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장애인 활동지원 중개 기관에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립센터와 복지관이 업무를 맡는다. 때문에 그간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통제권은 장애인 본인이 아닌 중개 기관에 있었다.

활동지원중개기관은 보조인에게 활동 지원금을 지급하며 25%의 수수료를 책정해간다. 보건복지부 책정 활동지원사 시급은 주간 14,020원이지만, 중개기관에서 수수료를 떼어 가면 활동지원사는 10,520원을 받는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통제권이 공급자에 있어 과다한 중간 수수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장애인 개인예산제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경우 개인별 맞춤 계획을 수립한 이후 예산이 지원되며,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한다. 장애인에게 직접 예산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활동지원은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1:1 관계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장애인에게 예산을 지급하는 방식이기에 장애인이 활동지원 서비스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복지의 폭이 넓어진다. 평소 사기 힘들었던 장애인 보조 기기를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반대 측은 활동지원서비스라는 사회 서비스가 시장의 영역에 도입되면 활동지원서비스의 가격 경쟁과 함께 활동지원사가 손이 덜 가는 장애인을 찾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실 활동지원사들이 손이 덜 가는 장애인을 찾으려 하는 문제는 지금도 있다. 활동지원사를 찾지 못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최중증 장애인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의 경우 기존에 제공된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의 10%를 활용하여 미리 제도의 허점을 짚어보면 해결될 일이다.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서 시작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회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개인 예산제를 도입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예산 확대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예산 확대의 문제는 장애인 개인예산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전체적인 복지 시스템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힘 장애인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은 작년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국회의 정쟁 속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목적은 결국 장애인들의 자립과 탈시설에 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야말로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적합한 제도다.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공론화하고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관련 단체들도 장애인 개인예산제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예산 확대와 함께 기존 활동지원 시간의 10%를 활용하는 시범운영제의 도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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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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