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단체사업의 일환으로 척수장애인을 위한 올바른 휠체어스킬을 공부하고 보급하기 위하여 6명의 단원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 7일간 캐나다 벤쿠버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8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여섯 번째는 'GF스트롱 재활센터'이다.

GF Strong 재활센터(https://careers.vch.ca 캡쳐). ⓒ이찬우

협회 일로 외국의 다양한 재활병원을 다녀보았지만 이곳 재활센터는 다른 곳에 비해서 유난히 소박하다는 첫 인상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센터는 7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이곳 재활센터는 설립자인 조지 프레드릭 스트롱(George Frederick Strong)박사의 이름을따서 ‘GF Strong 재활센터’로 명명되었다.

박사의 딸이 척수 손상을 입은 후 전문적으로 치료할 재활 센터가 필요했고 하지마비협회 서부지부(Paraplegic Association Western Division)와 합류하여 시작된 GF Strong 재활센터는 1949년에 문을 열었으며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최대 재활 병원이다. 다행히 블러슨척수센터 옆으로 병원을 이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68개의 재활 침대가 있는 독립적인 시설로 입원 및 외래 진료 및 임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1년에 척수손상, 화상, 뇌병변 환자 등 300명 정도가 이용을 하고 그 중에 70명 정도가 척수손상 환자라고 이곳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이안(Ryan)씨가 설명해 주었다.

이안씨는 재활센터 곳곳에 있는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 보조기 제작실, 환자들이 그림 그리는 공간, 일상생활훈련 위한 부엌, 식당 그리고 체육관 등을 소개해 주었다. 세련된 설비는 아니었지만 시설 곳곳에서 오랜 역사만큼 재활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필자는 전 세계 어느 재활병원에 가도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척수장애인들은 얼마나 입원치료를 하는지’. 필자와 같은 하지마비 척수장애인은 수술병원에서는 3주, 재활병원에서는 2개월 등 총 3개월이면 집으로 간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평균 30개월을 입원을 한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창피한 일이다.

입원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훈련용 휠체어 창고. 휠체어, 방석, 등받이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준다. ⓒ이찬우

이곳 재활센터의 휠체어 지원시스템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척수환자가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 이후 안정이 되면 이곳 G.F. Strong 재활센터로 오는데 도착하자마자 바로 물리치료사가 병실로 가서 휠체어와 관련된 평가를 한다고 한다.

꼼꼼히 확인하고 휠체어실에 비치된 수많은 휠체어와 쿠션, 등받이 중에서 맞춤형으로 세팅을 한 후에 퇴원 시까지 사용을 한다고 한다. 당연히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입원 기간이 보통 3개월 정도인데 이 휠체어로 훈련도 받고 사용을 하다가 퇴원할 때는 쓰던 것은 반납하고 본인이 직접 새 휠체어로 구매를 한다.

자동차보험, 산재 등에 따라 지원금이 다르다. 재활센터에 있는 휠체어 중 기부 받은 것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무료로 주기도 한단다. 이곳에는 휠체어 수리와 관련된 2명의 전문가가 병원에 상주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척수장애인은 입원이후 몸 상태가 많이 변한다. 몸이 안정된 시점에서 자기가 평생 사용할 휠체어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30개월이라는 긴 입원기간동안 투박한 병원용 휠체어나 휠체어판매사로부터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성급히 구입하고 생활하니 재활과정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곳처럼 입원기간동안 사용할 휠체어로 신체의 변화에도 적응하고 훈련하다가 퇴원할 때 자기 몸에 꼭 맞는 휠체어를 구입해 나가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휠체어가 몸에 맞느냐는 에너지 효용성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척수장애인들이 많이 고생하는 어깨관리에도 매우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 병원을 순회하면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게 된다. 전동휠체어 뒤에 다양한 패찰이 붙어 있는 것이다.

