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Pexels

한바탕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빠져나간 듯한 4·15총선을 보면서 여러 잡생각이 들었다. 다 끝나고 난 자리를 보니 정치판이 그다지 새로워진 것 같지도 않고 또 당분간 그럴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많다.

출사표를 내던지고 나온 그들을 그저 유명세로 찍고, 정당 때문에 찍고, 또 누구는 선동가적 기질로 찍는다.

우린 제대로 유권자라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떤 공약으로 출마했으며, 지역에 얼마나 오래 살았고 해온 일이 무엇이며 동네 주민들의 평은 어떤지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저 찍는 일에만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고3이 된 딸아이는 1달이 모자라 유권자가 되지 못했다. 그걸 많이 아쉬워하는 딸을 보면서 공부만 하기도 바쁜 아이가 정말 지역구 후보자를 면밀히 검토하고 관심을 기울였을까?

투표가 끝나고 지인이 물었다.

"○○○ 찍었겠네요?"

"왜 그렇게 생각해?"

"요즘 아주 적극적으로 국회로 보내 달라고 하던데요. 장애인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아주 유명하잖아요."

나를 위해서 도대체 어떤 목소리를 내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어떤 결핍이 있는지, 세상이 하 수상하니 내가 나도 모르는 판에 내 대신 목소리를 내주겠다니 감사해야 하는 건지.

내가 자신과 생각을 뜻을 같이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굳이 내 목소리는 내가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설사 내지 못하더라도 낼 수 있게 지지해야지 냉큼 대신 나서는 건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굳이 소수 약자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제대로 대변하는 걸 못 봤다. 그저 빙자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더라. 그저 도인범 선생의 충고처럼 팩트에 감정을 실어 선동질이나 하지 말았으면 싶다.

무언가 쟁취한다는 미명아래 선동으로 자칫 모든 장애인을 선동가로 일반화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저 부당한 일에는 부당하다고, 정의롭지 않은 것엔 정의로울 수 있게 목소리를 더하면서 연대를 만들었으면 싶다.

굳이 자신이 모든 장애인을 대변한다고 선동하지 않았으면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 작은 목소리들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연대다.

자신들의 정치 생명에 장애인의 목소리가 삶이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정치도 큰 기대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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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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