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변했고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장애인들의 삶도 변화되고 있다. 가정과 직장, 업무의 풍속도도 변화되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접촉이 기본이 된 시점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초기 척수장애인들이다. 동료지지의 필요성이 중대할 때에 방역을 기본으로 하는 병원의 특성상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되어 인적교류가 막혔기 때문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14개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는 40여개의 병원과 협력을 맺고 있는데 60여명의 활동가들이 병원 왕래가 어려워져 애를 태우고 있다.

초기 환자(장애인)들에 대한 동료지지의 중요성은 말로 할 필요가 없다. 척수 손상 이후에 신체적, 사회적으로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혼란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싸여 있고, 이 때문에 사회복귀의 기회와 열정이 사라지면 퇴원 이후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 바이다.

그래서 초기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막아 버렸다. 코로나19 이후에 병원에 있는 초기 척수장애인 환자들의 동료지지를 어떻게 하고 정보전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당장의 숙제로 떠올랐다.

그 누구도 경험이 없던 작금의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들을 모아야 할 때이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 쉬운 접근은 온라인으로라도 소통하는 방법이다.

카카오톡이나 일반 화상통화로도 가능하고 줌 또는 스카이프 등의 화상회의 소프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병원에 있는 장애인들과의 접근 방법이다. 이는 병원 관계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사회복지사 등이 도와주면 해결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제1기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으로 26개의 병원을 지정하였다. 이 병원을 최우선적으로 척수장애 활동가들의 화상을 통해 동료지지가 실행되기를 희망한다.

두 번째. 이 상태가 지속이 된다면 퇴원과 동시에 척수센터와 연결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초기의 척수장애인들이 퇴원과 동시에 최대한의 지지를 해주어야 한다. 지역사회 안착 전에 충분한 훈련이 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칩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척수협회는 일상홈이나 찾아가는 일상코치를 활용하여 이들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세 번째, 가장 좋은 방법은 척수장애인 활동가를 병원의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법이다.

부산에 있는 나눔과 행복병원은 척수장애인 활동가 3명이 직원으로 채용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서울에 있는 베드로병원도 척수장애인 사회복지사가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엄중한 사태에서도 이곳에 입원하고 있는 척수장애인 환자들은 안정적으로 동료지지와 각종 정보서비스를 받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 부분을 강조하여 자격을 갖춘 척수장애인 활동가들을 채용하기를 담당 부서와 각 병원에 권면을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되었지만, 환경이 바뀌고 있다. 적극적으로 당사자 활동가들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척수 손상 이후에 가장 불안한 것은 누가 나를 지지해 줄까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것은 그 어떤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병원 관계자나 가족들도 있지만 같은 고통과 경험을 가진 동료지지자들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비대면을 강조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이 일 만큼은 대면이 되어야 한다. 많은 경험을 가진 장애인 활동가들이 초기부터 접근할 수 있도록 힘을 쓸 때이다. 초기 척수장애인의 하루는 일상적인 하루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에 계신 척수장애인 여러분, 잘 지내시지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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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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