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직딩의 일상

2박 3일의 라스베이거스 일정을 마치고 나는 샌프란시스코를 가기 위하여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 전에도 말했듯이 미국 호텔 프론트에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택시를 불러 달라 요청하면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조금 비싸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차로 30분 정도 가는데 거의 10만원 들었던 것 같다.

미국 내에서 미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두 번째라 그런지 이제는 ‘나를 잘 케어해줄까?’하는 걱정이 생기지 않았다. 항공사 직원들은 나를 편안하게 탑승시켜주었고 한 시간 조금 넘게 날아가니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는 지인이 렌트해온 휠체어탑승 가능한 벤을 타고 시내로 이동하였다.

이미 어두워진 저녁이라 제펜 타운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지인들과 가볍게 저녁을 먹고 내일 일정을 위하여 휴식을 취했다. 제펜 타운은 말에서 느껴지듯이 일식집이 많은 쇼핑몰인데 한식집도 있고 휠체어로 다니기도 편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모든 일정은 지인이 직접 차를 빌려 라이드를 해주었기에 나는 편하게 5박 6일 동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내 칼럼의 취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인데 샌프란시스코 일정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러나 버스와 지하철(Bart)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우리 전동휠체어 장애인들도 별 문제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피어 39'에서 필자. ⓒ안성빈

이튿날 나는 금문교와 함께 이곳의 명물인 피어39를 찾았다. 말 그대로 부둣가이다. 수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오고 가는 곳인데 아주 유명한 식당들이 즐비해 있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참 많다. 분위기가 밝고 젊은 곳이라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딱 맞을 곳이다.

아주 좋은 식당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데 게, 새우요리 등 해산물 요리가 매우 유명하다. 대충 봐서 크고 좋아 보이는 곳을 들어간다면 메뉴 선택에 실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게 요리와 스파게티, 스테이크를 시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백인들이 서빙하는 곳이 흔치 않은데 여기서는 백인들의 서빙을 받으며 아주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세 명이 한 17만원정도 들어야 한다.

피어39는 바닷가에 위치해서 하루 종일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특히 해질녘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이곳에서 환상적인 노을을 보기 위해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들이 매우 정겹다. 또 이들을 놓치지 않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도 매우 재미있다. 또 하나, 구석에서 펼쳐지는 버스킹도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하고 그들로부터 잔돈을 얻는 일종의 무허가 노점상 같은 느낌도 약간 난다.

해가 지면 바다가 벌겋게 물들고 많은 사람들이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연신 웃는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 중에 좋은 것은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환한 미소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어느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피어 39'의 주인 바다사자들. ⓒ pier39.com

피어 39의 명물이 있다. 바로 바다사자들이다. 1989년 지진 이후 바다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사람들 바로 앞에서 능청스럽게 배를 드러내며 대자로 누워있는 모습이 매우 익살스럽다. 그리고 심심찮게 수컷들의 암컷 쟁탈전을 볼 수가 있다.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싸움을 볼 수도 있다. 그곳은 마치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바다사자가 원래 그곳의 주인인 것처럼 아주 여유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셔터를 자극하고 있다.

피어 39를 구경한 후 우리는 시내 드라이브를 하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리가 보는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 특별히 가파른 언덕길을 질주하고 추격하는 자동차 씬, 언덕을 붕 날아오르는 고속 질주 자동차 씬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내가 다녀왔던 LA와 라스베이거스와는 달리 넓은 평지가 아니라 우리나라 서울처럼 여기저기 산이 보이고 언덕이 많다. 바로 이 언덕길에서 이곳 전매상표인 자동차 추격 씬을 찍는 것이다.

언덕이 꽤 가파른 곳도 있어서 전동휠체어로 오르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워 보이는 코스도 많다. 나는 너무 가파라 보이는 길은 피해서 다녔고 시내의 곳곳을 휠체어로 누볐다. 한참 다니다 보니 코스트코가 보인다. 평소 코스트코를 사랑하는 나는 홀린 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이곳의 코스트코는 취급 상품이 우리와는 달랐다. 나는 회와 스시를 자주 사는 편인데 여기 사람들은 그것을 찾지 않는지 매장에 있지 않았고 대신 어마어마한 크기로 고기를 팔고 있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숙소에 불을 피울 수 있다면 사가지고 구워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정도였다. 딱 보기에도 매우 신선해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 대용량의 고기를 너무 싸게 파는 모습에 놀랐다.

거기도 우리와 같이 더 싸게 파는 기획 상품이 있어서 정말 싸게 뉴발란스 운동화를 만 오천 원 정도에 구매했다. 또 숙소에서 먹을 간단한 과일도 사고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미국 서부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만큼 지인들에게 나눠줄 선물로 견과류, 꿀, 영양제 등을 미리 일부 구매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코스트코는 우리와 다른 점이 있는데 계산을 마친 상품을 직원들이 박스에 담아 포장을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박스 포장대로 물건을 가지고 와서 각자가 포장을 하는데 여기서는 직원들이 포장을 해주니 매우 편리하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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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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