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서 있는 상태를 버티고서야, 물리치료실에 내려갈 수 있었다. 물리치료실의 풍경은 내가 마음속으로 그리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그다지 없는 재활 기구들, 각자 운동하는 사람들 혹은 의식 없이 보호자 손에 마지못해 끌려온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가레를 처리하지 못하는 분들이 석션(suction)을 받고 있는 모습들. 그리고 펼쳐져 있는 몇 개의 매트들, 어느 모로 내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물리치료실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냥 헬스장이었다. 혹시 재활을 생각 중인 사람들에게 말한다. 재활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그냥 운동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아주 아주 힘든 운동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대학병원에서는 극소수였다. 대부분 몇 가지 없는 운동 기구를 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마저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의식이 없거나 의지가 없는 환자들은 그냥 자동으로 돌아가는 운동 기구에 의지해서 강제적으로 몸이 움직여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래도 다행스럽게 물리치료실 팀장님께 손수 코칭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정말 너무 힘들었다. 몸에 장애가 남을 걸 각오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나아질지 알 수 없는 재활을 한다는 것은 기약 없는 행군을 하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너무 간절했기에 충실하게 팀장님의 코칭에 따랐다.

제일 먼저하게 된 운동은 네발기기였다. 요가나 필라테스에서 고양이 자세로 많이 알려진 운동으로 푸쉬업을 못하는 사람들이 대안 운동으로 하기도 하는 자세였다. 처음에는 그냥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난이도가 올라갔는데, 거의 매일 팔다리가 바들바들 떨릴 때까지 운동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운동을 해서였는지, 몸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다리가 조금씩 힘이 생겼고 어느덧 조금씩 걸을 수 있었다. 팔다리에 남아 있던 근육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하였고 감각도 많이 돌아왔다. 내게도 희망이 보였다. 그게 중요했다. 내 몸이 변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장애인으로 남아있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물리치료실에 갔다 올 때는 항상 가는 길 도중에 있던 창가에서 겨울 경치를 구경하곤 했다. 하얀 눈이 쌓인 대학병원 경치는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맛이 있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눈처럼 내 현실도 다시 빛나길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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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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