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지도 벌써 30년이 흘렀다. 교통사고로 두개골 골절, 척수손상, 양하지절단 등의 장애를 갖게 되었고,, 수술 후 처음으로 나를 깨운것은 “통증”이었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환상통... 절단된 두 다리의 상실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통증은 다리를 다시 칼로 썰어내는 듯 날카롭고 무서웠다. 통증으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며 밤을 새며 울다가 지쳐서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던 때 차라리 죽는게 편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15년전 “동료상담”이란 걸 접하게 되면서, 각기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들 장애로 인한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견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하기도 한다. “장애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게 무슨 도움이 되나요? 그런다고 내 삶에 뭐가 달라지나요?”

장애인 동료상담가로서 내가 느끼는 “한계”이기도 하고 매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애인들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장애의 경험을 들어주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어지고 공감이 되면서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된다.

장애는 나만 겪는 고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겪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슬픔이나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다른 동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그렇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삶을 살아갈 용기를 갖게 하기도 하고, 다른 동료들의 대처방법을 보면서 다양한 삶의 방법과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마도 내가 장애를 갖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바로 장애인 동료들.

그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장애유형, 나이, 성별이 달라도 우리가 갖는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것, 바로 장애의 경험이다.

서로 경쟁하고 살아내야 하는 정글같은 세상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동료들의 모습은 바로 내 자화상이기도 하다. 편견, 차별, 낙인으로 인한 분노 그리고 현실적인 고통속에서 이상하게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여기저기 온몸에 상처투성인 장애인 동료들이다. 그래서 동료상담을 하게되면 될수록 “나”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고 함께 바꾸어야 할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 힘을 갖게 된다.

오늘도 세상에 지친 그대여.. 힘을 내시라. 그대와 닮은 우리가 여기 있소이다.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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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미 칼럼니스트 (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 교통사고예방상담센터장으로 재직중이며, 30년전 교통사고로 양하지 절단과 척수손상을 가진 장애인이 되었다. 재활학 박사 과정중이며 장애인동료상담사, 교통안전지도사, 직장내 장애인식개선교육 및 인권 강사, 발달장애인 성교육 강사로 장애인과 가족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고민과 솔직하고 당당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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