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청각장애인의 위험감지 특성 및 이를 고려한 경고시스템에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면,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방법에 있어서 정보를 수용하는 방법과 그것을 표현(발화)하는 방법에 있어 편안하게 느끼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수어를 가장 편안한 의사소통방법으로 생각하는 청각장애인은 스스로를 농인으로 불리기 원한다. 반면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 이식술을 통해 청능(聽能)의 향상을 경험한 이들은 구화와 독화를 선호하거나 수어와 구화 및 독화를 함께 사용하며 구화인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선호하는 의사소통방법은 시각적 단서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인공와우 어음처리기를 착용한 상태로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 청인에 가까운 정체성을 갖기도 하나 어음처리기의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수면, 목욕, 스포츠 활동 등 기기를 착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시 청각장애인이 된다.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사업을 통해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보급되고 있는 보조기기를 살펴보면 크게 위험 상황 인식/알림을 위한 보조기기와 의사소통 보조기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위험 상황 인식/알림을 위한 보조기기의 경우 진동과 조명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진동을 통해 기상 시간이나 약속시간을 알려주는 진동 디지털 알람시계, 진동 손목시계가 있으며, 진동 손목시계의 경우 스마트폰 기능을 탑재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한편, 데프 신호기는 알람이나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강력한 진동과 조명으로 알려주며, 소리 알리미는 위험 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소리 정보를 진동과 조명으로 알려준다.

또한 방문객의 호출 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영상 부르미와 방문객의 초인종 소리를 조명으로 알려주는 경광등이 있다. 화재 경보시스템은 화재나 가스누출과 같은 위험과 관련한 소리 정보를 빛과 진동으로 알려주는 무선 시스템으로 청각장애인은 물론 노인가구를 대상으로 개발되었다.

다음으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보조기기로는 보청기와 인공와우가 대표적이다.

보청기는 청각장애인의 청력에 맞게 소리를 증폭시켜 청취력과 이해력을 높여주는 보조기기이나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인공와우 이식술을 선택하게 된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 내에 남아 있는 나선 신경절 세포와 말초 청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대뇌 청각중추에서 청각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청각 보조기기로 최근 이식수술의 대상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음성을 문자로 변환시키거나 문자를 음성언어로 변환하는 딥 보이스, 음성 증폭 기능과 무선 청취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는 소리 증폭기, 보완대체의사소통 (ACC)기기, 다자간 수어 통역 시스템 등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스마트폰의 경우 문자메시지나 영상통화를 비롯한 의사소통 기능 뿐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통해 위험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위험 및 재난 관리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가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는 정보격차(digital divide)의 어려움이다.

정보격차는 계층 간, 집단 간 정보의 접근성 및 활용성의 불균형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정보격차의 발생 원인을 ‘정보 접근성의 저하’, ‘정보이용능력이 낮거나, 이용 의지가 없는 등’ 다양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 사회라는 새로운 환경변화 속에서 새로운 정보통신기기인 스마트 기기의 활용에 따른 수준 차이가 단순히 스마트 기기 활용 격차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중첩적 격차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매체를 통한 사회적 의사소통의 단절, 새로운 정보 획득 및 가공의 어려움, 정보 불평등으로 인한 기회 불균등,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 등 제한된 삶이 될 우려가 크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문해 능력이 정보 접근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또한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컴퓨터, 인터넷 이용률이 낮아 정보 접근도 와 활용도가 낮은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 문제는 위험 및 재난 상황에서 취약성을 더해 줄 가능성이 크다.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 지점과 대피 경로 등은 모두 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위험 상황을 판단․인지하고 재빠르게 대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정보는 매우 큰 영향력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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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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