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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장애인복지정책, 제공자 중심 여전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위한 장애인계 전략, 활동 지속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1-22 14:42:35
‘2021 장애인정책 이렇게 달라집니다’ 표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에이블포토로 보기 ‘2021 장애인정책 이렇게 달라집니다’ 표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신축년 새해가 밝고 1월도 어느덧 20여 일이 지났다. 해외에서 백신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해 사망한 나라들이 발생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여파가 아직도 전 세계를 집어삼키는 듯하다. 게다가 최근 장애계단체가 모인 이룸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코로나가 나의 곁에 다가와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아무쪼록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코로나 백신이 나와 집단면역이 생기고 코로나가 종식되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반갑게 만나고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보는 시간이 조만간 오길 바래본다.

장애계도 올 한 해 선택의정서 비준과 탈시설을 위한 절차들을 한 걸음씩 밟아나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정치권의 의견을 듣고 보건복지부에서 2020 정책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2021 장애인복지정책을 마련했다.

올해엔 장애인활동지원이 65세 이상까지 확대되어 노인장기요양과 활동지원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한 ‘중앙지역사회전환 지원센터’를 설립, 장애인시설 퇴소 장애인을 위한 주거·복지 융합형 지역사회 전환지원(탈시설)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탈시설-자립생활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니 조금은 희망적이다.

또한, 올해엔 CRPS, 강박장애, 백반증, 배뇨장애 등 장애인 등록이 가능한 질환을 확대한다. 이와 관련한 장애인정기준을 마련했고, 현재 15개 장애유형은 유지하고 장애유형별 세부 인정기준과 판정기준을 개정해 장애인정 질환을 4월 확대할 예정이다. 등록제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개별 맞춤지원을 요구하는 권리협약 이슈와도 맞닿아 있어 이번 장애영역 확대조치가 권리기반의 장애인 정책으로 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길 빌어본다.

'장애인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구호가 전동휠체어에 붙어 있는 모습(좌측), 65세 이상 활동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들(우측). ⓒ에이블뉴스 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구호가 전동휠체어에 붙어 있는 모습(좌측), 65세 이상 활동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들(우측). ⓒ에이블뉴스 DB
그런데 아쉬운 구석들도 있다. 먼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경우 대상자가 작년에 비해 8천 명 증가한 것과 서비스 단가를 14,020원으로 올린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단가는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제외하면 활동지원사의 1시간 임금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며, 이는 활동지원사와 활동중개기관 간의 갈등의 불씨를 남기게 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일환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65세 이상의 시설 이용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이 대상에서 빠진 것도 아쉬움이 남는 구석 가운데 하나이다. 무엇보다 활동지원 서비스 수급자격이 장애인의 삶과 욕구가 아닌 의료적 등급을 주로 반영한 점은 이 서비스가 자립생활을 위한 게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과 관련해서, 지원 대상을 4000명 확대한 것은, 약간의 진전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전에 발달재활서비스 민간자격이 남발돼 서비스 질이 담보되지 못했고 이에 복지부가 뒤늦게 서비스 제공인력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 인력과 관련, 민간 제공기관과 자격 등 바우처 시장에 맡기고 있어 서비스, 가격이 표준화되지 않았다.

또한, 민간자격증 3만 9천여 개를 다 심사하고, 5500명을 교육시키는데 팀장과 팀원 합해 2명이 이 일을 다 처리해야 하는 등 서비스 제공인력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적정 자격심사 추가인력 확보 등 발달재활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을 엿볼 수 없다.

그리고 바우처 지원액과 본인부담금, 그리고 이들을 합친 금액이 전년도에 비해 변함이 없기에 지원액을 높이고 본인부담금을 낮추어 합한 금액을 높여 발달재활서비스 이용 횟수를 늘리던가, 아니면 발달재활서비스의 의료급여화를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모든 장애인연금 수급자의 기초급여가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의 그림 설명. ⓒ기획재정부 에이블포토로 보기 모든 장애인연금 수급자의 기초급여가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의 그림 설명. ⓒ기획재정부
장애인연금에선 모든 수급자 기초급여를 월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했는데 겉에서 봤을 때는 급여가 늘었고, 2019년 4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를 시작으로 올해 전체 수급자(소득하위 70%)까지 확대해 겉으로 봤을 땐 약간의 진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수급자가 의료적 기준의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종전 1, 2급, 중복 3급)이고 고기능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이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리고 종전 의료적 등급에 속하지는 않지만, 소득이 낮은 일명 경증장애인도 연금을 받지 못한다.

또한, 장애인이 노인이 되면 기초연금으로 바뀌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저소득 장애노인일 때는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식으로 제도가 운용되는 맹점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취업 장애인을 위해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가 작년보다 2500개 증가했고, 직종도 행정지원 등 단순 업무에서 문화예술공연 영역까지 확대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들은 경제적 수요보다는 실업구제 정책에서 나온 것이다 보니 시장성이 낮다. 그러다 보니 민간‧시장으로의 일자리 연계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 경험을 통해 민간‧시장으로의 일자리 연계나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한 계획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나 급여가 높지 않고 사업기간 1년에 1회성 지원이라는 점도 맹점이라 볼 수 있겠다. 장애인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 양에만 치중한 셈이라,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정책 고민이 시급하다 하겠다.

장애인 학대와 관련해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학대 피해장애인 쉼터 각 1개소씩 늘었다. 하지만 운영예산은 기획재정부에 의해 동결되고 인력도 기간제 계약직 등 고용이 불안정해 옹호인력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가 초동수사 시 뒷짐을 지는 등 학대처리에 대한 책임 부재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본연의 역할인 차별 시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적장애인을 포함해 학대를 당한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옹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BULLY(왕따)안에 들어 있는 여러 물리적, 정서적 학대 단어들(좌측),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입구. ⓒPixabay,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BULLY(왕따)안에 들어 있는 여러 물리적, 정서적 학대 단어들(좌측),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입구. ⓒPixabay, 이원무
이외에도 주간활동서비스 수급자가 늘어났지만, 새 해당자에게도 하루 약 3~4시간의 서비스만 제공할 뿐이라 제공시간이 2~5.5시간인 점은 거의 변하지 않아 충분치 않고, 활동지원서비스가 차감되는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데도 여전히 충분치 않은 것이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도 원격교육만으로 이수가 가능하도록 해 형식적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는 지점을 어떻게 실질적인 인권교육으로 바꿀 것이냐를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8개소 지정의 경우, 분만실적이 우수한 8개소를 지정한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의료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선정되어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바램을 가져본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장애영역 확대나 장애인 활동지원 65세 이상 이용 가능 등의 정책 일부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증진에 조금은 희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 일자리나 장애인연금, 학대 관련 정책 등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장애인보다는 여전히 제공자 중심으로 짜여있음을 본다.

과거에 비해선 약간의 변화를 보이긴 했지만, 정부가 아직도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건 여전함이 새삼스레 느껴지니 씁쓸하다. 올 한 해도 구 장애등급의 영향을 받는 정책과 예산 등으로 전과 같이 투쟁해야만 장애인 권리를 조금이나마 증진시킬 수 있음을 예상하게 되니, 현실이 냉혹하기만 하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장애인 당사자를 필두로 장애계와 전문가 등이 합심해 정부의 정책과 패러다임을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기반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과 활동은 올 한 해도 이어질 것이다. 그래야 장애인이 당당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달려가는 신축년과 그 이후가 되도록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등의 활동, 전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런 전략과 활동들이 쌓이다 보면 정부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면서 결국엔 권리기반의 정책들이 마련되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 현실로 다가올지 누가 알겠는가?

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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