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노부유키츠지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Yuji Hori

지인들에게 특수학교에서 음악교육을 하고 있다고 나를 소개하면 98%는 음악치료사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음악치료가 아니라 음악교육이에요. 특수아동음악교육이요."

물론 특수아동음악교육과 음악치료는 톱니바퀴처럼 모든 것이 맞닿아 있다. 실제 특수아동  음악치료를 위해 다양한 음악교육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특수아동 음악 교육에 '치료'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특수아동이라고 해서 항상 '치료'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치료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은 아이들이 예술이라는 순간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그 기회를 '치료'라는 단어를  붙여 장애 아동을 병리적 입장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음악치료와 음악교육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아동음악교육의 주안점

특수학교에서는 음악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도모하고 있다. 필자는 음악놀이, 핸드벨, 개별화 음악활동 등 다양한 음악프로그램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러한 특수 음악교육은 아동을 치료적 관점의 대상이 아니라 가창, 기악, 감상, 창작의 음악적 목적을 성취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실제로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성을 표현한다. 꼭 제 박자에 정확히 신체를 흔들거나 악기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때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우리는 청각장애가 있었던 베토벤을 장애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위대한  음악성과 훌륭한 작품들에  감동한다.

2009년 최고의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인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Nobuyuki Tsuji)는 피아노가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고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음악을 치료적 관점이 아닌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의 관점에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특수아동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영재성을 개발하고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나는 학생들의 뛰어난 리듬감에 놀랄 때가 많다. 또한 아이들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나 음악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음악성과 창조성이 발휘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즉, 아이들이 치료적 관점으로서 음악을 학습하고 배우는 것이 아닌 음악성을 계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하는 것이다.

특수아동음악교육은 다양한 학문의 통섭

특수아동음악교육이란 분야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낯선 분야다. 그도 그럴 것이 특수아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단지 음악적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교육 접근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음악 전공자들이 특수 음악교육을 한다는 것은 이질감을 갖게 할 수 있다.

특수아동음악교육을 하기 위해선 각 장애의 특성과 적용에 대해서 이해해야 하고 교육의 목적이 특수 아동에게 어느 수준으로 접근해야 할지 구분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음악교육학과 이론뿐 아니라 장애학, 특수아동음악교육, 특수아동교육  등 다양한 학문이 통섭되어야 교육을 베풀 수 있다.

그나마 특수 음악교육을 조명해준 학문이 '음악치료'였다. 음악치료는 특수아동을 이해하고 가르치는데 분명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음악치료가 특수아동의 음악교육을 도모하고 장려한 점은 높이 살 만한 점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특수아동음악 교육이 음악치료라는 넓은 범위 안에 흡수되어 특수아동음악교육이라는 고유성이 해체되어 버린 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의 예술교육을 위한 음악교육 석사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의 예술교육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에서도 자폐성 장애아동을 비롯 다양한 장애아동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특수아동을 교육할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음악전공자들도 단순 음악교육이 아닌 통섭형 음악교육을 알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치료가 됐든 특수아동교육이 됐든 다양한 형태의 교수법과 학문이 실제로 대학이나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수아동을 교육하는 일이 음악치료사들 만 하는 치료적 접근이 아닌 자격을 갖춘 음악전공자들도 교육할 수 있는 일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나 현장에서 특수교육과 관련된 더 전문적인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작은 발자국들이 찍히다 보면 그 길이 익숙한 길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수아동음악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작은 발자국, 용기 있는 발돋움을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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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유 칼럼니스트 한국 최초 클리펠 파일 증후군 (Klippel-Feil syndrome) 피아니스트로 다년간 장애아동 및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해왔다. 음악치유에 관심을 두어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통합치유학과 겸임교수로 음악치유 강의를 진행 중이며, 한국인문예술치유연구소 대표이기도 하다. 음악의 거창함과 화려함, 치료적 접근 보다는 마음의 쉼과 힐링을 주는 역할로서 장애아동과 청년들이 어떻게 음악을 사유하고 즐길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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