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발달장애인 재학 학교를 방문하여 돌봄을 하는 미국 군인. ⓒWikimedia Commons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는 썩 유쾌한 표현은 아니지만, 부모들에게는 간절한 발달장애 관련 쟁점이 있다. 바로 ‘돌봄’ 문제이다.

당사자들에게는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거리가 줄어들거나 그러한 걱정을 하지만, 부모들에게는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특성이 있어서다. 특히 학교생활 등의 개념이 없는 성인 발달장애 당사자의 부모들은 그러한 걱정이 더 심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돌봄 문제를 ‘단 하나의 방법’으로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믿겠는가? 사실이다. 바로 ‘고용’이 이뤄지면 그러한 돌봄 부담을 100%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50%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의 2020 발달장애인의 일과 삶 실태조사 결과에서, 의외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이지만 그렇다. 바로 취업한 발달장애인의 돌봄 필요 시간은 3시간이지만, 취업하지 않으면 그 2배인 6.1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거꾸로 말해 발달장애인이 고용되면 돌봄 부담은 적어도 50%는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담 정도를 5점 만점으로 따졌을 경우 발달장애인이 취업했을 때의 돌봄 부담은 2.87점, 취업하지 않았다면 2.32점이었다. 참고로 이 점수는 숫자가 5점에 가까울수록 부담되는 것이 낮다는 점이다. 즉, 발달장애인 고용은 발달장애인 돌봄 부담을 적어도 ‘의미 있는 수준’ 정도는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조사 결과는 알려주고 있다.

발달장애인 고용 여부에 따른 돌봄 비용의 차이는 이 통계에서는 조사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시간 부담 면에서는 발달장애인 고용이 훨씬 더 나은 돌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비용은 그만큼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 고용이 당사자 인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잘 알려졌지만, 부모의 돌봄 등의 부담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점은 잘 생각하지 않는 지점이다. 즉 발달장애인의 돌봄에 들인 시간이 고용을 통해 자연히 감소하면 부담도 당연히 낮아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부모도 노동해본 적이 많으므로, 그러한 ‘직장생활 경험’이 전수되는 효과도 살짝 있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고용되었다면 발달장애인을 일하러 가게 된다. 그러한 시간에 부모는 자신의 노동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자기 일을 하러 가게 될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그 시간에는 돌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 자체가 할 거리이니 걱정을 붙들어 맬 수 있다.

그리고 노동을 하다 보면 발달장애인도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자기 위생 관리와 시간 관리, 허기진 것을 채우는 등의 일등은 직접 해결해야 한다. 만약 고용 없이 돌봄만 있었다면 그러한 것을 100% 부모 등이 책임져야 했지만, 고용이 되면 그러한 부담은 적어도 50%는 줄어든다. 고용되면 아침 정도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정도는 될 것이니까 그렇다. 필자도 최근에야 필자의 자기 관리 등에 대해 부모가 어쩌다가 지적하는 수준이 되었을 정도다.

돌봄을 통해 해줘야 하는 일도 자연히 줄어든다. 굳이 전통적 의미의 돌봄을 제공할 시간은 굳이 따지면 주말 정도에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하면 되는 정도다. 직장생활 자체가 많은 경험을 하는 생활이니 그러한 것이다.

당사자에게도 이익이다. 당사자들은 직장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다른 것이라고 셈 치라더라도 돌봄을 빙자한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도 있고,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효과도 물론 있거니와 경제적 수입을 통한 경제적 자유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사자 자녀의 수입을 가져가는 것은 부모의 경제적 착취에 해당하기에 그렇다.

발달장애인 부모 계급의 당사자 자녀 돌봄 부담에 대해서 이제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돌봄 자체 부담을 국가에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국가도 이 부담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의 예산 구조로는 더는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며, 정부의 예산 정책 원리상 장애계가 요구하는 ‘처음부터 100% 적용’은 불가능한 구조이다.

정부는 점증주의 방식 예산 정책이 원칙이므로, 차분히 대상자를 확대하는 정책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라서 그렇다. 만약 장애계가 요구하는 그러한 방식과 수준의 돌봄을 하려면 세금 부담을 그만큼 늘려야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부담을 고용을 통해 해결하면 어떨까? 기업에 발달장애인 돌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발달장애인을 경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하면 자연히 돌봄 부담은 줄어들기에 그렇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소득 증대와 낭비되는 시간 감소, 국가에는 세수 확대와 예산 지출 감소, 가정에는 자신의 시간 확대와 돌봄 부담 감소, 그리고 의미 있는 시간의 활용. 이것이 발달장애인 고용이 돌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아동-청소년기 발달장애인에게는 교육이 최대 돌봄의 해결 수단이지만,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주간활동보다도 고용이 더 효과적인 돌봄 문제 해결 수단일 수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돌봄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려면 최대한 당사자 자녀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아닌 이상 발달장애인도 직장생활 고충이 일상생활 고충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하는 날이 와야 진정한 올바른 사회일 것이다.

발달장애인도 노동 하는 것이 헌법상 ‘근로의 의무’를 채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헌법상 ‘근로의 의무’는 법적 의무가 아닌 도덕적 의무에 가까운 개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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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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