환자 휠체어 뒤에는 indoor supervision(실내, 관찰필요), indoor independent(실내, 독립이동) outdoor supervision(실외, 관찰필요), outdoor independent(실외, 독립이동) 4가지 중 하나의 문구가 크게 붙어 있어서 모든 병원 직원들이 환자의 훈련 과정을 보고 확인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부엌에서는 직업 요리해서 먹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휠체어용 부엌과 기립이 가능한 환자를 위한 부엌이 따로 있었는데 참관당시에는 워커를 사용하는 환자가 기림을 한 채로 음식을 만들어서 같이 나누어 먹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훈련과정이다.

늘 강조하지만 재활병원은 환자가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회활동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훈련을 받는 곳이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재활전문병원의료기관 시범사업에도 이런 마인드가 꼭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를 안내한 이안씨는 휠체어 클리닉을 운영하는 물리치료사이다. 영국출신으로 영국 악센트가 매우 강한 분이었다. 이분에게 우리의 캐나다 방문목적인 휠체어 스킬에 대한 세부적인 교육을 받을 수 가 있었다.

본격적인 휠체어 훈련 전에 이론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이찬우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서 체육관으로 안내한 이안씨는 비장애인 직원을 포함하여 한국에서 온 참가자 전원에게 휠체어를 타게 하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지시 없이 체육관을 몇 바퀴 돌도록 하고 관찰만을 했다. 이후 그의 전문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간 팀들은 마찰이 없는 평지임에도 유난히 휠체어를 많이 밀었다. 그만큼 어깨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1년 10년이 모이면 굉장한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제시하고 타당한 근거와 함께 설명을 하였다.

‘효율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휠체어를 민다는 것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가장 적은 힘으로 최대한 멀리 가는 것을 말한다. 지형지물 활용하여 회전을 하고, 턱을 넘을 때도 가던 회전력을 이용하여 정지하지 않고 허리를 이용한 앞바퀴를 들어서 넘어가는 최대한의 에너지 효용을 강조하였다.

답을 제시하지 않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했다. 휠체어를 민다는 것은 다양한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그 상황을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익했다.

재미있는 놀이를 겸하면서 휠체어 사용의 거부감이 없이 즐기면서 훈련을 한다. ⓒ이찬우

처음부터 척수장애인들이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면서 또한 휠체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하여 훈련을 게임처럼 한다. 회전을 할 때 핀을 넘어트리면 실패에 대한 생각이 들까봐 오히려 핀을 넘어트리도록 훈련을 한다고 한다.

또한 슬라럼(장애물 경기) 시합을 하거나 응용력을 이용하는 게임으로 한손으로만 이용하여 밀기, 바닥의 물건을 집어 이동하거나 원형 판, 고무 접시, 오뚜기 핀 등을 놓은 채 회전하기, 뒤로 밀기 등이 있었다.

휠체어 운용에 매우 중요한 기술 중에 하나는 휠리(앞바퀴를 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심 포인트 잡기, 매트의 공간을 이용하거나 한손으로만 앞바퀴 들기 등 쉬운 것부터 고난위도까지 다양한 훈련을 체험했다.

재활센터 내의 다양한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휠체어 훈련을 하는 모습. ⓒ이찬우

또한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훈련까지 마무리 한 뒤에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응용할 수 있는 현장체험이 있었다. 재활센터의 주변에는 다양한 지형지물이 있다. 턱, 잔디, 언덕, 횡경사, 과속방지 턱, 울퉁불퉁 한 길 등을 이용하여 현실적인 환경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 당부로는 휠체어를 잘 운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몸에 맞는 좋은 휠체어가 필요하고, 주기적으로 휠체어를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밸런스를 확인하고 적절한 공기압과 기름칠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다고 했다.

필자도 휠체어를 탄지 30년이 넘었는데 새롭게 배운 것이 많다. 만일 재활병원초기부터 이러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장애수용은 물론 사회복귀를 위한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이다.

척수협회는 캐나다를 방문하여 배운 지식으로 휠체어 스킬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11월 중에 세미나를 열고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운영하여 체계적인 훈련 메뉴얼을 만들어 전국 재활병원에 보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관련하여 척수장애인이 전문 강사로써 활동하도록 양성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로비에서 기념촬영(가운데 분이 휠체어 클리닉 담당자인 이안씨.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