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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환경 속 힘든 장애인

장애인 시설 편의가 아닌 필요시설임을 인지하시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0-27 13:10:37
다음 달이면 이사를 한다. 그동안 가구와 가전을 준비하고 인테리어 견적을 살피는 등 은근히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금보다 더 넓어진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고 새 가구와 새 가전으로 채워질 집으로의 이사에 남편과 딸아이는 한껏 기분이 들떠 있다. 그러나 나는 이사가는 게 달갑지 않다. 아이가 크고 살림이 늘면서 보다 넓은 집으로의 이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사를 결심했지만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나에게는 넓은 거실도 대형 TV도 그리 큰 의미가 없다. 내가 바라는건 그저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이런 바람이 단순히 개인적 성향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내가 오로지 자유로이 활동하고 생활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 집 뿐이었는데.... 이사갈 집도 내 집임에는 변함없지만 내 자유의지로 얼마나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지 ....

물론 살면서 익히고 적응해 가겠지만 그때까지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보지 못한 내 장애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기는 게 쉽지 않다. 보지 못하더라도 현재 이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함께하기 위해 내가 부담해야 하는 선택지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짜증도 난다.

중증의 장애로 일상 및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물리적 환경은 단순히 편함과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과 생존은 물론 자괴감이나 자존감등에 심리적 위축감을 주기도 한다. 직장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으로 본의 아니게 공공 및 민간 사업장을 방문하다 보면 장애인 채용이 이루어진다 해도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사업장이 많다.

한 시간 교육을 하는 데도 이동이나 화장실에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인데 하루 8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만 해도 암담한 경우가 있다.
좁은 복도, 협소한 엘리베이터와 짧은 도어 타임, 가파른 계단과 입구는 물론 화장실까지 설치된 문턱들. 시각장애로 움직임에는 별 어려움 없는 필자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면 지체장애인에게 이런 환경은 불편함을 넘어 아예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해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과연 이런 직무환경에서 거리낌없이 선뜻 일할 장애인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지난해 여름 실내수영장에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부재에 대한 뉴스가 있었다. 실내수영장에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입수용 휠체어를 구비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구비한 수영장은 600여개 수영장 중 58군데로 10%가 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장애인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 수백만원의 장비를 구비하느니 차라리 1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는게 낫다는 입장이었다.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관계자의 말은 닭이 없으니 달걀이 없는 것 처럼 이용하는 장애인이 없으니 입수용 휠체어도 불필요하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반대로 달걀 후에 닭이 된다는 맥락으로 보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면 장애인들의 이용도 늘지 않을까? 여름 바캉스를 계획하면서 와이파이도 안터지고 기본적인 의식주 조차 해결하기 힘든 무인도를 굳이 찾아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불편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비장애인에게는 그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시설쯤으로 여길지 몰라도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필요 시설임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의 이용을 배제하고 설계된 시설과 사회환경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장애인들에게만 불편함을 감래하고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에는 억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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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경미 (kkm75@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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