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모부성권 촉구하는 장애여성. ⓒ에이블뉴스 DB

요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장애계는 공분했다. 한부모 생활시설인 애란원을 방문한 그가 정신장애, 지적장애를 겪는 미혼모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며 이들은 아이를 보육하는데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해석하면 아이 보육이 힘든 이유는 미혼모들의 장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장애가 있는 부모가 자녀를 둔 경우 자녀의 복지증진 및 보호자의 일・가정 양립으로 가족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의 일환으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서비스를 예로써 한번 보자.

장애여성이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시, 2021년 기준으로 연간 840시간(월 70시간)을 이용하게 되며 하루당 2~3시간 정도니, 장애를 겪는 엄마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 한부모의 경우 대개는 저소득이 많고, 아동과 관련한 가사지원이 필요하므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가사지원이 들어간 시간제 종합형 가형(가구 중위소득의 75%)만 놓고 보자. 그러면 본인부담금은 취학 전 아동과 취학 아동의 경우 각각 월평균 158,060원, 193,200원이다. 야간, 휴일 시에는 가산금이 붙어 2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데 장애 부모가 한부모든, 아니든 관계없이 대체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 장애 여성일 경우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을 훨씬 밑돈다. 이러니 아이돌봄서비스의 본인부담금은 장애 한부모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여기에 장애특성 고려한 지원이 일부 복지관과 지자체 프로그램 외엔 거의 없어 자녀 있어도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여성 출산비용 지원에 관해 간단 소개한 그림. ⓒ복지로사이트

이외에도 장애여성과 관련한 활동지원 서비스의 경우 출산 후 6개월 이내로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고, 자격이 되면 만 6개월 동안 월 한도액은 108만 원 선이다. 장애여성 출산비용 지원사업도 출산‧유산‧사산한 장애 여성에게 100만 원을 지원하지만, 일회성이라 지원이 열악하다.

이렇게 우리나라 장애 여성 정책은 출산 및 양육 초기에만 집중돼 장애여성들이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반면, 영국, 호주 등은 장애 여성을 출산, 교육, 양육의 주체로 인식하며 다양하고도 충분한 지원정책을 편다. 영국, 호주와 같이 장애 여성을 인식하는 가운데 우리 실정에 맞는 장애 한부모를 포함한 장애여성 지원정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고용, 직업재활, 문화예술 지원 등의 자립 관련 복지서비스 조항인 제33~38조가 ’강구해야 한다‘ ’~할 수 있다‘등으로 의무조항이 아닌 가능조항이다. 예산 없으면 안 해도 된다는 뜻이라 정신장애인의 자립에 걸림돌이 될 우려를 안고 있다.

실제로 지역정신보건과 자살예방 등에 관련해서만 예산 배정이 이뤄졌고 지역사회 자립예산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음은 이런 우려가 현실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정신장애인의 월평균 소득이 여러 장애 유형 가운데 가장 낮았다는 조사결과도 있지 않은가?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도 낮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 장애를 겪는 한부모가 자립하기란 상당히 쉽지 않으며, 이런 요인으로 인해서도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여기에 정신장애, 지적장애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시혜와 동정, 심지어는 혐오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편견이 지독하다.

따라서 정신적 장애가 있는 한부모들의 양육 어려움은 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이렇게 돌봄과 보육에 어려움이 많은 현실이니 한부모 복지상담소 시행규칙 마련 등으로 복지서비스 근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애란원 원장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말한 것이다.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미혼모 보호시설 애란원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방문한 모습(좌측), 애란원 회의실에서 ‘미혼모 가족 지원 대책’에 대한 애란원과 국민의힘 간 간담회 모습(우측). ⓒ국민의힘 홈페이지

하지만 애란원 원장의 말에 그는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한부모를 비정상으로 여기며 발언했다. 장애인 비하임은 물론 정신적 장애 여성의 열악한 현실을 오로지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거다. 이런 현실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임을 깊이 고려하지 않거나 무시한 발언임은 물론 장애여성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는 발언이라고 본다.

평소 정신적 장애여성을 포함한 장애인 삶에 관심이 없고, 정치싸움과 자신들의 잇속에만 신경 쓰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복지예산‧정책도 장애여성 특성을 포함한 장애인의 삶보다 자신들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그래서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에 대한 국민의힘 해명이 형식적으로 느껴지고 별로 공감이 안 간다.

이 와중에 국회에 장애인 비례대표가 있거나, 장애를 겪는 당사자의 자매인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은 임기 동안 개인적 영광은 잠시 접고, 국회 내에서 정신적 장애 여성 포함한 장애인 삶의 현실에 대해 전보다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많이 내야 한다.

또한 국회 내에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을 정기적으로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고, 공부로 얻은 것을 활용해 정책‧예산에 반영하고 현행법을 개정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계속 거치는 게 현실이 되게끔 이들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의 의견을 들으며 목소리 내야 한다. 정책‧예산 반영 및 현행법 개정 과정에 있어 장애인 당사자를 필두로 장애계 등의 정기적 피드백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걸 통해 장애인의 삶에 거의 무지하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 장애인 삶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본다. 그럴 때 장애가 있는 한부모 등에 대해 '비정상'이란 말 사용을 조심하며,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들이 장애를 겪어도 자녀를 당당히 양육하며 삶을 살게 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발언에 대해 형식적 해명과 사과로 끝내지 말고, 진심으로 사죄함은 물론, 장애인의 삶에 대해 진정 고민해 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애인 비하 발언하고 이에 대해 해명하고 형식적으로 사과하고 다시 또 비하와 해명, 사과를 반복하는 쳇바퀴 도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고 사라지길.

그래서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장애인권리협약 대원칙이 국회에서 실현되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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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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