함과 화려함, 치료적 접근 보다는 마음의 쉼과 힐링을 주는 역할로서 장애아동과 청년들이 어떻게 음악을 사유하고 즐길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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