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걸어오신 거예요? 휠체어 없어요?”

“네.”

“에이~ 그럼 안 돼요. 여기 춘천은 휠체어를 타신 분만 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를 태워드려요.”

이 무슨 황당무계한 말인가. 하지만 실제 상황이다. 지난 6월 3일, 1박2일의 일정을 예정하고 도착한 춘천역에서 기우뚱한 모습으로 차량을 향해 걷던 짝꿍강사를 보고 하신 기사님의 한 마디였으니 말이다.

“아니, 어제 콜센터 통해서 이용 절차 다 확인해 보고 왔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이에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짝꿍강사. 목소리를 높여 항변해 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에이, 안 돼요, 안 돼. 규정이라 어쩔 수 없어요.”

결국 나와 짝꿍강사, 우리 두 사람은 그 뒤 지역 내 이동이 필요할 때마다 일반택시를 이용해 1박2일 간의 춘천 일정을 잘 마치긴 했지만 당시에 맞딱뜨린 황당함은 춘천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좀체 삯혀지지 않는 분노, 더 나아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장콜 앞에 문전박대를 당한 뒤 일반택시를 이용해 목적지까지의 이동을 하는 도중 여전히 울그락불그락 한 얼굴로 춘천시내의 장콜 이용을 담당하는 센터에 전활 걸어 상황을 설명하며 전 날의 통화내용을 확인하던 짝꿍강사에게 ‘확인 해 연락드리겠다.’라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한 뒤 답변이 돌아왔다.

“저희 춘천시는 현재 규정상 휠체어를 타신 장애인분에 한해 콜택시를 배차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님께서는 현재 강원도 내에 콜택시 이용을 위한 사전등록도 되어 있지 않으세요. 아마 사전에 알아보셨던 정보에 뭔가 착오가 있으셨던 것 같으시네요.”

연이은 황당함의 카오스 속에 전화를 끊은 짝꿍강사는 ‘이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분명 작년 가을, 출강 차 태백을 방문했을 때 ‘강원도 전역에서는 콜센터가 통합으로 한 곳만 운영되고 있다’ 던 강원도광역이동지원센터에 이용등록을 했고, 불과 2주 전인 5월 강릉을 방문했을 때에는 이때의 등록으로 손쉽게 차량을 이용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번 춘천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춘천에서의 장콜 이용절차를 재차 확인했을 때에도 “고객님은 뇌병변장애인이시고 이미 태백이나 강릉에서 차량을 이용하신 이력이 있으셔서 춘천에서도 필요하실 때 연락 주셔서 배차 기다리시면 됩니다”라는 친절한 안내를 받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이렇게 글로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놀랍도록 담담했던 춘천지역 거주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원래 그래요. 원래 춘천 장콜은 휠체어 탄 장애인들만 태워줘요.”

우리로부터 춘천역에서의 황당한 에피소드를 전해들은 당사자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던 말씀. 원래 그렇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직업적 특성 상 전국구를 돌아다니며 장콜을 이용하다보면 지자체마다, 심한 경우 동일한 시, 군, 구 안에서도 행정구역마다 장콜의 이용규정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벌써 여려 차례 겪은 바 있다.

왜일까? 아마도 예산과 형편 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어쩔 수 없음에서 파생된 당연함이 이들을 ‘원래 그런 익숙함’으로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제도와 정책 앞에 1순위가 되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사람이 만든 제도와 정책 안에 차별적인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면 반드시, 무조건, 사람을 위해 고쳐져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휠체어의 이용 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은 시민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리고 장애의 유무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의 이동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도시이든 규정이라는 이름 앞에 가로막힌 차별이 차별인 줄 모른 채 행해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지금도,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결코 살만한 곳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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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제 칼럼리스트
현재 장애인권강사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증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로서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종사자 교육, 장애인 당사자교육 등. 다양한 교육현장을 찾아 활발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평범한 주부의 삶에서 장애인권강사라는 직함을 갖게 된 입문기는 물론, 그저 평범한 삶을 위해 ‘치열함’을 나타내야 하는 우리네 현실 속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장애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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