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불안한 가운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필자가 이용하는 활동지원센터는 아닌데 다른 활동지원센터 이용자 중 자가격리자가 나왔다며 개인 방역을 당부하는 메시지였다.

하루에도 세자리 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그에 따라 수천명의 자가격리자가 나오는 상황이니 자가격리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활동지원센터 이용자라면 중증 장애인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자가격리는 외출을 안하면서 가족 뿐 아니라 타인과의 대면과 접촉을 안 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증 장애인이라도 집안에서의 일상은 어느 정도 혼자 할 수 있지만 14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을 보내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중증 장애인에게 자가격리는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안전 및 건강상의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

자가격리로 활동지원사나 외부의 어떤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장애인에게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가족만이 남는다. 그런데 독거장애인이라면.... 가족 중 옆에 있어줄 사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다라면 어찌될까? 참, 암담한 노릇이다.

코로나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친정부모님이 필자에게 늘 하시는 말씀이 "넌 코로나 걸리면 큰일 난다. 절대 밖에 나돌아 다니지 말어." 하신다. 체력이 약한 필자가 걱정되어 하시는 말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중증 장애인에게 코로나는 비단 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은 물론 생계까지 가정 전체의 안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에 염려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상상하기 싫지만 확진이라도 받게 되면 또 어찌될까?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 장애인 환자만 살필 수도 없고 별도의 간병인도 들어올 수 없는 음압병실에서 치료 기간을 어떻게 보낼수 있을까?

필자처럼 시각장애가 있으면 낯선 곳에서의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화장실도 물 한 모금도 제대로 찾아 먹을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병실 안 좁은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할까? 내부장애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을 것이고.... 결국 장애인의 간병을 위해서는 가족 중 누군가 방호복을 입고 함께 병원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염병에 대해 장애인을 고려한 어떤 의료적 메뉴얼도 시스템도 부재한 상태에서 자가격리나 코로나 확진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부담감은 오로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울리는 안전안내문자 메시지를 보며 딸아이가 늘 하는 말.

"어서 코로나 백신이 만들어져야 할텐데...."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정말 개인 방역에 힘써야 할 것 같다. 누구든 자가격리나 확진을 받게 되면 당사자 뿐 아니라 가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 가정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의 자가격리나 확진으로 인한 어려움은 일반가정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백신도 치료제도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과 가정 전체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정말 개인 방역에 철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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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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