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축물의 주출입구 현관문이 자동문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이 자동문은 터치식으로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것도 있고(반자동), 사람이 출입문에 접근하면 센서가 자동으로 감지를 하여 열리는 완전 자동문도 있다.

출입문은 여닫이(밀거나 당기는 문, 흔들어 연다는 의미로 스윙도어라고도 하고, 경첩이 달려 있다고 하여 힝드도어라고도 함)도 있고, 미닫이(옆으로 밀어서 여는 문, 슬라이딩도어)도 있다. 여닫이문의 경우 열린 상태에서 문이 벽쪽으로 붙어 자리를 차지하므로 대부분의 자동문들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다.

자동문은 문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되고 힘을 가하지 않아도 되므로 매우 편리한데, 특히 지체 장애인들에게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문을 통과할 수 있어 공공기관의 주출입문을 자동문으로 설치해 줄 것을 장애인들은 원한다. 그리고 반자동인 경우 버튼을 누를 때에 날개벽을 충분히 확보하여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장애인들이 출입 가능한 문을 하나 이상 설치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건물 바닥 차이가 나는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출입을 위하여 별도로 문을 만들었는데, 부출입구로 출입하도록 하거나 별도의 다른 문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어 장애인들은 다른 길로 다니라는 차별로 인식되었다. 요즘은 이런 설계는 거의 사라졌다.

시각장애인이 문이 있음을 감지하도록 하기 위해 출입문 전후에 30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점형블록을 설치하고 있다. 방풍문으로 이중으로 주출입문이 설치될 경우 이중으로 설치된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점자블록을 설치할 경우 좁은 곳에 각 문마다 전후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네 줄이나 점형블록 선이 생기게 되는 것은 편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문과 문 사이 폭이 3미터 이내인 경우에는 중간의 점형블록은 설치하지 않는다.

점형블록의 경우 색상과 높이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황색이 너무 눈에 띄어서 미관을 해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색상의 시비는 거의 없어졌다. 이런 시비는 법에서 황색을 원칙으로 한다는 식의 표현으로 원칙이 아닌 다른 예외도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2 16)

편의증진법 시행규칙과 점자블록 표준규격(KS F-4561)에서 점자블록의 돌출 높이는 점형블록은 0.6센티미터, 선형블록은 0.5센티미터이고 오차를 0.1센티미터 인정하고 있다. 이 규격에서 돌출 높이가 너무 높아 휠체어 장애인에게 불편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점자블록을 지나갈 때 들들거리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인데, 장애인들에게 물어보면 전혀 그렇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고,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병원 엘리베이터 출입문 앞의 점자블록으로 인해 수술 환자의 주사바늘이 빠졌다는 주장도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동문의 경우 문이 열리는지 닫히는지를 몰라 문과 부딪힐 수 있고, 문에 낄 수도 있으니 시각장애인은 여닫이문이 더 편리할 것이라고 여겨 별도의 옆문을 이용하도록 점자블록으로 유도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있다.

이에 대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은 강력 반발하면서 시각장애이니 다른 문을 이용하라는 것은 분리와 차별이라며, 과거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별도의 문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항변한다.

시각장애인은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경우 발생하는 작은 소음을 감지할 수 있고, 점형블록이 있어 주위를 충분히 살필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도 주출입구를 같이 이용하는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에도 맞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의견으로 점형블록의 돌출 높이가 너무 높으니 한국표준규격을 변경하여 국제규격(ISO)에 맞추어 조금 돌출 높이를 낮추자는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아직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점자블록은 가로와 세로가 30센티미터인데, 이를 쪼개어 사용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선형블록 한 두 장에 이어, 점형블록 한 두 장, 다시 선형블록 한 두 장을 설치하면 혼란스러우므로 좁은 공간에서 점형과 선형이 연이어 반복되거나 좁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감지하도록 점형블록을 떡칠하듯이 하여 어느 곳의 주의를 알리는 점형블록인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경우 점형블록의 설치 효과가 없다고 하여 피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도로가 곡선인 경우 직선으로 착각하여 방향감각을 잃을 수 있고, 유도블록이 꺽일 경우 직각이 아니면 방향감각에 혼란을 주므로 직각으로 하되 건물 구조상 직각이 너무 잦아 꼬불꼬불해 지면 복잡한 지도를 마음속으로 그리기가 어려우므로 심플하게 직선으로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블록이 지체장애인에게는 불편하므로 별도의 점자블록이 설치된 문으로 유도하는 것에는 한시련은 반대를 하며, 서로가 불편하다는 것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점형블록이 휠체어의 이동에 불편을 준다는 것에 대하여도 몸에 조금의 진동이 온다고 하여 시각장애인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한시련은 지체장애인에게는 점형블록이 불편하다는 주장은 삼가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주장의 확장이 편의시설 설치를 기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차별적 말을 만들어 내게 하고, 장애 유형에 따른 의견 충돌을 조장한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점형블록의 규격을 국제규격에 맞추어 조금 낮추는 것에 대하여 시각장애인의 인지나 보행에 큰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연구과제를 만들어 시험해 보았으면 한다. 외국에서는 통하는 것이 한국에 사는 시각장애인에게만 불편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는 논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법과 국가표준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정부가 충분한 연구비를 투입하여 당사자와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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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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