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병이 있지만 나와 관련이 되지 않으면 그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물며 7000~8000여개의 희귀질환들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층판상 어린선’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서준이를 만난 것은 2016년 1월 바라봄이 매달 1가족에게 가족사진을 선물하는 무지개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신청서를 보고 서준이의 병명을 처음 접했고 검색을 통하여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물고기의 비늘처럼 각질이 과다생성되어 떨어지는 병’

촬영 날 만난 서준이의 모습은 인터넷에서 주는 정보가 너무도 딱딱한 문자였음을 느끼게 했다.

가족사진 촬영 중 서준이는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가 아니고 촬영이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7살 아이였고 달래는 엄마 역시 여느 엄마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사진 찍는 나 역시 서준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재롱떠는 것 외에 특별할 것이 없었다. 특별한 것이 있었다면 촬영 후 아이의 얼굴을 보정하는 사진가의 마음과 사진을 받아본 서준이 엄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진 잘 받았습니다.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그 하루가 충전재가 되어 힘이 됩니다. 함께 살긴 하지만 각자의 삶이 다른 시간 시작되고 마무리되어 여느 가족과 같이 저희도 아침에 보면 밤에 보게 되는 가족이었는데 오랜만에 온전한 하루 함께 했네요.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가 이런 거구나’ 알게 되는 하루였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거구나’ 알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잠시 아이의 짜증 타임도 엄마로서 당황스럽고 죄송했는데 잘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참! 가족사진은 모두 마음에 듭니다. 서준이 증명사진도요.

역시 대단한 기술이 있으신 것 같아요”

서준이 가족사진. ⓒ나종민

서준이와의 인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할아버지 환갑을 맞아 바라봄을 다시 찾은 서준이 손에는 돼지 저금통이 들려있었다. 자기를 위한 저금통에 바라봄이라고 쓰고 매일매일 동전을 모았던 것이다.

바라봄에 저금통을 기부한 서준이. ⓒ나종민

서준이와의 세 번째 인연은 서준이 엄마의 작은 소원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서준이가 학교 가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병을 알리기 위한 사진전을 생각했고 바라봄의 문을 두드렸다.

사진 촬영을 위해 4가족의 1박 2일 숙소를 찾고,

숲속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줄 숲해설가를 구하고,

촬영할 3명의 사진가를 모으고,

촬영한 4000장의 사진에서 330장을 골라 보정작업을 하고,

전시회 사진 후보 60장을 엄마들에게 전달하고,

수차례의 의견교환으로 최종 24장의 전시 사진이 선정되고,

인화와 액자 제작 과정을 거쳐 국회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나 어려운 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의 작은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사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엄마의 작은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실제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것은 서준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11살 초등학생이된 서준이는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제법 철학적이고 생각도 깊다”고 한다. 엄마의 바람대로 자기 몫을 잘하고 있는 서준이와의 다음 인연을 기대하며 엄마와 아이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서준이와 엄마. ⓒ나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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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민 칼럼니스트 외국계 지사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사진을 찍다 장애아이 어머님의 한마디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 사진관을 설립하고 8년간 대표를 맡고 있는 착한 사진가. 지난 10년간 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진을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사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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