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어떤 이는 다수의 사람보다 전혀 ‘다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공감각이라는 것인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공감각이란 소리나 주변을 듣거나 볼 때 특정한 색채와 선으로 매치시켜 떠올릴 수 있는 감각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감각은 문명에 학습되고 길들여진 현대 사회의 성인들에게는 거의 찾을 수 없는 감각입니다. 소위 문명화되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문명화의 과잉학습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 공감각이라는 것은 원초적인 감각으로, 태내에서 인간의 기본감각인 오감으로 발전되기 이전부터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감각의 능력이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감각으로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스페셜’하다는 표현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본래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는 잠재성이고 본래적으로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위에 설명한 내용의 주체를 ‘자폐인’으로 갈음해서 설명하고 싶습니다.

원래 모든 인간이 지녔으나 문명화와 사회화에 길들여지면서 상실하게 된, 이 흥미롭지만 스페셜하지 않은 ‘다른’ 감각으로, 풍부하게 때론 극단적으로 선과 색채로 표현해서 보여주는 예술인이 바로 ‘자폐성발달장애미술가’들입니다.

그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주변 환경의 움직임을 스스로 느끼며, 그 느낀 마음을 억지로 제어하지 않고 ‘다른’ 감각이 이끄는 대로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하는 모범적 “미술예술가”로서 최적화된 인재입니다.

그들의 예술은 전문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흔한 주변 환경을 자신들의 ‘다른’ 감각과 ‘방식’으로 표출하며 일상의 모든 것을 주체로 피어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흔히, 아마츄어 미술가들은 전문 미술가를 모방하려 합니다. 유명 화가들을 흉내 내고 싶어 하지요. 그러나 모방을 그만두고 자폐성발달장애화가들처럼 자기 일상에서 주관적 표현방법으로 그려내는 창조성을 스스로 찾아낼 때, 비로소 예술은 가능해진다고 했던 쓰루미 슌스케의 예술론에 동조합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기쁨, 슬픔 등의 정서표현도 그 한가지의 방법입니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이자, 다양하고 공통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욕구를 발달장애화가들은 그림을 매개의 역할로 선택해서 끊임없이 사회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발달장애화가의 욕구만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공식과 훈련된 교육이 아닌 본능대로의 그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욕구 충족과 내적 갈등의 치유가 되는 사회적 유대감의 회복을 위한 새로운 예술의 잠재력이라고 현대미술에서는 환영받고 있습니다.

서초구청의 발달장애화가 원화 렌탈사업. ⓒ김은정

발달장애화가들의 그림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어디가면 볼 수 있냐고 물어 오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발달장애화가들은 전시나 활동 기회가 적다는 뜻이 되기도 하고, 아직 발달장애미술가의 인구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 몇 개의 정해진 갤러리나 사회 복지 시설 내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발달장애화가들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민적 공간의 생성이 확대되어야 할 때입니다. 예술로 공생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할 시점이 온 것이지요.

시민의 상생을 위한 예술 활동의 네트워킹으로 현재 경제 본위로만 기울어가는 우리 사회를 공동성이 풍부해지는 사회로 균형 잡아,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공공의 실천을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미력하게 고심분투한 대안을 제안해 볼까 합니다.

지자체별로 관공서나 기업 등의 건물 내에 발달장애화가들의 원화(프린트가 아닌 원그림, 본디의 그림) 렌탈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방법을 제시해 봅니다.

여러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곳의 그림 전시 기회는 발달장애화가들에게는 자립의 힘이 되고, 오고가는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힐링의 사회적 가치가 빛나는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이렇게 발달장애화가들의 원화 렌탈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청(구청장 조은희)에서는 발달장애화가들의 그림을 구청 로비에 전시하는 사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에서 실천하는 예술로 공감하며 서로 마음을 나누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술의 선함이 살기 좋은 우리 동네로 이어질 수 있는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전국에서 최초, 발달장애화가의 원화 렌탈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선지적 가치 높은 행정력을 소개하며, 다른 지자체도 발달장애화가들의 작품이 렌탈 사업으로 이루어져, 예술의 힘으로 상생의 가치 높은 우리 동네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지길 기다리겠습니다.

혹시 발달장애미술가들을 찾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신다면 각 지역의 부모연대로 문의하거나, 저에게 연락주시면 지역 곳곳의 발달장애미술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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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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