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 직전부터 몸이 계속 심하게 아파지고 왼쪽 허벅지에 붉은 병변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그냥 알러지겠지, 근육통이겠지 생각하였다. 군대에서 운동을 나름 열심히 했었다. 근육통이 좀 생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다.

근육통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고 알러지도 약을 먹을 때만 잠깐 가라앉았다. 동네 많은 병원을 찾아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딱 한 군데에서 의미 심장한 말을 듣고 그후로 지금까지 일생일대에 실수로 후회하게 되었다.

동네 가정의학과 병원에서 근육통약을 처방 받았는데, 의사분은 제게 약이 듣지 않는다면 류마티스를 의심해야 한다고 충고해주셨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 말을 무시했다.

‘나이가 이제 23살인데 무슨 류마티스?’

그 말을 무시하고 점점 다리를 구부릴 수 없게 되면서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복학을 하고 바쁜 학교 생활 가운데 몸까지 챙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부모님들도 두분의 사정으로 나에게 신경써주지 못하였다.

그저 학교 근처 병원에서 류마티스성 피부 근염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병에 대해 진단 받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앞서 가정의학과에서의 충고가 머릿 속에 되내여 졌다.

그렇기에 그때도 현실을 믿지 못했다. 그래서 여러 병원을 더 다녀보았다. 나병치료로 유명한 병원에서 피부염에 대해 진단을 받고 혹시 류마티스와 연관이 있을 수가 있나 가능성을 물어보기도 하였으나 의사선생님도 의아해하실 뿐이었다.

여전히 치료성과를 낼 수가 없어, 대학병원에 감염 의학과들을 찾아보고, 그 해 추석 연휴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군대에서 걸릴 수 있을 만한 감염병에 대해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통증이라도 줄이기 위해 진통제를 주사 맞았다.

그런데 진통제가 들어가자 현기증과 구토가 몰려왔다. 그대로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며 완전 녹초가 되버렸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진통제가 들어가면 계속 헛구역질이 생겨서 진통제 조차 쓰기 어려운 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을 기점으로 집에 돌아가서도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잘 수가 없었다. 누가 상상하겠는가? 언제나 당연하게 여겼던 잠인데, 갑자기 잘 수가 없는 느낌, 아니 잠자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한 기분...

뭔가 잘못되었다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쌌고 그 뭔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갖은 애를 썼으나 2010년에 나와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보는 이름 조차 찾기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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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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