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생활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하게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지원사 선생님이 “지금 시국이 어떤데.”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나온 말에 갑자기 뭔 소리냐고 물었더니 차량 기사님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더라 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입에서도 "이런 시국에." 하는 말이 나왔다. 센터에 전화해서 직원 교육을 당부했지만 글쎄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

장애인분들 중에는 기저질환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바이러스에 취약하며 감염시 병세가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도 높다. 그래서 코로나 발병 이후 장애인 관련 시설들은 시설 이용이나 출입 자체를 제한하는 등 타 기관보다 엄중한 방역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런데 버젓이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차량기사 분이 방역에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상대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에 자신의 편의대로 행동했다는 생각에 괘씸한 마음까지 들었다.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미착용시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의 대면이었다면 벌금이나 이용자의 질타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차량 예약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이동차량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잘 아시고 그에 맞는 서비스와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대중교통 이용이 불안해지면서 그 대안으로 생활이동지원 차량을 더 자주 이용하고 있었는데 완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이다.

차량기사님들은 비록 사회복지사는 아니지만 장애인의 안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는 복지기관에 적을 두고 근무하는 사람으로 기본적인 직업적 책임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활동에서 장애인에게 비대면 비접촉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보행시 정안인의 팔꿈치를 잡고 이동하기 때문에 다른 장애 유형보다 밀착 접촉하게 된다. 그리고 생활이동 차량기사님들은 보행 도움이 필요할 경우 도움을 주도록 되어 있다. 상대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기관도 아닌 시각장애인 지원기관이라는 점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믿고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듯 안전불감증에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시설 근로자분이 비단 이 한 분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2차 확산 무렵이었다. 시각장애인 복지기관 근로자를 대상으로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을 위해 시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교육 시간이 다가오자 기관 근로자들이 한두명씩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대표님 마스크 안 끼세요?"

그러자 대표 말하길 "난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내 귀가 의심스러웠다.

많은 사람 앞이라 차마 직구를 던지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직원이 하고 싶은 말은 "마스크 끼세요" 였을 것이다. 그런데 기관장은 정말 자신을 위해 하는 말로 알아 들었던 것일까?

코로나19는 그냥 감기가 아니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나만 괜찮다고 괜찮은 게 아닌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내 상태가 괜찮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괜찮은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명 무증상에 깜깜이 환자들에 의한 조용한 전파가 현재의 3차 재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개인적 안전불감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지.... 하물며 사회공동체나 우리라는 개념을 상실한 이가 복지기관의 기관장이라니 한숨만 나온다. 이런 마인드의 기관장이 관리 운영하는 기관의 조직 문화가 과연 지역사회나 이용자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고 보니 두 사례 모두 시각장애인 지원기관인 것이 과연 우연인지 모르겠다.

마스크 착용은 누구나에게 번거롭고 불편하다. 마스크를 끼고 강의를 하다 보면 숨이 차고 한손에는 마이크를 잡고 한손은 코 밑으로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추켜 올리느라 강의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난 괜찮다고 일순 방심하는 순간 학생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그 가정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면 그 불편함은 '이쯤이야'하고 충분히 감래할 수 있다.

질병은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질병에 걸릴 확률은 평등하지 않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분명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요양시설이나 장애인시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설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 진단검사를 시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영원한 음성을 진단 받은 것은 아니다. 복지기관 근로자분들은 아무쪼록 경각심을 갖고 너나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를 철저하게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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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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