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국의 속삭임 스틸 컷. ⓒ네이버 영화

미르코는 책과 영화를 즐겨보고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열살 소년이었다.

어느날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다니던 공립학교는 더이상 다닐 수 없게 됐다.

전염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때문이니 비슷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옮겨야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기숙학교다.

맹인학교의 첫 면담에서 교장선생님은 부모님에게 강조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배우는게 아니라 할 수 있는걸 배워야 한다고.

영화는 희미하게 빛과 어둠으로만 보이는 미르코의 눈과 선명하게 보이는 세상을 교차로 보여준다.

수업시간에 시각장애인이면 우선 익혀야 하는 점자 배우기를 거부하는 미르코에게 줄리오 선생님은 말했다.

"연주하는 사람들은 연주할 때 눈을 감는단다. 음악을 더 자세히 느끼려고. 음악이 마치 육체적인 감각인 것처럼 말이야. 네겐 오감이 있어. 왜 굳이 한 가지만 쓰려고 하지?"

미르코는 다시 생각했다. 귀로 듣는 세상, 만져서 느끼는 세상이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소나무가지, 솔방울을 만져보게 한 후 계절의 변화를 점자 에세이로 쓰는 과제를 내주었다.

미르코는 그 느낌을 소리로 녹음하여 제출했고 교장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냈다.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화 천국의 속삭임 스틸 컷. ⓒ네이버 영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기와 다른 답은 언제나 틀린 답이 된다.

오래 전 유행하던 광고 중에 "모두가 예스- 라고 말할때 노- 라고 말하는 사람"이 눈길을 끌던 때가 있었다.

그 카피라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을 향할 때 "아니"라고 말하며 다름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창의성을 응원했다.

모두가 예- 하고 있는 것에 "아니"라는 다른 생각들은 세상을 다양하게 바꾸어 왔다.

손이 없는 화가, 눈 깜박임으로 글을 쓰는 작가, 다리 없는 수영선수...

팔다리, 눈과 귀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되던 일들을 그것 없이도 해냈다.

모두가 가는 길이 편한 길일 수는 있겠지만 좋은 것이고 옳은 길은 아니다.

미르코가 우연히 알게 된 프란체스카는 학교 청소부의 딸로 상상력이 풍부해 이야기를 재밌게 꾸민다.

프란체스카가 만든 이야기를 녹음하며, 상황에 맞춰 하나둘 음향도 늘어나고, 다양한 역할을 위해 극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늘어난다.

미르코는 여러가지 소리를 만들었다. 종이를 구기며 내는 소리, 쇠사슬을 긁으며 내는 소리, 젖은 손바닥을 튕기는 소리..

영화 천국의 속삭임 스틸 컷. ⓒ네이버 영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들과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느낀것을 녹음기로 담아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독특한 것, 남 다른 것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은 누구든지 직조공이나 전화 교환수가 되어야 했다. 그것만이 옳은 일이고 규칙이었고, 거기에 따르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것이 옳고, 나와 다른 것은 나쁘다는 생각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게 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게 한다.

퇴학의 위기에서 구해준 건 폴리오 선생님의 "아니오"라는 용기였다.

해마다 해오던 학부모 초청 발표회를 학교측의 틀에 박힌 연극이 아니라, "엉뚱하고 못된아이" 마르코의 연극으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눈가리개를 하고 감상한 미르코의 연극은 뜨거운 감동을 안겨줬다. 미르코가 만든 세계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진한 공감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사로잡았다.

영화 천국의 속삭임 스틸 컷. ⓒ네이버 영화

소리로 세계를 표현하던 미르코는 커서 영화 음향감독이 됐다. 자신만의 독특한 효과음으로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미르코를 시각장애인이라고 거부했던 공립학교는 1975년도부터 시각장애인이라도 차별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음향감독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장애인이라도, 눈이 보이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나타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르코는 여전히 사운드 실험에 열정적이다. <창문을 마주보며>, <라 멜리오 조벤투> 등의 영화에 음향감독을 하며 소리를 찾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2009년 개봉되었던 영화는 최근 배리어 프리 영화로 만들어져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빛이 사라진 세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상이 가진 고정관념이나 편견들에 "아니오"라고 온몸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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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칼럼니스트 별빛영화관에서는 좀 다르게 사는 사람들,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 우리가 몰랐던 영화 일때도 있고, 이름을 떨쳤지만 비장애인의 눈으로 읽혔던 영화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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