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만드는풍경 유석영 대표. ⓒ유석영

2020년의 새아침이 밝았다. 모두가 희망을 염원하며 서로에게 덕담으로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건넨다. 너나 할 거 없이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며 세운 계획들의 성공을 위해 기대와 설렘으로 각오의 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우리 에이블뉴스 독자들도 새해에는 큰 소망 가운데 기쁨과 평안 그리고 멋진 결실이 풍부하기를 바래 본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현장이 강한 속력을 내며 변화하고 있다. '자립'이라는 화두에 당사자들의 주권 회복에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쓰던 것들을 고치거나 바꾸기도 한다. 조금은 급하다는 느낌이 있으나 장애인들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서라면 불편한 점은 얼른 고치고 필요한 부분은 공급을 서두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힘이나 법을 강조하기 보다는 경청과 협의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걸 맞는 환경이 조성되어 차별 없는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새해 들어 필자에게는 색다른 욕심이 하나 생겼다. 사업을 계획하여 투자와 생산을 거쳐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활동하는 장애인 CEO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욕심이다. 4차 산업의 출몰로 나이 어린 사업가들이 큰돈을 벌기도 하고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재창업을 통해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왕성하게 비즈니스를 하며 이렇게 저렇게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질투심이 발동한다.

물론 시장이 냉혹하여 장애인들이 승부를 겨루기에는 고비와 난관도 적지 않고 소요자금 확보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와 더불어 전문성과 경영 감각을 익히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능하다면 사업적 안목과 이윤 창출의 기질이 농후한 장애인 CEO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졌으면 한다.

IT를 활용한 유통과 SNS마케팅이 활발하며 유사 업종과의 콜라보레이션과 사회공헌을 배합한 클라우드펀딩 방식도 소비자 확보에 충분한 방법으로 기능하고 있어 장애인 사업가들도 진입이 조금은 수월해졌다.

사업 초기에 비용을 들여 매장을 확보한다거나 영업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부욕과 순발력이 있으며 지구력과 투철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근면 성실하게 경영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비즈니스 무대에 데뷔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해 본다.

구두만드는풍경의 내부 전경. ⓒ유석영

경영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특히 장애인에게는 그 벽이 높고 길이 좁아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다음 이어지는 내용들을 이해하여 준비와 추진을 감행한다면 장애인 CEO의 반열에 들어갈 기회를 얻으리라 확신한다.

첫째, 아이템 발굴은 자주 접하는 환경이나 생활 속에서 소모성이 강하거나 편의성이 좋아 소비자의 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꼭 생산이 아니더라도 서비스 또는 용역도 좋고 중개업이나 심리 상담 및 치료 분야까지도 검토해 볼 만하다.

둘째, 개인 사업체와 협동조합 또는 법인 사업체 중 순환구조와 확장성을 고려하여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소규모 소품종은 개인사업이 용의하고 자금이나 인력의 투입이 대두되는 업종일 경우에는 뜻 맞는 5인 이상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장애인기업 형태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개인사업체는 창업이나 경영이 자유로운 반면에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 체계가 약하고 협동조합이나 장애인기업 및 사회적기업 등에는 일정 기간 동안 인력, 자금, 마케팅 등에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전문성과 경영능력 배양을 위해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꼼꼼히 체크하며 관련 기관에서 시행하는 창업스쿨이나 재무 회계에 관한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서 신망이 두텁고 사업가 기질이 뛰어난 멘토를 정하여 실질적인 컨설팅을 받아 튼실하게 경영의 기반을 다진 후 CEO의 길에 들어서는 것도 필요하다.

구두만드는풍경 유석영 대표. ⓒ유석영

말이 나왔으니 장애인 CEO의 안정된 경영을 위해 고용노동부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대해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장애인 사업주들이 근로지원인이나 보조공학기기를 업무에 이용하도록 문을 열어 주기 바란다. 장애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무슨 이유로 사업주에게는 가로막혀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근로자들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지원인이나 보조공학기기를 제공하는 제도는 무척 잘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업무 영역이 넓고 인력이나 고객관리의 시스템을 운용하는 장애인 CEO들에게 있어 보조공학기기의 지원이 가장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잡무 처리나 원만한 이동을 위해 근로지원인의 배치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그다음으로 장애인표준사업장 제품을 우선구매제도상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으로 이행되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형식은 갖추고 있으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강제성이 없는 형식적인 우선구매제도로, 제품구매를 외면하고 있으며 일반 기업과의 연계고용제도 역시 실질적인 효과가 박약하여 근본적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준하는 법과 제도가 보장되어야 시장에서 왕성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리라 여겨진다.

새해에는 꿈을 더 크게 갖고 장애인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여 민주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하기를 염원해 본다. 정치, 문화, 교육, 과학 분야에도 활발하게 나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특히 경제를 움켜쥐어 세금을 두둑히 내는 사업가들이 열 배 이상 늘어나기를 강하게 촉구해 본다.

우리 사회에서는 보호를 받는 사람보다 이바지하는 사람의 힘이 세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짧게 화려하지만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여유와 안정을 누리며 나눔과 기여하는 일에도 충분히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부디 올해는 장애인 CEO들이 많아져서 돈 벌어 좋은 일했다는 소문이 지구촌에 자자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성공을 꿈꾸는 장애인 CEO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감 앞세워 비전을 가지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세상에 흐르는 돈들을 정의롭게 사업이라는 그물에 가득 채우기를 장애인 CEO의 한 사람으로 독려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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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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