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발달장애인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 중 처음으로 당사자가 갖춰야 할 준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어떠한 직장이라도, 그것이 ‘낙하산 타고’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공식적으로 ‘이력서’를 쓰고 직장 입사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아무리 장애인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력서는 쓰고 입사 지원을 한다. 그것은 중요한 사실이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가 장애인고용공단 담당자와 상담하다 들은 이야기이지만, 몇몇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의 이력서에 들어갈 이름 석 자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일자리를 구한단 말인가? 이력서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일자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발달장애인들이 문해 능력이 낮아서 자신의 이름 석 자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는 사실상 고용 시장에서 ‘축출’ 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심지어는 정부의 장애인 고용정책 개선안에서도 이러한 경우는 ‘복지 대상’으로 처리된다) 별도의 논의에 부쳐야 할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력서를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일반적인 발달장애인 구직자들은 어떠한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심지어는 발달장애인들이 주로 일하는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력서를 작성할 줄 모른다면 취업은 언감생심일 것이다.

직장의 인사 담당자들은 당연하겠지만 구직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력서를 봐야만 제대로 입사할 역량이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곧장 필기시험이나 구두시험으로 가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이력서를 성실하게 작성하지 않으면 필기시험이나 구두시험을 치르지 못하고 당연하겠지만 면접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지원한 모 기관은 서류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장 필기시험으로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이력서를 성실히 작성하지 않으면 필기시험 응시가 제한된다는 공고문을 이력서 작성 페이지에 게시한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직장 인사 담당자들은 이력서가 그 지원자의 첫인상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진짜 결정하는 시점은 면접이지만, 일단 지원자를 판단할 근거는 이력서에 있다. 심지어는 이력서 작성 내용을 가지고 검증을 위하여 면접을 통해 확인하는 경우까지 있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도 그랬다.

그러한 이력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사실 발달장애인 구직자라고 하더라도 제일 먼저 자신의 경력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업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직장 경력은 어땠는지, 기타 업무에 유용한 능력은 어디서 배웠는지 등에 대한 것을 하나의 문서에 정리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이력서를 제대로 작성할 줄 아는 발달장애인이라면 요즘 확대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방식의 이력서도 나름대로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발달장애인들은 전통적인, 그러니까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양산형 이력서’도 제대로 작성할 수 있을 지가 필자도 궁금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력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첫 인상도 마련하지 못 할 것이고 면접 질문도 떨어뜨리기 위해서 하는 형식적 질문으로 끝날 것이다.

물론 이력서와 함께 따라다니는 두 번째 이력서 격인 ‘자기소개서’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자신의 이력서 너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데도, 제대로 작성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의미의 구직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자기소개서 작성 내용을 근거로 면접 질문이 주어진 경험도 적잖이 있었다.

그리고 이력서는 틀이 상당히 일반화가 되어 넣고 빼는 부분 정도에서만 차이가 있다면, 자기소개서는 회사마다 다양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두어야 한다는 크나큰 단점이 있다. 특히 회사가 특별히 추구하는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적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발달장애인 구직자의 경우, 대체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구직 시즌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력서를 제대로 쓸 줄 모르면 일자리 진입은커녕 면접관 얼굴 보는 것도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미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발달장애인 구직 당사자들도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는 능력을 갖춰야하고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라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은 적합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양식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발달장애인들이 적합하게 적을 수 있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있다면, 발달장애인들도 쉽게 문서를 작성하여 구직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하나 때문에 입사가 쉬워진 사례는 많다. 진짜 많다. 그래서 정리한다.

“모든 취업은 이력서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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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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