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가 처음으로 소개된 세서미의 책. ⓒ이유니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면 어김없이 만 두 살 즈음에 제일 처음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가 있다.

시끄럽고 유쾌한 빨간 털 인형 엘모, 3D 만화가 대세가 되고 실사에 가까운 멋진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시절에도 이곳 아이들의 첫사랑은 아직도 손을 안에 넣어서 움직이는 구식 퍼핏 인형, 엘모이다.

엘모와 친구들이 부르는 세서미 스트리트 송은 이곳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면 모두가 따라 부르는 명실공이 레전드 동요이다. 주를 돌아다니면서 하는 세서미 공연은 언제나 만석이다.

지난 4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내년이면 50주년이 된다고 한다) 미국 아이들의 첫 번째 단짝 친구가 되어준 세서미 스트리트에 재작년에 새로운 친구가 소개되어 미국이 떠들썩하였다.

단발머리에 속눈썹이 긴 꼬마 아가씨 줄리아가 그 주인공이었다. 블록을 쌓는 것보다 줄 세우기를 좋아하고 그네를 사랑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줄리아, 시끄러운 소리를 무서워하고 대답을 잘 하지 못하는 줄리아에게는 자폐증이 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엘모를 통해 줄리아에 대해 소개하고 줄리아와 노는 법과 왜 줄리아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준다.

줄리아의 등장은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크게 환영을 받았다. 모든 언론은 일제히 줄리아를 성공적으로 소개한 세서미 스트리트에 극찬을 퍼부었다.

그러나 세서미 스트리트의 장애 아이를 받아들이기 노력은 줄리아가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 회사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교육을 주최하였었다. 당시 강사가 현재 미국의 장애 아이들에 대한 인식의 높이기에 크게 기여한 것이 세서미 스트리트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강사분에 의하면 7,80년대 미국도 장애가 있는 아이는 일반 아이들로 부터 철저하게 분리되는 특수 교육이 주였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통합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금은 통합교육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섞여 살지 않았기에 보이지 않았고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을 우리의 삶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아주 많은 이들이 인식 운동을 하고 싸워왔는데 그중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단체가 미국의 어린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티비쇼 세서미 스트리트라고 하였다.

1970년대에 세서미 스트리트는 방송에서 아이들에게 린다라는 캐틱터를 통해 처음으로 수화를 가르쳤다. 1975년에는 다운 증후군을 가진 제이슨이 등장한다. 제이슨은 그 이후에도 무려 50번이 넘는 에피소드에 등장하였다고 한다. 82년도에는 시각 장애를 가진 아리스톨이라는 캐릭터가 소개되었다. 88년도에는 휠체어를 탄 캐릭터 케이티가 소개되었고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실제 휠체어를 탄 타라라는 꼬마가 쇼에 등장하여 엘모와 친구들과 함께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세서미 스트리트 책으로 먼저 소개된 줄리아가, 2016년에는 티비쇼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줄리아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 그 이전부터 세서미 자폐증 재단을 만들고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이들을 위한 교육 앱을 개발하고, 자폐증에 대한 인식 높이기 운동에 참여해왔다. 줄리아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오랜 노력과 연구 끝에 소개된 캐릭터인 셈이다.

세서미 스트리트가 보여준 장애 아이들의 캐릭터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소개가 되고 나면 언론과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 프로그램에서 이런 다양성을 반영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세서미 스트리트가 대표 선구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평창 올림픽에서 화제가 되었던 한 성소수자 미국 스키 선수가 기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진정으로 세상의 시선을 바꾸고 편견의 장벽을 허물고 혐오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들의 대표가 되어 보여주는 것이다.” 듣고 보면 참 당연한 이야기지만 약자를 대표하는 선구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세상의 시선을 바꾸고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아직 우리를 대표할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언젠가 이 땅의 아이들이 만나는 뽀로로의 세상에도, 타요의 친구들에게도 휠체어를 탄 꼬마가, 수화로 소통하는 친구가, 그리고 자폐증을 가진 소녀가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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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니 칼럼리스트 현재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도시가 속한 베어 카운티의 지적발달장애인 부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바다 수영과 써핑을 사랑하는 자폐증이 있는 딸과 한발 한발 서로의 세상을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바다 꼬마가 사람들의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게 인생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바다 꼬마와의 서툴지만 매일이 배움과 감동인 여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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