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어우즈 입구에서 필자. ⓒ안성빈

오늘은 샌프란시스코의 근교에 위치한 뮤어우즈를 찾아갔다. 뮤어우즈 국립기념물(Muir Woods National Monument)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으로 19km 떨어진 마린 카운티에 위치한 세쿼이아 숲에 지정된 국립기념물이다.

554에이커 (2.24 km²)크기의 국립공원은 샌프란시스코 해안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코스트 레드우드(이 지역에 서식하는 나무종류의 일반적인 이름이라고 함)로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차로 40분정도 달려 도착할 수 있고 가는 길이 매우 고불고불하여 초보 운전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길이니 참고 바란다.

태곳적 모습 그대로 보존됨. ⓒ꼬마유딩 블로그

뮤어우즈는 태곳적 원시림이 살아있는 곳이다. 레드우드라는 미국 삼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나무의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고 둘레도 성인 남자가 7-8명이 양팔을 벌려야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큰 나무를 처음 보았다. 이런 엄청난 나무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 바로 뮤어우즈다. 그래서 영화 혹성탈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비지터 센터. ⓒ꼬마유딩 블로그

뮤어우즈에 도착하면 아주 넓은 주차장이 제일 먼저 보이고 주차한 후 입구로 걸어가면 예쁜 통나무 집인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곳은 관광객들을 위하여 다양한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뮤어우즈를 고국에 돌아가서도 생각나게 하는 갖갖이 상품들로 가득하다.

미국 서부를 돌아다니다 보니 느낀 것은 각 관광지에 꼭 있는 기념품샵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천안하면 호두과자, 남원이면 죽제품 등이 매우 단조롭게 진열되어있는데 미국은 다르다.

관광객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 예쁜 기념품들이 매우 다양하게 있다.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는 미국 서부 여행 시 구입한 기념품이 붙어있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뮤어우즈. ⓒ꼬마유딩 블로그

뮤어우즈는 우리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매우 적합한 산림이다. 우리나라의 산림휴양지를 가면 휠체어로 갈 수 없는 곳이 매우 많은데 이곳은 거의 전 구간을 휠체어로 다닐 수 있게 숲과 어울리는 데크를 깔아 놓았다.

원시림을 휠체어로 누빌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그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와 신선한 공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찾아간 때는 2월 초(2018년)이기에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겨울이라 사람이 적었지 여름철에는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붐비는 곳이니 방문할 때에는 미리 준비하여 아침에 도착해야만 주차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천년 먹은 나이테 ⓒ안성빈

숲을 휠체어로 한 바퀴 도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에 냇가에 앉아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도 듣고 개구쟁이 스머프가 되어 큰 나무 속을 들어가 보기도 한다. 카메라로는 다 잡을 수 없는 거대한 나무를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어지러움이 생기고 나는 한 없이 작은 존재로 여겨진다.

레드우드는 매우 오랫동안 튼튼하게 성장하는 나무라고 한다. 나무의 둘레와 나이테를 비교하여 그 나무의 연령을 나타내는 안내판이 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나무는 서기 천 년쯤에 생긴 나무라고 한다.

나이테에 따라서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표시해 놓았다. 예를 들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의 나이테가 있고 현재의 나이테가 있어서 600년 사이에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나무 속에 들어간 필자. ⓒ안성빈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이 나무는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의 주인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역사를 보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백인들이 점점 이곳에 몰려오는 것을 이 나무는 보았다.

또 미국이 건국되는 역사도 보았으며 흑인노예를 해방시킨 남북전쟁과 1차, 2차 세계대전도 이 나무는 다 알고 있다. 이런 나무 옆에 서 있는 나는 한 갓 먼지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차를 렌트하여 꼭 뮤어우즈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결코 후회 없을 것이고 휠체어로는 숲을 누빌 수 없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달리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있는 레드우드 숲을 조용히 거닐 수 있다.

아무도 없는 태고의 숲속에 나와 레드우드만이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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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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