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건축대상을 받은 싱가포르 아파트 단지 ‘인터레이스’. ⓒ서인환

2015년 싱가포르는 아파트 복합주거단지 ‘인터레이스’로 세계건축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31개의 블록을 투박하게 얹은 듯한 모양이지만 디자인이 너무 아름답고 생활하기 편리하였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아파트 가격이 미국 맨하탄 수준으로 비싸다. 하지만 정부에서 공급하는 주거단지는 비교적 저렴하다. 평수가 조금 적기는 하지만 오히려 정부가 보급하는 주택은 고급이고 튼튼하다.

싱가포르에는 정부가 지은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일부분을 떼어서 취약계층에게 우선 분양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고급으로 지은 다음, 전체를 취약계층에게 로타리 방식(추첨방식)으로 분양한다.

그리고 사용 기한은 30년 정도로 하고, 매월 얼마의 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입주 당시에 일시불로 몇 천만원을 내면 그만이다.

싱가포르는 모든 건물들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초등학교조차 숲으로 둘러싼 다음, 민간주택의 잔디밭과 인접하고 있고 문구점 등은 학교 안에 있다. 흡연장소도 나무 숲으로 담을 만들어 둘러싸여 있다. 관목처럼 어리고 잎이 작은 나무가 없다.

KAMPUNG ADMIRALTY 측면. ⓒ서인환

KAMPUNG ADMIRALTY 정면. ⓒ서인환

싱가포르는 건축물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 결과 2018년에 또다시 세계건축 대상을 차지하였는데, 그 건물은 ‘캄풍 어드미럴티’이다. 측면에서 보면 건물을 매 층마다 조금씩 단을 주어 계단식 건물처럼 보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8층 건물이 정글숲의 동굴처럼 보인다.

이 건물 주변에서는 수레를 이용하여 장사를 하는 것도 안 되고, 자전거를 타는 것도 금지된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안 되고 물론 공놀이나 흡연도 안 된다.

1층 광장은 그야말로 누구나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광장이다. 이 광장은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공기가 위로 상승하도록 설계하여 기온을 낮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건축설계는 오하이오 설계사가 맡았다.

건물 1층은 편의시설 가게와 은행 등이 있으며,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트로 연결된다. 여러 복합 건물들을 서로 연결하여 지붕을 만들어 광장에는 비를 피하고 전천후 행사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주변에 연못을 만들어 거북이들이 살도록 하였다.

2층은 식당가로 보통 음식의 가격이 1만원 이상을 주어야 하는데 이 곳에서는 정부가 직영하여 각종 음식이 4000원이면 구입하여 먹을 수 있다.

식당에는 움직일 수 있는 낮은 의자와 테이블로 장애인 이용에 편리하도록 하였고, 음식 냄새와 기름 등을 필터를 통해 위로 올라가도록 하여 친환경과 미세먼지, 공해 등을 방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화장실은 휠체어를 갖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를 문밖에 두고 바로 손잡이를 이용하여 대변기가 있는 안으로 들어가도록 문을 포함한 네 방향 모두 손잡이로 둘러싸도록 하였다.

화장실 편의시설과 안전을 위한 금지표지판. ⓒ서인환

3층과 4층은 노인들을 위한 병원이다. 운동기구가 장애인과 노인이 사용 가능하도록 설치되어 있고, 상담창구나 진료에 접근성을 고려하였다. 특히 낮은 테이블과 넓은 활동공간과 대기실 등이 약자들을 잘 고려하고 있었다.

5층과 6층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유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노인들을 위한 아파트가 104동이 있었다. 자연광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비가 오면 창밖에 체인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7층과 8층은 옥상정원으로 텃밭이 있어 이 텃밭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경사로 숲길을 타고 산책할 수도 있으며, 텃밭에서 채소나 과일을 가꾸어 바로 2층의 식당에서 음식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민들을 위한 주말농장이 아파트 안에 숨겨져 있었다.

장애인 등의 접근성이 가능한 병원시설. ⓒ서인환

마치 정글 숲에 있는 듯한 8층 대단위 복합 건물은 그 안에서 모든 일상이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설계하였고, 친환경과 건강을 고려하고 접근성을 고려하여 도심 속 고령자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만들었다.

정글과 같은 숲을 머리에 이고 있는 건물은 매우 튼튼하여야 할 것이니 건축비를 아껴서는 이러한 건물이 만들어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주거공간 한 층의 주민을 위하여 지하까지 생각하면 10층 이상을 복지시설로 할애하였다.

이 건축물이 민간이 아닌 정부가 지어 노인들을 위해 임대아파트로 분양하면서 그 안에 당뇨나 안과 등 접근이 가능한 병원과 휴식공간을 마련한 것은 얼마나 싱가포르 정부가 야심차게 복지를 추구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건축물을 모델로 복지타운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건축물을 계속 지어나가서 국민들에게 복지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장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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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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