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손말이음센터 근무자들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직원이 되었다. 과거에는 손말이음센터 운영을 매년 업체를 선정하여 용역하였으므로 용역업체의 인력으로 소속이 되어 고용안정이 불확실하여 근무자들이 전문인력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전념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제 신분보장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손말이음센터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술지원부 네트워크팀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데, 장애인 관련 타 업무는 정보격차해소팀에서 맡고 있지만, 통신중계 서비스의 기술적 문제와 업무 특성상 네트워크팀에서 맡고 있다.

손말이음센터에 투입되는 연간 예산은 2018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통신사 민간기업으로부터 분담금으로 조성한 5억원과 정부 예산 15억2000만원 등 총 20억여원이 들어간다. 통신사에서 분담한 예산은 통신 장비와 통신비 등으로 지출되고, 40명의 인건비는 국고에서 지출된다.

손말이음센터를 이용한 실적을 살펴보면, 연간 55만 건의 중계 서비스가 제공되었는데, 한 사람이 여러 번 이용한 것이므로 실인원은 약 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1인당 평균 17회 정도 이용한 것이다.

실인원의 정확한 통계는 사실상 없어 추정으로 잡은 것인데,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개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추정의 숫자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

손말이음센터는 청각 및 언어장애인을 위한 통신중계 서비스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손말이음센터 전용 전화인 107번으로 상대편의 전화번호를 기입하여 전화를 걸면 비장애인의 음성언어와 청각장애인의 수화나 문자로 변환하여 통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손말이음센터는 수어의 또 다른 표현인 ‘손말’로 마음을 잇는다는 아름다움 말이지만, 손말은 수어의 북한말이라는 점에서 청각장애인 통신중계센터나 수어이음센터 등으로 명칭을 수정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통신중계 서비스를 위하여 미국 등에서는 통신사인 민간기업이 의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여러 통신사들이 분담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 특이해 보인다.

민간이 기금을 모아 국가가 운영하는 형태이니 보통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사업들이 많은데 그러한 사업과는 형태가 반대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책임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민간 통신사가 비용을 적게 들이려고 하고, 이 사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국고에서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고, 각 통신사가 각각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비효율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중복사업이 되므로 한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만 각자 각출하는 방식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 부담하고 있는 비용의 규모는 너무나 작다.

과거 분담금이 1억원이었던 것이 5억원으로 인상된 것이 2018년이니 다시 더 각출하자는 것에 반발이 많겠지만 통신사의 수익규모를 고려하면 사회공헌이나 서비스 이용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너무나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겨우 통신비를 면제해 주는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청각장애인 30만 명 중 난청이 많아 통신중계 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는 6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실인원 3만 명 정도가 그것도 연간 20여 차례 정도만 통신을 이용한다는 것은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소통이 얼마나 협소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문자 메시지나 가톡 등 SNS가 발달하여 상당 부분 중계기관을 거치지 않고 통신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수업이나 회의에서 장시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거나, 비상시나 행정 업무상 중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의 욕구를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의 이용은 의사소통의 결여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기관에서 직접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하여 민간이 기금을 조성하고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여 장애인 당사자 단체나 전문기관에서 운영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 않느냐는 불만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통신중계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수화통역센터와 별개로 또는 업무를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와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운영하는 통신중계서비스로 나누어져 있으니 이용률이 낮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한국농아인협회는 보조적 수단으로 하고 공식적 의사소통 통신중계는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양분된 것은 장애인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도 있고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적의 저조는 손말이음센터의 인력의 부족도 원인이 된다. 24시간 서비스를 하여야 하는데 40명의 인력이면 동시 근무자는 15명 수준이 된다. 동시에 통신중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10여명이면, 동시에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1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자주 통화 중이 되고 필요한 적기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이용은 외면을 받게 된다. 적어도 인력은 배로 늘어나야 한다.

장애인 특별운송 수단이 중증 장애인 200명 당 1대라는 법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200명 중 한 사람만이 같은 시간대에 이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있듯이 기준이 약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손말이음센터는 이러한 기준조차 없으니 청각장애인 인구 200명 당 손말이음센터 인력 1인 정도라도 기준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현재 이용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50명의 인력이 당장 필요하다.

손말이음센터 운영을 한 지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처음 전화를 한다며 이용 방법을 잘 몰라 방법을 설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이용률은 많은 격차를 보이며, 노령화로 인한 청각장애인들은 서비스 이용자로 잘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 주민센터에서 청각장애인 등록이 되면 손말이음센터 이용 안내가 바로 이루어지고, 손말이음센터 이용 실습을 위한 교육 인력이 있어 교육사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자체에서 손말이음센터 이용을 위한 안내문을 발송해 주어야 한다.

손말이음센터의 소개나 이용자의 사례 등을 적극 언론에 홍보하여 비장애인들도 손말이음센터에 대하여 인식하게 하고, 주위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실제 청각장애인이나 손말이음센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홍보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 보조기기 전시회 등에 손말이음센터도 홍보관을 운영하는 것을 보았는데, 단순한 설명 벽보를 붙이는 것보다 실제로 이용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여 관람자의 흥미와 관심 유도를 잘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용자나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간담회 등도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소통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통신중계 서비스는 청각장애인의 재난에 대비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어 비상시 재난 정보 제공과 대피와 구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청각장애인들이 전화 통화만이 아니라 대학이나 통합학교에서 강의 내용을 음성으로 전송받아 문자로 알려준다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청각장애인 이용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손말이음센터가 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등의 기획들도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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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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