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법안을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현재는 미래통합당으로 바뀜)의 행태에 단체결사 반대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tv

올해 1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안정된 생활을 지원할 목적으로 16,000명의 주거‧교육급여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도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를 월 30만 원으로 인상하고, 물가상승률 시점을 4월에서 1월로 앞당기는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통과 전,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에서 심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16000명이 5만 원 증가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적정급여 지급이 어려워짐은 물론 예산불용액도 생긴다며 보건복지부에서 개정안 조속심의를 간청하기까지 했었다.

그 이전 상황을 보면 패스트트랙 법안에 자유한국당(이하 자한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총사퇴했었다. 그 법안에는 공수처법도 있었는데 검찰 독점 기소권 분리하고 현재 검찰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막을만한 유일한 장치인 공수처 설치와 관련된 내용이라 개인적으로는 공수처법의 통과를 찬성하는 쪽이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 등으로 볼 때 각 당에서 진행한 고소 등에 자한당이 직접 개입하며 검찰과의 관계가 유기적인 정황을 보면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의 의도를 알만하다.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울까 두려우니 어떻게든 공수처 설치를 막아보겠다고 말이다.

그건 말하지 않고 도리어 정권의 검찰 장악 시나리오라는 다른 이유를 들어 반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정치적 이득에 목매는 사이 여‧야는 대치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심의 등의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두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다행히도 올해 1월 초 패스트트랙 법안처리를 막으려고 민생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한 것을 자한당이 철회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며 민생법안 논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1월 9일,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등의 민생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국민연금 등 연금 3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고 발표하는 모습. ⓒKBS

국민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에 신경을 쓴 나머지 고비 때마다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동물국회니, 식물국회니, 공중변소니 하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복 후 대한민국 국회의 첫째 안건(의장‧부의장 선출 제외)은 의원들 자리다툼이었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사소한 논의만 계속 몇 시간을 논의하다 이마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런 구태가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72년 동안 계속 반복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 일을 해결하라는 국민의 명령은 안중에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출세수단으로 여기면서 하라는 일은 거의 안 하고 억대 연봉을 받아가면서 누릴 특권은 다 누리는 게 요즘 국회의원들의 모습이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월급 전부를 다 자진 반납하거나 일부를 삭감해 코로나로 고생하는 국민들에게 나눠주라고 국민들이 청와대 청원을 올렸겠는가?

결국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등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간청했던 모습을 통해 나로선 국회가 장애인에게 겉으로만 관심 가지는 척을 할 뿐 장애인의 삶이 어떻게 되든 말든 별로 관심 없다는 메시지로 느껴졌다. 그 이후에는 장애인 비하까지 하며 장애인의 공분을 사지 않았는가?

의원들이 민생문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보다 중시했다면 보건복지부가 이렇게 국회에 간청할 정도까지 가지 않았을 거다. 물론 국회의원들에겐 정치적 이득도 놓칠 수 없겠으나 국회의원이란 본래 국민을 대변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민의 명을 받은 공직자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은 정말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으면 한다.

코로나 시국에 국회의원의 월급 자진반납 또는 삭감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YTN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연금 정책도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능력 손상비율이 아닌 단순 의학적 등급인 기존 장애 1, 2급, 중복 3급만 장애인연금 수급자인 것, 취업이 잘 안 되고 소득이 낮은 경증장애인을 연금제도에서 배제한 건 여전하다.

16000명의 장애인연금 급여를 5만 원 올린 것은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장애인이 노인이 되면 기초연금으로 바뀌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저소득 장애노인의 경우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식으로 제도가 운용된다.

결국 ‘줬다 뺏는 기초연금’인 것이며 장애인연금과 기초연금을 전부 다 받도록 하지 못한 점은 정부 정책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애인연금 급여 수급자를 기존 3급 전체로 확대하라는 등의 장애계 요구는 반영되지 않고, 제공자 중심 정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정치적 잇속 차리기는 그만하고 국민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의견 차이가 있어도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소통하며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72년 동안 국회가 국민에게 보여준 반목과 대립의 모습이란 역겨운 불명예 기록도 이제는 깰 때가 되지 않았는가? 제21대 국회에선 잇속에 따라 파행하는 국회의 모습을 눈을 씻고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행정부도 제공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정책을 섬세한 제도 개선‧수립과 증대된 예산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장애인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신뢰하게 되고, 사람대접을 받아가며 결국엔 사람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당당히 외치며 살아갈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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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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