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링 스틸컷. ⓒ네이버 영화

로빈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일을 하는 사업가이다. 쉴 때는 스포츠를 즐긴다. 눈에 번쩍 뜨이는 미모를 가진 다이애나에게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사랑은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다.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거칠것 없어 보이던 생명력 넘치는 그의 젊은 몸이 쓰러졌다.

폴리오균에 감염되어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다. 숨만 쉬는데 그것도 기관절개 하여 연결한 산소호흡기를 통해서다.

폴리오 바이러스는 소아마비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분변이나 경구를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많은 경우 감기 앓듯 지나가지만 일부는 급성 이완성 마비와 호흡성 마비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병이다. 현재는 백신이 개발되어 영아 때 접종하면 예방할 수 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도 바이러스이다. 의학이 놀랍도록 발전했어도 바이러스들은 빠르게 변형되어 새로운 형태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영화 달링 스틸컷. ⓒ네이버 영화

사랑하는 아내가 그들의 아기를 낳았다. 그러나 그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아내와 아기를 번갈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절망의 날들 속에도 시간은 흘러 목관을 한 채로도 후두부가 조금씩 열렸다 닫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처음한 말은 “죽고 싶다”였다.

그런 남편에게 아내는 호소했다. 죽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서 아이 옆을 지켜달라고. 아이가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으로 있어달라고.

그는 대신 감옥같은 병원에서 퇴원시켜 주기를 원했다.

전기가 끊기기라도 하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때 맞춰 해야하는 썩션이며 체위변경, 용변보게 하는 일까지. 퇴원하면 이틀을 살기 힘들거라며 병원장은 만류했지만 그는 퇴원했다.

단지 살아 있기만 한 삶을 거부하고 여기저기 목숨의 위험이 폭탄처럼 널려 있는 삶의 한복판으로 자신을 내놓았다. 아니 자신의 삶에 자신에 의지로 깊이 들어섰다.

아기는 건강하게 자랐다. 기어 다니다 아장아장 걷고 아빠 - 라고 말을 하고.

이틀을 버티기 힘들거라던 그는 2주일 2달 2년을 5년 10년을 살아가고 있다.

일인용 소파를 개조하여 만든(당시는 휠체어가 없었다) 바퀴 달린 의자에서 집마당에서 하는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의자 밑에는 충전식 산소호흡기도 있다.

그의 생명은 산소호흡기라는 기계에 묶여 있었지만 그가 쉬는 호흡은 남달랐다. 매순간 기계에 의존해야하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호흡은 강했다.

아기에서 소년이 되어가는 아들에게 아빠가 되어주고,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삶이 얼마나 절실하게 소중한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병원에 갇혀 단지 생명을 관리받고 목숨만 연장하던 사람들에게, 병원 밖에서 사는 진짜 삶을 살 용기를 주었다.

위험천만할 때도 있지만 그곳엔 삶이 있었다. 웃고 속상하고 안타깝고 기쁘고 슬프고 감동하는 삶.

처음 만나 사랑해서 결혼할 땐 사자처럼 건강했던 남자가, 숨 쉬는 것조차 산소호흡기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일상을 도와주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영화 달링 스틸컷. ⓒ네이버 영화

그래도 아직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순 있다.

기적을 만드는 힘, 사람이 가진 강한 힘은 상대를 제압해서 굴복시키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힘인 것 같다.

무수한 어려움을 겪으며 지켜내는 사랑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다이애나의 헌신적인 사랑은 “그래 해볼까”하는 긍정의 마음으로 잘 드러난다. 사지마비 장애인 남편, 로빈이 어떤 제안을 할 때에도 “그래 해볼까”였다.

위험 천지인 퇴원생활도, 바깥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가보는 일도, 가든 파티도, 외국여행도 일단은 그래 한번 해볼까였다.

로빈을 살게 했던 다이애나의 사랑과 다이애나를 살게 한 로빈의 용기있는 삶은 경이롭다.

그들의 삶은 ‘장애인 이라도 행복하게 살기’를 잘 보여준다.

걷지 못해도 보고 들을 수 있으니까,

볼 수 없어도 걸을 수 있으니까,

듣지 못해도 볼 수 있으니까,

......

마지막에는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가 되겠지?

열심히 찾아보자. 우리에게 남아 있는 할 수 있는 것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들숨과 날숨으로 살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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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칼럼니스트 별빛영화관에서는 좀 다르게 사는 사람들,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 우리가 몰랐던 영화 일때도 있고, 이름을 떨쳤지만 비장애인의 눈으로 읽혔던 영화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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